미 언론, 대북 군사적 대응에 부정적 반응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3일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셉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 상태가 극도로 고조된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대응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4일 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응하는데서 분열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이날 ‘화염, 분노 그리고 혼란’ 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은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모든 선택방안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는 최악의 시기에 미-한 관계를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자 한국과 미국의 유대가 깨지기를 바라는 김정은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군사적 방안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선제적 조치로 김정은이 제기하는 위험을 해결하려 한다면 남북한 양쪽이 막대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합의를 깨뜨리는 북한의 오랜 기록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협상이 문제의 해결로 나가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지금은 대화의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무조건적인 대화 제의는 올바른 대응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단결되고 일관된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CNN' 방송은 북한 문제를 다뤄온 미국 핵심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려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거나 적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협상이 실패한 것은 모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북한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6월 미-북 간 협상 개시 방안을 모색하는 북한 당국자들과 만난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 북한분석관은 북한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평화협정을 위해서만 대화하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CNN' 방송은 또 별도의 보도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맞서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지만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행가능한 군사적 선택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행동은 수 백 만의 한국 국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마크 허틀링 예비역 중장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항상 군사적 선택 방안을 갖고 있지만, 이는 매우 추한(ugly)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또 다시 유사한 난제에 직면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겨냥한 군사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공격으로 북한의 시설들을 모두 파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무역 중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과의 무역 중단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도 그 여파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이클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도 미국 `CBS'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군사적 대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사적 방안을 통해 북한의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일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며, 제2의 한국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렐 전 부국장은 외교에 대해서도, 이 방안이 지난 25년 간 실패했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으로 믿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모렐 전 부국장은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고, 옛 소련에 했던 것처럼 이에 대한 봉쇄와 억지로 나가는 것이 또 다른 선택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