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학 북한 과학자, 핵·미사일 개발 핵심'

지난 2012년 4월 북한의 은하 3호 로켓 발사 당시 통제소 내 북한 과학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발사대를 관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는 비결은 해외 유학파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외국에서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귀국한 기술자들을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겁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최근 몇 년 새 북한이 급속도로 핵과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외국에서 공부한 북한인들 때문일 수 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냉전 시기에는 주로 옛 소련에서, 그리고 냉전 이후에는 이란이나 파키스탄에서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술을 습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와 감시가 강화되자 북한 정권은 해외에 나간 학생이나 연구원들에게 눈을 돌렸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 참여했던 후루카와 가쓰히사 연구원은 해외에서 교육받은 북한 과학자들이 핵무기와 미사일 관련 기술을 습득해서 귀국한 뒤 이를 북한 당국이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최근 몇 년 새 북한 과학자 수 백 명이 해외에 나가 연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유학한 북한 학생 가운데 몇 명이 물리를 전공했고, 루마니아에서는 북한 학생 4명이 재료공학과 일반공학, 전기통신학을 전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1996년 이래 인도 우주센터에서 근무한 북한인은 모두 32명으로, 지난해에도 2명이 이 곳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한 명은 현재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의 책임자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중국에서 공부하는 북한 유학생들에 주목했습니다. 해외에 나간 북한 학생이나 과학자 가운데 중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수가 가장 많고, 중국 학술지를 통해 북한 연구자들이 발표하는 논문 대부분이 물리학, 엔지니어링, 수학, 금속공학, 재료과학 등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은 이들이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이 핵을 비롯해 장거리 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자기펄스(EMP) 개발에까지 응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북한인에게 핵 활동이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북한 유학생들을 규제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올해 유엔에 제출한 대북 제재 이행보고서에서 북한 국적자 4명이 국제과학대학원과 국제이론물리연구소의 통합 박사과정에 소속돼 있었지만, 대북 결의 2321호 채택 이후 학교 측이 수학이나 신경과학 등 민감하지 않은 분야로 이들의 전공과목을 바꾸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스위스 정부는 올해 북한과 의학 분야를 제외한 모든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중단하고, 북한 학생들이 자국 내 고등교육기관에서 재료·전기·기계공학 등을 배울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외교부는 올해 초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원칙적으로 북한과 상호 이해가 있는 분야에서만 북한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특정 분야의 경우 북한 유학생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