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전술핵 재배치 논란에 "한·일 국방력 강화 지지...구체적 언급 부적절"

미국 수도 워싱턴 DC인근의 국방부 건물. (자료사진)

미 국방부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국방력 강화를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일축한 과거와는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방부는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핵 능력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 게 미국의 오랜 정책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동아태 대변인은 11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핵 관련 사안은 비공개 논의로 제한한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을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미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지만 이 시점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 동아태 대변인도 전날 ‘VOA’에 즉답을 피한 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고 연합 군사력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와 국무부의 이런 반응은 5년 전과 사뭇 달라졌습니다.

캐서린 윌킨슨 당시 국방부 동아태 대변인은 2012년 전술핵 재배치 방안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그런 계획과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윌킨슨 대변인] “Our policy remains in support of non-nuclear Korean peninsula. And we have no plan to change that policy…”

윌킨슨 대변인은 한국 방어를 위한 전술 핵무기 배치는 불필요하다며 기존의 확고한 미 방어 공약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또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전술 핵무기는 한국 방어에 불필요하며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이런 입장 변화는 최근 일부 미 유력 매체들이 제기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방안 논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정권에 대한 극적인 경고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미 ‘NBC’방송은 지난 8일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대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한 관리는 한국 정부가 요청한다면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백악관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60%가 자체 핵무장에 찬성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당론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정한 뒤 1천만 명 서명 운동과 홍보 외교를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12일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등 문제가 많다며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전술핵은 1kt~수백 kt의 위력을 가진 소규모의 핵무기로 미국은 지난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과 중국 억제 등을 이유로 총 11개 유형의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했었습니다.

민간단체인 미 군축협회는 지난 7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보고서를 인용해 미군이 모두 500여 개의 전술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단체는 또 미군이 총 1천 411발의 전략 핵탄두를 배치했고 2천 300발은 보관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