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라디오 매거진,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미국 내 은퇴 한인들이 기금을 모아 탈북자 구출과 지원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5년 정월 초하루,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한 은퇴자마을에 사는 한인 노인들이 모여 새해를 맞이하는 설 잔치를 벌였습니다.
당시 한인 노인 15명이 뜻을 모아 마련한 이 행사에는 중국 내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한 기금 모금함이 마련됐습니다.
잔치에 참여한 한인들은 정성을 모았고, 탈북자 한 명을 구출할 수 있는 3천 달러가 마련됐습니다.
당시 노인들은 “부족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라는 마음으로 모은 기금을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대북 인권단체 ‘링크’에 전달했습니다.
이 노인들은 캘리포니아주 내 은퇴자마을로 알려진 라구나 우즈 지역에 모여 사는데요, 이 지역 주민들의 평균 나이는 70세가 넘습니다.
전체 주민 1만8천 명 가운데 한인은 약 1천명으로, 이 가운데 일부는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입니다.
미국에서 전문직 등에 종사하며 성공하고 여생을 편하게 보내오던 한인들에게 탈북자들의 존재는 이제 익숙한데요, 2년 전 설날 잔치에서부터 시작된 탈북자 지원 활동은 일상이 됐습니다.
한인회 행사 때마다 거의 매번 ‘탈북자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있고, 실제로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탈북자 지원활동에 사용됐습니다.
라구나한인회의 활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 내 탈북자 대학생 미국연수 지원과 탈북자 구출기금 모금입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한국 내 탈북자 대학생들을 처음으로 미국에 초청했는데요, 어학연수와 문화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지원했습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경호 씨는 당시 한인 노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경호] “듣는 분들의 눈길이 있잖아요. 감동도 받으시고 울기도 하시고.. 가족을 만난 느낌이 들었어요.”
당시 초청된 5명의 탈북자 가운데 또 다른 학생이었던 이화여자대학교 간호학과 이지연 씨는 고향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았다면서, 자신도 훗날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지연] “아무도 모르는 사람인데 우리에 대해 모르는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사실로, 도와주는 분들이 있구나..”
당시 한인들은 역시 십시일반 모은 2만여 달러를 학생들의 미국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내 탈북자 지원단체‘물망초’ 에 전달했습니다.
올해도 한국 내 탈북자 대학생들을 초청해 4천5백 달러를 전달했고, 이 학생들은 2개월 일정으로 미국에서 언어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지도자 양성이라는 취지로 탈북자 대학생을 지원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탈북자 구출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이 단체를 통해 구출된 탈북자는 총 25명에 달하는 데요, 이를 위해 골프대회와 합창대회, 마라톤 대회, 그리고 탈북자 관련 책 출간 등을 통해 7만여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습니다. 탈북자 기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홍식 박사입니다.
[녹취: 김홍식] “무슨 행사를, 뭘 하더라도 탈북자 구출이라는 숟가락 하나 얹어놓자. 70세 할머니가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러면 훨씬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할머니가 완주하면 돈을 작정을 하자.. 일부러 건을 만들어서..”
은퇴 의사인 김홍식 박사는 `VOA'에, 탈북자 대학생을 교육시키는 것과 탈북자를 구출하는 것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홍식] “말하자면 북한이 우리와 한 나라가 됐다고 가정하면, 세상과 100년 가까이 단절됐다고 하면, 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면 문제예요. 저희들이 볼 때는 그래도 탈북한 사람이 3만 명이라고 하면, 양쪽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일꾼이 되겠구나. 정말 그럴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들이 하는 일이 그 애들을 탈북시키고, 교육시키는 모든 면에서 귀중한 보배 같은 존재들이다.. 실제로 그럴 거 같아요.”
한인회의 일원으로 링크와 단체 간 연락을 맡아오고 있는 베드로 정 목사는 라구나 우즈 한인들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탈북자 지원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드로 정] “우리는 다 6.25를 체험한 세대거든요, 공산 치하가 얼마나 악랄한지 알고 있고, 탈북자들이 일단 중국으로 빠지잖아요. 거기서 끝없는 방황을 하다가 운 좋게 남한이나 미국으로 오는데, 고생은 말할 것도 없죠.. 우리는 지금이야 다들 좋은 데 와서 편하게 사는데, 마음이 아프고 민족적인 사명감을 느끼죠. 열을 올리게 되는 거죠. 서로서로..”
이 단체는 지난 9월 9일 캘리포니아 베버리 힐스에서 열린 ‘링크’의 만찬행사에 초대됐고 이 행사에서도 최근 모인 기금 2천 달러를 전달했습니다.
만찬에 참석했던 김홍식 박사는 지금까지 링크를 통해 구출된 7백여 명의 탈북자들 가운데 한인 노인들의 손길을 통해 구출된 탈북자가 25명이라며,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생생 라디오매거진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