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10.4 정신으로 돌아와야"..."미 B-1B 출격 시 북한 아무조치 없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6일 서울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 내 한반도 관련 소식을 정리해 드리는 ‘서울은 오늘’ 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을 맞아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습니다. 자위권 대응 권리를 언급한 북한의 주장은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미 전략폭격기가 최근 군사분계선 최북단을 비행했을 때 북한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이 밝혔습니다. 한반도가 6·25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에 있다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경고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중심으로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대통령이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기념행사 연설을 했군요?

기자) 네, 문 대통령은 오늘(26일) 노무현재단과 한국 정부가 개최한 기념행사에서 연설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10·4 합의 중 많은 것이 지금도 이행 가능하다며 북한 당국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최대 관심사인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기자)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단호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전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맞서려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정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며 북 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군사적 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입니다.”

진행자) 10·4 선언은 말 그대로 남북한 정상이 함께 합의하고 발표한 것인데, 이번 10주년 행사와 관련해 북한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아직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지도였다”며 남북관계의 기본이 상호 존중과 신뢰의 정신임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거듭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고 협상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에게도 여전히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여러 번 밝혔듯이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중단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발전을 도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와 “남북이 함께 10·4 선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선언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10·4 정상선언은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서명한 것으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와 백두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 10개 항에 관한 합의로 구성돼 있습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이 25일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진행자) 다음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전해 드렸듯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어제(2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폭격기들을 격추할 자위권도 주장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북한이 상황과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의 오늘(26일) 정례브리핑 내용 들어보시죠.

[녹취: 노규덕 대변인]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미국 백악관이 프레스 브리핑에서 25일 자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리용호 외무성이 밝힌 이러한 선전포고, 자위권 언급 등은 상황과 맞지 않는 그런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이어 북한 정부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높이는 근본 원인이 북한 자신의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적 언사임을 깨닫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라고 노 대변인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북한에 선전포고한 적이 없다고 어제(25일) 확인했는데, 북한 정부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평화적 비핵화 원칙을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다만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상황을 계속 악화하며 도발을 강행할 경우 효과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북한이 지적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언급 역시 북한 정권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이지 선전포고가 아니란 게 미 관리들의 설명입니다. 한국 외교부도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언급은 “북한의 지속적 도발과 위협적 언사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리용호 외무상이 어제(25일) 회견에서 미 전략폭격기들이 북한 영공을 넘지 않아도 격추할 권리 등 모든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미 전략폭격기가 지난 주말에 비행했을 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군요

기자) 한국 국정원이 오늘(26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북한이 미 전략폭격기 B-1B의 출격조차 모르는 것 같아 미군 측이 비행궤적까지 공개한 것으로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철우 위원장] “미 전략폭격기가 자정 무렵에 왔기 때문에 (북한이) 전혀 예상도 못 했고 레이더나 이런 데서도 강하게 잡히지 않아서 조치를 못 한 것 같다고…”

이 위원장은 “한마디로 말하면 B-1B가 들어갔을 때 북한에서는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앞서 미 국방부는 B-1B 폭격기들이 북한 동해 위 국제 공역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는데, 북한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군은 북한 정권의 무모한 행동에 미국이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했는데, 정작 북한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해서 이를 발표했다는 겁니다. 앞서 다나 와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전투기나 폭격기 가운데 이렇게 비무장지대 최북단까지 (깊숙이) 올라간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현재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국정원은 북한이 `선 보고, 후 조치'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철우 위원장은 또 북한이 독자적으로 미 전략폭격기의 비행을 판단할 능력이 되지 않아 중국과 러시아의 대공방어망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아봤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B-1B 폭격기에 대한 대응으로 이후에 황해도의 비행기를 동해 쪽으로 이동 전개하고 초계비행도 실시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정보위원들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한반도에서 위기가 어느 때보다 더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은데요. 오늘(26일)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군요

기자) 네, 아주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발적 충돌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오늘(26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 참석해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지만, 북 핵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지금처럼 위험한 수준에 이른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6·25한국 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생각된다는 겁니다.

기자) 한반도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우려일 텐데요. 반 전 총장은 어떤 대응과 해법을 제시했나요?

기자) 상황에 동요하지 말고 침착을 유지하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당부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국력과 국방력 측면에서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하고 한국은 가치와 정치, 군사, 안보 등의 면에서 든든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겁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전쟁이 계획에 따라 일어난 경우도 있지만 우발적으로 발생한 경우도 많았다면서 이를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서도 평가했다고요?

기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일주일 만에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연간 무역 규모가 100억 달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고, 영향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 전 총장은 또 “북 핵 문제로 모든 나라가 북한 정권을 규탄하고 있는 데,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는 반미, 사드 배치 반대 데모가 있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 평양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주유기 옆에 대기하고 있다.

진행자) ‘서울은 오늘’ 김영권 기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 알아볼까요?

기자) 저희 ‘VOA’ 방송이 최근 평양의 주유소(연유판매소) 휘발유 값이 폭등했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었는데, 한국 통일부가 오늘(26일) 이를 확인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안보리 대북 제재 2375호 결의 채택 이후 북한 내 유가가 상승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8월 중순 이후 급등세를 보였고 휘발유는 연초보다 3배로, 큰 폭으로 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기름값 폭등이 평양에만 그런 건가요?

기자) 통일부 당국자는 평양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평양의 경우 주유권을 사서 주유를 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가격을 측정하는 게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쌀값과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무역과 물가, 민생과 관련한 안보리 제재의 영향은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안보리 제재로 북한 총 수출액의 90%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수출액이 28억 2천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2억 8천만 달러로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서울은 오늘’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