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중국은 비민주 사회”... 중국 새 지도부 ‘안개 속’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시작된 어제(18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인도와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워싱턴 시내에서 행한 연설 내용, 자세히 들여다 보겠고요. 중국 당대회 핵심 의제인 최고 지도부 인선 과정 살펴보고,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지역 독립 움직임에 맞서 자치권 회수에 착수한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어제(18일)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어제(18일) 워싱턴 시내에 있는 싱크탱크(정책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정책에 대해 강연하고 질문도 받았는데요. “중국과 중요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비민주적 사회”라서, 민주주의 국가와 맺고 있는 것과 똑같은 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을 비민주적인 사회로 규정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침 이날(18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막을 올렸는데요. 개막 업무보고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100주년인 오는 2049년까지 부강한 선진 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은 민주사회가 아니라고 비판한 겁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중국의 대외정책도 ‘도발적’이고 ‘약탈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남중국해에서 도발적인 행위”를 계속하는 등, 중국이 “국제법과 규범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틸러슨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이해와 우방국들의 주권을 해치는 중국의 도전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력 확대 노력에 대해서도 경계했는데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핵심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창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을 상대로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같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면, 대안은 뭔가요?

기자) 인도입니다. 이날 강연 주제가 ‘다음세기 인도와의 관계 정립’이었는데요. 틸러슨 장관은 “세계 무게 중심이 인도-태평양의 한가운데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평화와 안보, 항행의 자유, 자유롭고 열린 사회체제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미국과 인도가 “인도-태평양 지역 동쪽과 서쪽의 등불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인도-태평양’이라는 말을 반복했군요?

기자) ‘인도-태평양’이라는 말은 보통 극동지역을 제외한 아시아 남부 일대를 가리키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정책에 대해 말할 때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5개국 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 중심 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용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비해, 새 정부는 ‘인도-태평양’과의 협력을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기여는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중국이 오히려 이웃 나라들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틸러슨 장관은 말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신흥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엄청난 사회간접자본 투자 수요가 있는데, 중국이 제공하는 금융 기제가 거대한 빚을 떠 안기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중국이 최근 아시아 신흥개발국들에 철도를 놓고 도로나 다리를 지어주겠다며 제공하는 막대한 투자가 결국 해당 국가들에는 빚으로만 남는다는 겁니다.

진행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빚만 남긴다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틸러슨 장관은 중국의 투자 방식이 해당 국가에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않고, 미래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금 지원과 기술 이전 등을 통해 현지인력과 업체들이 직접 일할 수 있게 해줘야 바람직한데, 대부분 중국 국영기업이 사업을 독점하는 현실을 비판한 건데요. 중국의 이런 투자 행태를 가리켜 “약탈 경제”라고 틸러슨 장관은 규정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말씀 드린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설립 계획을 밝힌 건데요. 지난 8월 동아시아정상회의 장관급회담 참석 국가들로부터 중국의 행태에 대한 증언을 들은 뒤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고 틸러슨 장관은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아시아 지역 안보 협력에 대한 구상도 밝혔나요?

기자) 네. 현재 일본, 인도와 진행중인 다각적 군사협력을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틸러슨 장관은 밝혔습니다. 여기에 호주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인도를 상대로 최근 ‘가디언’ 무인기 판매를 승인한 일을 거론하면서, “방위 유대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연설 내용을 정리하면, 인도와 유대를 강화해서 중국의 도전적 행태에 맞서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와의 유대 강화를 강조한 틸러슨 장관의 이날(18일) 연설은 중국이 들으라고 한 게 명확하다고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CNN방송에 밝혔는데요.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에 물러서거나 무시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 연설에 대해 중국이 즉각 반응을 보였다고요?

기자) 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틸러슨 장관에게 주문했습니다. 이어서, “중국의 발전과 국제무대에서 발휘한 역할을 미국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를 통해 두 나라가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협력”해서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 19차 당대회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손을 흔들고 있다.

진행자) 중국에서 어제(18일)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시작됐는데, 누가 최고 지도부에 들어가는지가 가장 관심사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통상적으로 10년 주기로 당 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습니다. 원래 국가 주석의 임기는 5년이지만, 중국 공산당 2세대를 이끈 덩샤오핑 사후, 10년 동안 임기를 수행하는 게 전통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총리도 유임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지난 2012년에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선출돼서 현재 중국의 이른바 ‘5세대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데요. 집권 2기에 들어가는 이번 19차 대회에서는 시 주석과 리 총리 등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상무위원 등 일부 인사들만 조정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러면 중국 공산당이 지도부를 어떻게 선출하는지 살펴볼까요?

기자) 네, 사실 중국의 지도부 선출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현재 중국 전국의 공산당 당원은 약 9천만 명 정도 되는데요. 이들이 지역 선거를 통해 5년마다 개최되는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할 대표 2천여 명을 선출합니다. 그러면 이들 대표는 당 대회에 참석해 중앙위원회 위원 약 200명을 뽑습니다. 중앙위원회는 다시 25명의 정치국 위원을 뽑고요. 그중에서 또 국가 주석과 총리 등이 포함되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뽑게 됩니다. 참고로 당 강령에는 숫자가 규정돼 있지 않아서 대표나 위원들의 숫자는 당 대회 때마다 약간씩 바뀝니다.

진행자) 현재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은 7인 체제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 공산당과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하는 중국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치국 위원의 임기도 5년이지만 유임도 가능합니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지난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선출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번 19차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새 지도부가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지에 따라 시진핑 주석 집권 2기를 조망해볼 수 있기 때문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어권 매체들은 시 주석의 측근들이 대거 발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68세면 은퇴해야 한다는 이른바 '7상8하’ 라는 원칙이 있어,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이 모두 퇴진 대상인데요. 이 중 4명은 교체될 전망이고요. 시 주석의 측근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거취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왕 서기가 7상8하에 적용되지만 이 원칙을 깨고, 유임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관례대로라면 이번 19차 당 대회에서 차차기 후계자도 지명하게 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에는 '격대지정'이라는 불문율이 있는데요. 중국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고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정해 5년 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정치 수업을 받게 하는 전통입니다. 예를 들어 시 주석의 전임,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 주석의 후임자로 후춘화 현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 충칭시 서기를 일찌감치 낙점했는데요. 이들은 현재 25인의 정치국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번 당 대회에서 7인 상무위원에 발탁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격대지정의 불문율을 깨고 차차기 지도자를 지명하지 않을 거라는 보도도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 장기 집권을 도모할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스페인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진행자)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지역 자치권을 회수한다고요?

기자) 네.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구에 대한 통치권을 신속하게 확보해서 헌법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오는 토요일(21일) 내각 회의를 소집해서, 헌법 155조에 규정된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당국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자치지역을 중앙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이달 초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 정세가 혼란해졌습니다. 투표 참가자 90%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고 자치정부 측이 주장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원천 무효로 규정했는데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주 의회 연설을 통해 공식 독립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됐다가, 이를 유보한 뒤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대화를 거절하고 오늘(19일) 오전 10시까지 독립 선언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자치정부에 시한을 제시했습니다. 독립을 포기하라는 압박이었는데요. 자치정부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은 독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이 오늘 오전 10시 시한에 맞춰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는데요. “중앙정부가 대화를 피하고 억압을 계속한다면 독립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적은 뒤 “카탈루냐 의회가 적당한 시점에 독립 선언문 표결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절차가 조만간 진행되지는 못할 걸로 외신들이 전망하는데요. 자치정부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해산시키고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할 수 있도록 한 스페인 헌법 155조 규정을 발동시키더라도, 상원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실제 효력이 생기기 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한동안은 자치정부와 스페인 당국의 갈등이 이어지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도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카탈루냐 내부에서도 독립 찬·반 양측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요. 이 때문에 시민들이 일상생활 중에도 공공장소에서 서로 공격하는 등 혼란은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번 주 초 스페인 법원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운동을 주도한 단체 대표 2명을 폭동 선동 혐의로 구속시켰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