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한국 방문 중에 북 핵 문제뿐 아니라 북한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인권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이 촉구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자들을 만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7일과 8일 한국 방문 중에 주로 북한 핵 문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 핵 문제뿐 아니라북한인권 문제에도 중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버트슨 부국장] “When we talk about what makes North Korea operate, what makes it possible…”
북한이 부족한 재원을 군부에만 투입하면서 계속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을 극도로 탄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겁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에서는 강제노동이 경제의 핵심 부분이 되고 있고, 표현의 자유나 시민적 정치적 자유가 완전히 탄압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공포를 바탕으로 통치하고 있고, 주민들은 정권의 그런 결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들의 설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어떤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면,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t will be a powerful signal we care about the people of North Korea. We have to emphasize that.”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난다면 미국이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숄티 대표는 미국 대통령의 그 같은 관심이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는 탈북자 면담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숄티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부모를 만나듯이, 또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탈북자들을 만났듯이 트럼프 대통령도 탈북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이야말로 정보 유입 등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북한인권협회의 마이클 글렌디닝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중 핵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인권 문제가 소홀히 다루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글렌디닝 대표] “I think the best message he could deliver is that human rights will remain forefront of American foreign policy…”
인권 문제가 계속 미국 대북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며, 이런 입장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전달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는 겁니다.
글렌디닝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 중에 북 핵 문제로 인한 긴장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가 가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 일본 두 나라에 제시할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공동 의제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First and foremost, Americans and South Koreans who are in prisons in North Korea and their release…”
우선 북한에 수감된 미국인과 한국인 문제와 이들의 석방 문제, 그리고 북한에 의한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책임규명과 처벌 문제를 들 수 있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남북이산가족상봉 문제, 그리고 유엔인권 최고대표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대북접근 허용도 중요한 의제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유엔 기구들을 통해 대북 원조를 제공하는 한국에 그런 원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감독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 중에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미주탈북자동지회 김창호 회장입니다.
[녹취: 김창호 회장] “북한의 인권 상황은 지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북한 사람들이 박해를 당하고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국제적 문제로 들고 나와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신호를 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김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한국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탈북자 단체장들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 해결 방안을 청취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에서 탈북자 구출과 재정착활동을 하고 있는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는 탈북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세 차례나 직접 만난바 있는 조 대표는 미국 대통령이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탈북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짐승처럼 여기저기 팔려 다니고 짓밟히고 나라 없어서 설움 받던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말을 전할 수 있고 가족을 위해 말을 꺼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우리 인생이 역전될 수 있고 힘을 받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된 것 같고…”
조 대표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황폐한 북한 땅을 보면서 북한의 실상을 실감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