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의 차이점 3가지 

  • 최원기

지난 2015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이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집권 2기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오는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적인 지도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날로 진화, 발전하는 반면 북한의 노동당은 뒷걸음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데요.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텍스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제 19차 공산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오는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적인 지도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 시대에 걸 맞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강력한 군대, 부정부패 척결, 경제발전 등을 강조했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은 폐막 연설에서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아편 전쟁 이후 온갖 능욕을 당하던 중국의 처지가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시진핑, 중국어]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연임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25일 축전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 앞으로 보낸 축전에서 “중국 공산당 제19차 대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당신이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거된 데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축전에는 지난 2012년에 있었던 ‘형제적 중국 인민’, ‘조-중 친선’ 등의 문구는 빠졌습니다.

앞서 중국도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을 맞아 평양에 축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노동신문은 중국이 북한에 축전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중국이 보낸 축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악화된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쿠바, 조총련까지 보도하면서 중국 공산당 메시지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선노동당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북-중 관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원래 중국 공산당과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형제당’으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공산당과 노동당 모두 반외세와 항일투쟁의 와중에 창건됐으며, 1930년대 김일성은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현대사연구소의 정창현 소장입니다.

[녹취: 정창현]”당시 중국 공산당 동만 특위 위원으로 있었던 위증민의 김일성에 대한 보고서에 1932년에 입당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노동당과 중국의 공산당은 지난 70년간 정부 차원의 외교 관계 외에 ‘당 대 당’ 채널을 가동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공산당과 북한의 노동당은 추구하는 이념과 정치적 위상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 공산당은 지난 30년 이상 개방정책을 펼친 결과 중국을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놨습니다. 중국은 1인당 소득이 8천 달러를 넘어선데다, 우주선을 발사하고 고속철도가 달리고,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위상도 한결 공고화됐습니다.

중국 공산당에 비하면 북한 노동당의 위상은 초라합니다. 현재 노동당은 3백만 명의 당원을 거느린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주민들은 노동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북한군 출신으로 지난 2009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씨의 말입니다.

[녹취: 권효진]“그전에는 어머니당을 찾았죠. 그런데 지금은 어머니가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요..지금은 당은 개떡 같은 거라고 그러고.. 전반에 퍼져 있어요”

전문가들은 과거 비슷했던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오늘날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국제정세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은 1970년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개혁개방을 추진했는데, 북한을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다시 정창현 소장입니다.

[녹취: 정창현]”신데탕트 시대에 중국은 미국과의 수교에 성공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개방의 길을 걷고, 당시 북한도 대화에 나섰지만 70년대 미국과의 대화에 실패하고 군사비가 과중해 경제건설에 큰 문제가 발생하죠.”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당을 운영하는 방식도 크게 다릅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982년부터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개인독재를 금지시켰습니다. 또 임기제를 도입해 공산당 정치국원을 두 번 이상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 공산당에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젊은 인재가 계속 들어와 중국을 활기차게 이끌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노동당은 1970년 5차 당대회를 통해 ‘당은 오직 수령의 사상에 의해서만 지도된다’는 이른바 ‘유일지도체계’를 명문화했습니다. 이는 오직 김정은 위원장만 당을 지도할 뿐 다른 사람들은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은 전국에 수만개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세우는 등 우상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 노동당도 발전을 하려면 당내 민주화부터 이뤄야 한다고 한국의 강인덕 통일부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5차 당대회, 1961년부터 1970년까지 김일성 개인의 1인독재체제가 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죽어버리고, 김일성 앞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게 되죠, 독재체제니까.”

당의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도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크게 다릅니다. 중국 공산당은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을 선출하고 이들 가운데 7명의 상무 위원을 뽑는데 이중 서열 1위가 공산당 총서기로 국가주석을 겸합니다. 또 최고 지도자의 임기는 2기 10년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노동당을 아예 ‘김일성 당’으로 규정하는 한편 당 규약에도 없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감행했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이런 권력 세습이 노동당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세습한 김정은이라는 젊은이가 정통이 있습니까, 당에서 사업을 해봤습니까, 오로지 백두혈통,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된 거든요, 그것도 지명돼서 된 거든요, 그러니까 공포정치를 하는 거죠.”

과거 중국의 마오쩌둥은 ‘당과 인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의 관계에 비유했습니다.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당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인민의 신뢰를 잃고 외부적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 북한 노동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