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상황은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벌어졌던 학살과 탄압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밝혔습니다. 송 전 소장은 3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가 70년 간 계속된 북한의 인권 유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 사법 심판대에 세우는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상현 소장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ICC 재판소장을 역임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 등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여러 범죄 사실들을 명시했는데요. 이 중 ICC가 다루는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 집단학살에 해당되는 범죄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 재판관) 만일 이것이 ICC에 회부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검사가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아마도 전쟁범죄 아니면 반인도적범죄, 또는 두 가지가 중첩적으로 적용되는 그러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면 북한에서 자행되는 범죄의 책임자, 북한의 경우는 거의 모든 권력을 갖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ICC가 처벌할 수 있는 건가요?
송 재판관) 북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처벌을 받게 세워야 하는가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논의가 많았었는데 그 이유는 비록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UN 안보리가 이 사람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서 처벌할 수 있다고 회부하는 결의를 하면 ICC가 맡아서 수사와 재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논의가 자꾸 됐던 것이고, 왜 유엔 안보리가 이 중대한 인권 위반 사태를 ICC로 회부하지 않는가 하는 여론이 많이 있었습니다.
기자)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유엔 안보리에서 제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요?
송 재판관) 대체로 그럴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고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유효한 결의가 돼 그대로 실시가 됩니다. 항상 보면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하는 것은 되는데 강대국들이 반대를 해 아예 표결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기 전에 이런 저런 방법을 써서 뜯어 말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그것이 잘 안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기자) ICC가 여태까지 다룬 사례나 아니면 2차세계대전 이후 여러 전범 재판이 열렸는데 북한과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까?
송 재판관) 비슷한 문제가 나치 홀로코스트를 우리가 알지만, 나치 시대에 그런 수용소라든지 고문과 학살과 같은 일을 여러 해 동안 했습니다. 또 스탈린 시대에도 그런 똑같은 인권유린 행위를 했고, 지금 북한 정권이 하는 행위도 거의 비슷한 행위입니다. 히틀러가 자행했던 행위는 몇 년 내에 없어졌고, 스탈린의 수용소, 굴락이라고 하는, 그것도 몇 십 년 내에 없어졌는데요. 지금 북한의 인권 위반 사태는 7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사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기에 따라선, 제가 (예로) 들은 세 가지 사례 중에서 북한 사태가 가장 오래 지속되면서도 심각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지적을 하고 국제여론적인 압박을 가해, 제일 좋은 것은 유엔 안보리가 이 것을 회부하는 결의를 해주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과거 ICC 검찰부는 연평도와 천안함에서 발생한 사건을 자체 조사했으나 증거수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재판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는데요. 검찰부가 앞으로도 북한 정권에서 일어나는 전쟁범죄 혹은 반인도범죄를 조사한다고 해도 제소하기는 어렵다는 건가요?
송 재판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고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하면, 물론 북한 당국을 접촉해 증거자료를 내달라, 수사관이 북한을 방문하게 해달라고 한들 북한에서 콧방귀나 뀌겠습니까. 절대 응하지도 않겠죠. 그런 사정은 (천안함, 연평도 예비조사를 담당한) 오캄포 검사가 몇 년 전에 조사를 하려고 했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을 겁니다. COI 보고서가 나온 다음에, 그 보고서는 372페이지가 되는 보고서인데, 이런 저런 많은 증언과 증거자료를 집대성해서 잘 분석해 집약한 보고서입니다. 그것 자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탈북자나 관계자들을 통해서 충분히 많은 증언이나 관계서류, 자료 같은 것을 수집할 길이 있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기자) 수단 오마르 알 바시르에게 전쟁범죄 및 대량학살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됐었으나 체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구속력이 없다 이런 비판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송 재판관) 물론 2005년에 수단 알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를 했는데 10년이 넘도록 집행이 안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ICC가 종이호랑이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ICC에서 발부한 구속영장 같은 것은 시효가 없습니다. 10년 후가 되든, 20년 후가 되든, 50년 후가 되든, 알 바시르 대통령은 아마 잠 잘 때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할 겁니다. 아무 때나 자기 머리 위에 구속영장이 댕글댕글 달려 있기 때문에 하야를 하던 권좌에 남아 있건 어느 날이건 붙들려 올 날이 있거든요. 구속영장이 항상 효력이 있거든요. 저희는 집행이 빨리 안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기자) 그러면 만약에 김정은에게도 똑같은 영장이 발부된다면 김정은도 불안해할 거란 말씀인가요?
송 재판관) 그렇죠. 회원국 어느 나라도 여행을 갈 수가 없죠. 가면 붙들려서 (ICC가 위치한 네덜란드) 헤이그로 신병인도가 될 테니까 못 가죠. 알 바시르도 그래서 회원국이 아닌 나라만 잠깐 가거나 아예 안가고 말지, 행동이 많이 제약이 되고 불안하죠.
기자) ICC와 북한과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송 재판관) 유엔이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응해 제재하는 결의를 했는데요. 제일 마지막 결의를 보면 북한을 옹호하는 다른 강대국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원래 결의안 내용을 희석시킨, 타협된 제재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원유 거래 면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통제를 하는 대신에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결의안 자체에서 삭제하는 그런 타협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유엔 결의안에 김정은의 이름이 포함됐어야 한다는 건가요?
송 재판관)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북한 동포가 수천만 명이 살고 있지만 아주 조직적인 검열에 의해서 유엔이 그런 결의안을 통과시키는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최고 권력층에서 김정은의 지도층 내지 지지층들은 국제사회에서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요. 유엔이라고 하는 인류 모든 국가가 가입이 돼 있는 국제기구에서 자기들 지도자 이름이 나쁜 맥락으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큰 충격을 줄 것이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기회가 될 겁니다. 그 이름은 결의안에 유지하는 게 맞고 다른 데서 양보해줬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으로부터 북한의 인권 상황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ICC에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