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은 동맹의 굳건함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한 동맹의 공조를 재확인한 성공적인 방문이었다고 한국의 많은 전문가가 평가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삼가고 절제된 언행을 보여준 것은 한국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치권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독재 체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비난이 북한의 강한 반발로 이어져 협상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여러 우려를 불식시킨, 기대보다 훨씬 성공적인 방한이었다”
한국의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9일 ‘VOA’에 한미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해 중국에 대해 입지를 강화한 게 큰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한미 동맹에 대한 견고함을 확인함으로써 중국에 대해 한미 동맹 사이에 이간이 불가능하다는 효과를 보여준 겁니다.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그런 시도가 많이 있었는데, 그런 게 소용없다는 메시지를 줬습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한 대중 압박을 하는 데 힘을 얻게 된 것도 있죠”
한국 역시 동맹의 굳건함과 양국 사이의 엇박자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재확인한 성과가 있었다는 겁니다.
천 전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자극할 수 있는 기존의 강경 발언을 자제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가 많이 해소된 것을 성과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전성훈 전 비서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여러 가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라든가 한미관계 동맹 차원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와 걱정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우려를 말끔하게 해소하고 한미 동맹 관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에 대해서 상당히 신뢰를 주는 행보를 해서 많은 사람의 우려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방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판매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리를 챙겼고, 한국은 관리 외교를 통해 미-한 동맹이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신뢰와 안보 우려를 불식시킨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사드 추가 배치가 없고, 미-한-일 세 나라 간 군사동맹도 없으며, 미국의 미사일 방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한-중 사이의 3불 입장과 문 대통령의 지난주 ‘균형외교’ 발언에 대해 우려가 나왔었지만, 이를 잘 조율해 이견 표출이 거의 없었던 것은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돌출 발언을 삼가고 굉장히 정제된 발언을 했다며, 특히 국회 연설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과거와는 다른 긍정적 이미지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덕민 전 원장] “아주 국회 연설이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좋은 내용이었고.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서 상당히 평가를 했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도 있었고. 북한의 문제점에 대해 아주 날카롭게 지적했고. 북한의 인권 문제도 제기했고.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 국민이 감명을 받을 수 있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그런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리에 나와 있던 반미 데모를 한 분들이 좀 머쓱해진 상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한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특히 8일 국회 연설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 평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강화된 한미동맹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항구적 평화체제 모색을 강조”했다며 이는 문재인 정부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강훈식 대변인]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를 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희경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 현실을 비교하며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에 우려를 나타낸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희경 대변인] “북한 인권 참상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말을 쓰는 북한 주민들이 절망과 기아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 정권의 체제 비판과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현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협상에 나올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rth Korea is not the paradise your grandfather envisioned. It is a hell that no person deserves….”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렸던 낙원이 아니라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자행한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모든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에 훨씬 나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도 보수성향인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한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한반도 필수 교재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진과 영광의 역사, 북한의 퇴행과 억압의 역사를 분명히 대조해 보여줬기 때문에 다음 세대가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교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수 진보 야당인 정의당은 연설 내내 “반공교육을 받는 느낌이었다”며 해법없이 도덕주의로 일관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진보 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으로 호의적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관리는 이날 ‘VOA’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 반응이 나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부정적으로 나가지 않고 문재인 정부가 잘 관리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직 고위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 중에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기 때문에 그가 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추가 조치를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다행이란 생각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대북 관련 ‘굴복 압박’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손님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관리 차원에서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아 비서관을 지낸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강경하고 미국 중심의 발언을 해 왔기 때문에 반사 효과로 호의적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배기찬 전 비서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강경하고 워낙 미국 중심의 발언을 많이 하셨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상당히 부드럽고 또 한국을 염두에 두는 발언을 하셔서 아마 일반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낮았었는데 그에 비해서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보다는 많이 부합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높은 평가가 있는 것 같아요.”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자신의 인터넷 관계망 서비스에 “북한이란 상대를 부정하면, 대화나 협상의 필요성이 없다”며 이제 물밑접촉의 기회도 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했다고 강조하면서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이 포괄적 동맹을 뛰어넘어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