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필리핀 정상회담...중동 강진 450명 이상 사망

13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두테르테 로드리고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오늘(13일) 첫 정상회담에서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관여했는지에 대해 푸틴 대통령을 믿는다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막바지에 나왔던 말들 이어서 정리해드리고, 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강한 지진 소식에 이어서,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을 모독하면 최고 징역 3년에 처하는 데 홍콩 주민들이 저항하고 있는 이야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1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만났군요?

기자) 네.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를 순방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 방문국 필리핀 일정을 어제(12일) 시작했습니다. 수도 마닐라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가 진행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행사에 참석한 뒤 오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회담했습니다. 두테르테 정부의 대대적인 마약단속에 미국이 인권 침해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진 터라, 두 정상 간 첫 만남에 더욱 관심이 쏠렸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필리핀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정상간 첫 만남,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분위기가 기대보다 좋았던 걸로 보도됐습니다. 회담 직전 공개된 사진촬영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아주 좋은(great) 관계”를 맺어왔다고 말했고요. 두테르테 대통령도 어제(12일) 아세안 50주년 기념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노래 요청을 받고, 현지 인기가수 필리타 코랄레스와 함께 ‘당신(Ikaw)’이라는 곡을 정성스레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양국 관계를 껄끄럽게 만든 필리핀 인권 문제는 오늘(13일) 회담에서 논의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필리핀의 인권문제를 오늘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지 묻는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는데요. 회담 직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테러집단 IS 문제와 불법 약물 거래·유통이 주요 의제였다고 설명하면서, “필리핀의 불법 약물 단속을 논하던 중 인권문제가 잠시 동안 거론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측 발표는 어떤가요?

기자) 필리핀 쪽 이야기는 다릅니다. 정상회담 직후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 궁 대변인은 “인권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양 측 이야기가 엇갈리면서, 명확하게 해달라고 취재진이 요청했지만 백악관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인권 문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기자) 지난해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 당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만성적인 불법약물 유통 근절에 나섰는데요. 용의자가 저항하면 현장에서 사살해도 좋다는 지침을 경찰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 민병대에까지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없이 처형된 사람이 미성년자들을 포함해 4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미국과 유럽연합(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고 미군 철수를 거듭 주장하면서, 미국과 EU를 상대로 거친 막말과 함께 반발했고요. 외교적으로 ‘친 중국’ 노선을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자, 최근 필리핀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고요?

기자) 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담화를 통해 마약단속 작전 최종 지휘권을 경찰과 군을 비롯한 기타 사법기관에서, 전문기관인 마약단속청(PDEA)으로 넘겼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필리핀 정상회담 살펴봤고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관련 발언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주 금요일(11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용기 안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이 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물어봤더니, 우리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뒤에도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트럼프 러시아 대선개입관련 발언] "And I feel that having Russia in a friendly posture, as opposed to always fighting with them, is an asset to the world and an asset to our country, not a liability."

기자) 러시아와 언제나 싸우려고만 하지 말고, 우호적인 자세로 대하는 게 미국과 세계에 자산이 될 것이라는 말인데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 당국이 지난해 미 대선에 해킹(불법전산망 침입) 등으로 개입했다는 수사 결과를 이미 여러 차례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 당국의 공식 입장보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믿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어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토요일(12일) CNN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고요.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시스템과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려 했다"고 지적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반응했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베트남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기관을 지지한다”며 기존 발언에서 물러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가지 사안을 놓고 짧은 시간 동안 말을 바꿨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13일 이란 서부 샤르폴-에-자하브 시의 건물들이 강력한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모습이ㅏㄷ.

진행자) 이란과 이라크 일대에서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고요?

기자) 네.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지난주 금요일(12일) 밤 규모 7.3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인명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데요. 현재 사망자가 450명을 넘긴 것으로 보도됐고요. 부상자는 7천 명이 넘고, 이재민도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지진 발생 후 며칠 지났는데도 인명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거군요?

기자) 네. 사망자 대부분은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 주에서 나왔는데요. 지진 발생 지역 대부분이 접근이 어려운 오지인 탓에 구조작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건데요.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사태는 올해 전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들어 최대 인명피해를 낸 지진은 지난 9월 규모 7.1로 멕시코를 강타해 3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었습니다.

진행자) 이재민 수가 수만명이라고요?

기자) 이란 당국은 이재민이 최대 5만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요. 이란과 이라크뿐 아니라 터키, 요르단, 시리아, 아르메니아를 비롯해 이스라엘,등 중동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됐기 때문에 여진 발생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바레인 친선축구 경기에서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동안 홍콩 시민들이 야유를 보내고 있다.

진행자) 얼마 전 중국 정부가 국가 모독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했죠?

기자) 네. 나라마다 그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 국가가 있죠. 중국의 국가는 ‘의용군 진행곡’, 다시 말해 의용군행진곡인데요.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면 기존 구류 15일에서 최대 징역 3년형으로 처벌을 강화하도록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달 초 의결했습니다. 전인대 의결 직후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부칙에 관련 조항이 추가된 건데요. 중국 국가에 존경심을 표현하지 않는 홍콩 주민들을 겨냥한 입법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진행자) 홍콩 주민들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운동 경기 때 국가연주 도중 야유를 보내는 홍콩 주민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인대가 의용군행진곡 모독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던 건데요. 지난주 금요일(9일) 홍콩 몽콕경기장에서 진행된 바레인과의 친선축구에 앞서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되자 상당수 관중이 야유를 보내면서 홍콩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일부는 국가연주 도중 직접적인 모욕 행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는데요. 연주가 끝나자마자 일부 관중들은 “우리는 홍콩이다”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사람들이 ‘최대 징역 3년’이라는 처벌을 겁내지 않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9일) 축구경기 현장에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한 관중은 의용군 행진곡이 “홍콩을 상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체포 당할 때 당하더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처벌을 겁내지 않는다는 건데요. 국가를 모독하면 감옥에 3년 동안 가둔다는 법규 자체를 홍콩 시민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 집행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 집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라니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축구경기 현장에 나온 18세 청년은 “관중이 수천 명인데, 어떻게 일일이 찾아내 잡아갈 수 있나"면서 “국가법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9일) 경기장에서 의용군행진곡 연주 도중 야유한 사람들이 체포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홍콩의 한 축구단 대표는 앞으로 입장권을 구입할 때 이름을 등록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지금은 별로 실효성이 없는 건데, 중국이 이런 법을 추진한 이유가 있겠죠?

기자) '홍콩 독립' 의견을 누르기 위해서 더욱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중국 지도부가 내린 것으로 영국 신문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들은 분석했습니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일국양제’ 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국가의 권위를 강조하는 것을 방책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