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김정은, 특사 면담 거절로 '핵 보유 의지' 거듭 천명

지난 17일 시진핑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왼쪽 네번째)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평양 만수대 홀에서 회담을 가졌다.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 두 나라가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사태인데요, 북한은 이를 통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 한 것이 공식 확인됐나요?

기자) 공식 확인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는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룡해와 리수용 당 부위원장 면담 등 쑹타오 특사의 평양에서의 활동을 전하면서도, 김 위원장 면담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면담이 이뤄졌지만 양측이 보도하지 않기로 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진행자)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북한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 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요?

기자) 이례적인 정도를 넘어서 북-중 관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특사의 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란 분석도 하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공산당 지배체제인 중국에서 당 부장은 장관급 이상의 지위인데다, 무엇보다 특사는 직책 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메신저라는 자격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왜 쑹타오 특사를 만나지 않았을까요?

기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이를 통해 핵 포기는 절대 없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쑹타오 특사 파견은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이뤄졌는데요, 북한은 특사의 핵심 메시지가 자국의 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미-중 정상 간 합의 내용인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김 위원장은 특사가 전할 중국 측의 메시지에 거부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과 중국 관계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악화돼 온 것도 이번 사태와 관계가 있나요?

기자) 당연합니다.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된 건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면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저해하고, 국제적으로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한 게 주요 이유입니다. 또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가담하고 있는 데 대한 반감이 컸던 겁니다. 올해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북-중 정상회담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진행자) 중국에 대한 북한의 반감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의 논평을 통해 중국이 ‘개구리 올챙이 때 생각 못 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과거 서방국들과 소련의 강한 반대와 제재를 무릅쓰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 것을 빗댄 겁니다. 북한은 또 미국에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어떤 종주국이나 맏형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정부나 당 차원의 공식 성명은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엿보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확인됐다고 할 수 있지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 핵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또 적잖은 전문가들이 이런 평가에 견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여건과 국가이익을 고려해 북한을 다뤄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북 영향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진행자) 결국 이번 특사 방북에도 불구하고 이런 북-중 관계가 달라지기는 어렵겠군요?

기자) 그렇다고 두 나라 관계가 더 악화되지도 않을 전망입니다. 집권 2기에 접어든 시진핑 주석이 대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북한 역시 혈맹인 중국과 계속 각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중국이 앞으로 북 핵 중재자로서의 역할이나 대북 제재와 관련해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21일자 `글로벌 타임스’ 신문의 보도가 주목됩니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매체는 사설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중국은 이제 유엔의 틀에서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데 좀더 강조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과 워싱턴의 대립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중국이 두 당사국 보다 더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은 미-북 간 문제임을 강조한 겁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