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 두 나라가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사태인데요, 북한은 이를 통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 한 것이 공식 확인됐나요?
기자) 공식 확인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는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룡해와 리수용 당 부위원장 면담 등 쑹타오 특사의 평양에서의 활동을 전하면서도, 김 위원장 면담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면담이 이뤄졌지만 양측이 보도하지 않기로 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진행자)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북한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 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요?
기자) 이례적인 정도를 넘어서 북-중 관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특사의 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란 분석도 하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공산당 지배체제인 중국에서 당 부장은 장관급 이상의 지위인데다, 무엇보다 특사는 직책 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메신저라는 자격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왜 쑹타오 특사를 만나지 않았을까요?
기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이를 통해 핵 포기는 절대 없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쑹타오 특사 파견은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이뤄졌는데요, 북한은 특사의 핵심 메시지가 자국의 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미-중 정상 간 합의 내용인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김 위원장은 특사가 전할 중국 측의 메시지에 거부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과 중국 관계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악화돼 온 것도 이번 사태와 관계가 있나요?
기자) 당연합니다.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된 건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면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저해하고, 국제적으로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한 게 주요 이유입니다. 또 북한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가담하고 있는 데 대한 반감이 컸던 겁니다. 올해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북-중 정상회담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진행자) 중국에 대한 북한의 반감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의 논평을 통해 중국이 ‘개구리 올챙이 때 생각 못 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과거 서방국들과 소련의 강한 반대와 제재를 무릅쓰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 것을 빗댄 겁니다. 북한은 또 미국에서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어떤 종주국이나 맏형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정부나 당 차원의 공식 성명은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엿보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확인됐다고 할 수 있지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 핵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또 적잖은 전문가들이 이런 평가에 견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여건과 국가이익을 고려해 북한을 다뤄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북 영향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진행자) 결국 이번 특사 방북에도 불구하고 이런 북-중 관계가 달라지기는 어렵겠군요?
기자) 그렇다고 두 나라 관계가 더 악화되지도 않을 전망입니다. 집권 2기에 접어든 시진핑 주석이 대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북한 역시 혈맹인 중국과 계속 각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중국이 앞으로 북 핵 중재자로서의 역할이나 대북 제재와 관련해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21일자 `글로벌 타임스’ 신문의 보도가 주목됩니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매체는 사설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중국은 이제 유엔의 틀에서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데 좀더 강조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양과 워싱턴의 대립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중국이 두 당사국 보다 더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은 미-북 간 문제임을 강조한 겁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