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중국 특사 김정은 면담 불발..."전례 없어"

  • 최원기

시진핑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맨 오른쪽)이 지난 20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오른쪽 두번째)의 마중을 받으며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귀빈 통로를 나오고 있다. 쑹 부장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회동하며 3박4일간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나지 못한 것을 알려졌다.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중국 특사의 평양 방문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쑹타오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북한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박4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지난 20일 오후 베이징으로 복귀했습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이튿날 쑹타오 부장의 귀국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인민일보'는 대신 쑹 부장이 ‘북한 노동당 중앙 지도자’와 만나 양국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고만 보도했습니다.

앞서 쑹 부장이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던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도 김정은 위원장 면담 여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쑹타오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못 만난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5년 전인 2012년 11월 시진핑 주석은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리젠궈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평양에 간 리젠궈 부위원장은 11월 30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인민일보'는 12월1일 두 사람의 회동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인민일보'는 쑹 부장의 이번 방북 결과를 국제면 하단에 1단으로 작게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쑹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김정은을 만났다면 당연히 최고 영수이기 때문에 ‘김정은 동지를 만났다’ 이렇게 나와야 되는데, 이게 없는 걸 봐서, 못 만난 것으로 보입니다. 친서를 최룡해를 통해 전달했겠죠.”

김정은 위원장은 지방 시찰을 이유로 쑹 부장을 만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의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 지도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김정은 동지께서 화물자동차 생산과제를 빛나게 수행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를 현지 지도하셨습니다.”

북한 매체의 보도 행태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의 자동차공장 방문은 전날인 20일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20일은 쑹타오 특사가 귀국한 날이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측이 ‘김 위원장이 지방출장 중이어서 면담이 어렵다’는 핑계를 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거기 가서 휘휘 돌아다녔다는 것은 뭔가 중국 공산당 대표단을 안 만나기 위해 회피도 하고, 내가 인민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다보니 당신네를 만날 시간이 없소, 라고 어필하기 위한 쇼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 커다란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과거에도 유엔 동시가입 문제를 중국이 김일성에게 통지할 때, 또 남한과 국교정상화 할 때도 화는 났지만 김일성은 만났거든요, 화가 나도 만나야죠, 이번에 큰 결례를 저지른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쑹 특사 면담을 거부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불만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모두 찬성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산 석탄, 섬유 수출을 차단한데 이어 석유 공급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중국 특사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중국 당신네들이 우리 편은 못들망정 미국에 장단을 맞춰 자금동결, 인력 수출 차단 등 착착 보조를 맞추니, 숨통은 조여오고,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할 길은 없고, 그러니 쑹타오 부장을 안 만나는 방식으로 중국에 불만을 표했다고 봐야합 니다.”

두 번째는 면담 거부를 통해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던 시진핑 주석은 `쌍중단' 등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종의 방안을 쑹 부장 편에 들려 평양에 보냈을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핵, 미사일 체계 완성을 눈 앞에 둔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금은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면담 자체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워싱턴의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Once he achived this comprehensive nuclear strile capability including ICBM that point he will negotiate…”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외교 역량이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김정은이 외교적 제스처를 쓰면서 남을 설득하는 언변이 없고, 욱하는 성격에,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능력이 없다고 봐요.”

중국 측 특사의 평양 방문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 한데 이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예측불허의 긴장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