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지식 강연회 무대에 오른 한 탈북자가 북한의 호화 별장에서 일하다 미국까지 오게 된 긴 탈북 여정을 소개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기간에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던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이중성을 폭로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고위 간부의 별장에서 일했던 탈북자 체리 양 씨가 최근 영국의 공립대학인 킹스칼리지런던이 주최한 테드엑스(TEDx) 강연에서 북한 정권의 이중성을 폭로했습니다.
[녹취:체리 양] “While so many North Koreans were suffering, starving and dying, North Korean officers were living lavish life style.”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과 기아로 죽어가고 있는 동안 북한 당국자들은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고위 간부의 별장에서 일하도록 선택된 것을 일생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양 씨는 별장 시설이 자신이 전혀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매우 호화로워 무척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기간에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런 선전을 믿었지만, 별장에 도착하는 순간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양 씨는 정권의 비밀, 즉 고위 간부들의 호화 생활을 알게 된 후, 그 곳은 살 수 없지만 떠날 수도 없는 지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5일 간의 준비 끝에 별장을 탈출한 양 씨는 무사히 가장 친한 친구의 집으로 갔지만 그 곳도 결코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녹취:체리 양] “Soon after arriving, my friend informed me that 400 soldiers and police officers were hunting me down.”
400명의 군인과 공안요원들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들었다는 겁니다.
결국 북한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양 씨는 2002년 가을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했고, 1년 후에는 부모님과 여동생도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후 양 씨 가족은 중국에서 불안한 3년을 보낸 뒤, 부모님이 먼저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떠났지만, 도중에 아버지가 병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양 씨는 중국에서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탈북자들에 관한 뉴스들을 읽으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접했고, 특히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체리 양] “This gave me an idea. I thought I would go to Thailand to meet out parents and I would go to US embassy…”
그 기사를 읽고 태국에 가서 어머니를 만난 뒤 미국 대사관에 가서 이민을 신청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양 씨는 동생과 함께 중국에서 태국으로 탈출하면서 각자 면도칼을 몸에 지녔고, 잡힐 경우 자살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떠난 지 5년 만인 2007년에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양 씨는 지금도 미국 땅에 처음 도착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체리 양] “It was my first time since I left the villa that I could sleep peacefully. My nightmare sort of being caught finally ended.”
별장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고, 붙잡힐 지도 모른다는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는 겁니다.
양 씨는 자유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자유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로운 여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운 좋은 사람 가운데 하나일 뿐, 북한에는 아직도 자유를 만나지 못한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테드엑스는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생각들을 널리 알린다’는 목표 아래 열리는 세계적인 강연행사인 테드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세계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열리는 비영리 행사입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