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체제 결속과 테러지원국 재지정 반발 의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을 발사한 29일 평양 기차역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성-15형 시험발사가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체제 결속 등 다양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내 경제와 체제 안정까지 위협받고 있어 북한 수뇌부가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국정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화성-15형 발사는 미국에 대한 타격 능력 과시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서훈 국정원장이 이같이 보고했다며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계속된 도발과 압박 강화로 정세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분석에 대해 국정원 대북실장을 지낸 김정봉 한국융합안보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29일 ‘VOA’에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이 체제 안정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을 북한 수뇌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정봉 전 실장] “다 동의하고 더 사례를 들자면 황병서와 김원홍이 지금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바로 제재 때문이죠. 총정치국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중국에 수출해 총정치국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돈이 없으니까 부정이 생겼죠. 그러다 보니 당에 걸려서 검열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다 제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총정치국도 먹고 살기 힘들 정도니까요”

북한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의 무역이 90% 가까이 봉쇄되면서 뇌물에 가계수입을 의존하던 간부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0회 이상 남북회담에 참여했었던 문성묵 전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는 북한의 성명을 자세히 보면 외부용도 있지만, 내부 결속에 무게가 더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전 대표] “새벽에 발사하고 12시를 기해 중대 보도를 하고. 그 중대 보도는 결국 북한 주민들도 다 보는 거 아닙니까? 대외적인 것뿐 아니라.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서명한 친필 서명한 명령서를 공개도 했죠? 거기에 보면 당과 국가를 위하여 김정은이 이번에 결단을 내린 거죠. 국제사회의 그 부당한 많은 압력과 협박 가운데서도 당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이런 결단을 했고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핵무력을 완성한 위대한 지도자. 이 지도자를 모시고 일치단결해 이 어려움, 간난고초를 극복해야 한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많지 않았을까? 내부용이 좀 더 많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최근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보면 제2의 `고난의 행군' 등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북한 수뇌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결속이 절실했을 것이란 겁니다.

국책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그러나 내부용보다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관련해 대미 결사항쟁 차원에서 화성-15호를 발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북한은 미국과의 물밑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음에 따라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반격을 가할 필요가 있었고 새로운 형태의 화성-15호를 등장시킴으로써 대미결사항쟁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반발과 내부 결속 의도가 모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29일 기자들에게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최근의 추가 제재 등 전방위 외교·경제적 압박에 대한 반발, 북한 내부의 경제난 악화와 권력기관 숙청,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북한군 망명 등 내부 불안요인 확산을 경계해 체제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거듭 과시해 대미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것은 국면 전환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북한 입장에서) 국면을 주도하려면 치고 나가야 하는 겁니다. 자기들의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이후에 자기들이 주도하면서 국면을 끌고 가려는 거죠. 그래서 여전히 남북대화나 통로 부분을 북한이 활용할 것으로 봅니다. 공화국 정부 성명을 보면 자신들의 핵은 자위적인 거고 평화애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지금은 분위기가 경색돼 있지만 며칠 안 지나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관한 입장을 내 놓을 가능성도 있어요. 유엔 제재 논의가 다시 시작이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아마 국제사회와 한국을 이간질하는 차원에서라도 그럴 수 있습니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도 북한 수뇌부가 많이 서두르는 것 같다며 경제적 시간이 북한 편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봉 전 실장] “군사 기술적으로 시간은 북한 편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시간이 북한 편이 아닙니다. 제재 때문에 지금 죽을 지경입니다. 그러니까 빠른 시간 내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미국을 공갈 협박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만 미국이 대화에 응할 테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속도를 높여서 미국을 협박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계속 그리로 가는 겁니다. 아마 금년 중에 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술적 부문에 대해서는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이 엔진 성능에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입증되지 못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등에 관해 북한이 아직 입증한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선전은 하고 있는데 오늘 보여준 내용만을 가지고는 그동안 발사한 것 중 가장 높은 고도로 날려 보냈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ICBM의 완성이라고 말할 어떤 근거, 검증된 것은 찾기가 아직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재진입 이후의 목표지점까지의 유도, 이런 것들이 이번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것 같습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화성 14형에서 15형으로 가는 엔진은 기존에 없던 방식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1단 엔진을 두 개로 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채연석 전 원장] “14에서 15로 갈 때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1단 엔진을 화성 14보다 상당히 더 큰 것, 새로운 엔진을 쓴다든지, 아니면 화성 14에 썼던 엔진을 두 개 단다든지 이런 형태가 아니면 전체적으로 성능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단은 화성-14형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두 개로 늘려 활용했을 수 있고 2단 역시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개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채 전 원장은 그러나 북한 당국이 선전 목적으로 기술적 진전 없이 화성-14형에 장착했던 탄두의 무게를 줄이거나 탄두 없이 발사해 거리를 늘렸을 수도 있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