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북한, 독립적 분배감시 요청 번번이 거부”

지난 2004년 8월 북한을 방문한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교장관의 부인 닉키 다우너 여사가 WFP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평양 식품공장을 찾았다. (자료사진)

호주 외교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중단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유엔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분배 감시를 하려고 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호주 정부가 지원한 인도주의 사업에 대한 독립적인 분배감시와 평가 요청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고 호주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호주 외교부 대변인실은 5일,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VOA’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호주 당국자들이 (유엔 기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체적인 분배감시와 평가를 위해 북한에 방북 요청을 했지만, 매번 거절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호주 정부는 지난달 26일 ‘VOA’에, 세계식량계획, WFP의 2016년 대북 영양지원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끝으로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호주는 2015년 12월, WFP의 해당 사업에 3백만 호주 달러, 미화 22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대변인실은 호주 정부가 지난 1994년부터 2015년 사이 WFP의 대북 영양지원사업에 제공한 금액은 9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가 지원한 자금은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 수유모 등 취약계층에 영양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호주는 그 동안 북한에서 분배 감시 활동을 맡아온 WFP 대신 독자적인 분배 감시를 시도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번번이 거절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WFP 아시아 지역 사무소의 실케 버 대변인은 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공여국 각국 정부가 계획한 분배 감시 활동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WFP의 분배 감시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동참한 국가들도 앞서 ‘VOA’에 대북 지원과 관련해 정기적으로 분배 감시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들 나라의 분배 감시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유엔 등의 대북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해 왔으며, 이를 통해 캐나다 지원 프로그램의 모니터링과 후속 점검이 이뤄져 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독자적으로도 분배감시 활동을 벌이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외무부도 정기적으로 대북 지원 분배 감시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년에 몇 차례 현장 점검을 하는 수준입니다.

스웨덴 외무부 산하 국제개발협력처의 수잔 미하일 지원 담당 국장은 지난 9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보통 1년에 한두 번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분배 감시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미하일 국장] “Well, it’s never enough. No because usually when we travel, we tried to cover….”

분배 감시를 위해 방북했을 때 가능하면 모든 사업을 둘러보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위스 정부는 정기적으로 대북 지원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접근 요청을 거부당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도 앞서 지난 2009년 북한 전역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했던 영양 실태 조사를 북한 당국이 허용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WFP를 통한 대북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국제개발처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WFP가 배치하는 한국어 구사 요원을 당초 합의한 수만큼 허용하지 않은 것도 식량 지원을 중단한 이유라고 밝혔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WFP가 다른 민간단체들보다 분배 모니터링을 하는 데 있어 높은 수준의 방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에 의해 현장 방문이 거절되거나 지연 또는 취소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1년 이후 대북 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해당 국가가 얼마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지 살펴보고, 지원이 필요한 다른 나라들의 사정과 비교하며, 구호물자가 원래 의도대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원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