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총상을 당한 채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병사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미군의 신속한 대응과 후송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군인을 직접 후송한 미군 항공의무후송 대원들은 ‘VOA’에 꾸준한 미-한 군사연습 때문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미군 대원들을 만나 당시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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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은 북한 군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의 생명을 살리는 데 우리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만난 미 2사단 제2전투항공여단 소속 항공의무대원 5명은 ‘VOA’에,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영광을 북한 군인의 용기와 다른 동료들에게 돌렸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당한 채 망망한 북한 군인을 헬기에 태워 아주대병원으로 후송한 주인공들입니다.
랜스 칼버트 미 2전투항공여단장은 6일 북한 군인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후송한 팀원 5명에게 육군 공로메달을 수여했습니다.
북한 군인 오 씨를 직접 헬기에서 응급치료한 고펄 싱 의무담당 부사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상태가 워낙 심각해 기도했다며, 10~15분 안에 숨을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싱 부사관] “I said a prayer because I know from the..."
과거 이라크에서 많은 부상병을 응급치료했었던 싱 부사관은 북한 군인이 여러 군데 총상을 당해 희망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싱 부사관은 북한 군인을 직접 태웠던 긴급 후송용 블랙호크 헬기 (UH-60) 안으로 기자를 안내하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싱 부사관] “They brought the patient into the aircraft here….”
북한 군인은 숨을 거의 쉬기 힘들 정도로 위독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특히 총상을 당한 곳으로 공기가 들어가 신체 압력이 높아지면 숨을 쉬지 못해 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급히 8.8 cm 미터 길이의 바늘로 왼쪽 흉곽에 감압시술을 했다고 싱 부사관은 설명했습니다.
감압술 때문에 호흡 상태는 다행히 나아졌지만, 병원에 늦게 도착하면 가망이 없던 긴박한 상황. 헬기 조종사이자 팀장인 네이단 검 준위가 헬기의 속도를 최대로 높였습니다.
[녹취: 검 준위] “We flew basically straight to Ajou hospital…”
일반적인 후송이었다면 시속 222km로 가야 하지만, 상황이 다급해 속도를 257km로 높여 이륙 22분 만에 아주대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배치돼 많은 부상병을 헬기로 옮겼던 검 준위는 헬기의 큰 소음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의무 부사관과 부상자의 소리를 들으면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검 준위] “I did the medivac as well in southern Afghanistan when I was…”
이 모든 상황은 공동경비구역으로부터 후송 요청을 받은 지 불과 30여 분만에 끝났습니다.
지난 7월 한국에 배치된 뒤 북한 군인 후송이 첫 임무였다는 통신담당 카리나 로페스 이병은 공동경비구역의 대위로부터 긴급 후송 요청을 받았을 때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페스 이병] “I picked I up. So it was captain and he was basically saying there is situation….
북한 군인이 아니라 한국 군인이 1발의 총상을 당했다는 다급한 보고를 받은 뒤 바로 캠프 케이시에 있던 헬기가 공동경비구역 근처 캠프 보니파스로 출동했다는 겁니다.
로페스 이병은 이런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라 공동경비구역에서도 일단 한국 군인으로 보고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검 팀장 등 팀원 5명은 모두 북한 군인 후송을 마치고 복귀한 뒤에야 뉴스를 통해 부상병이 북한 군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캠프 케이시에서 보니파스까지 걸린 시간이 7~8분, 북한 군인을 태우는 시간 1~2분, 그리고 아주대병원까지 22분 만에 속전속결로 북한 군인을 후송한 겁니다.
북한 군인을 치료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신속 대응 때문에 북한 군인을 살릴 수 있었다며, 그를 살린 것은 미군의 항공후송의무팀 덕분이었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군인을 헬기에서 응급치료했던 싱 부사관은 아주대병원의 능력 때문이라며 공을 병원 측에 돌렸습니다.
[녹취: 싱 부사관] “I knew Ajou was..”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군인이 그 곳으로 후송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가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팀장인 검 준위는 미군과 한국군, 아주대 모두의 큰 협력 때문이었다며 북한 군인의 생존은 미-한 동맹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검 준위] “it’s really combination of huge team effort….”
검 준위는 북한 군인의 망명 보고를 받기 직전에 팀원들이 3시간에 걸친 후송 훈련을 막 마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꾸준한 훈련으로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군인의 후송 작업도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검 준위는 이런 과정은 미-한 연합군사연습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캠프 험프리스에 본부가 있는 미 2사단 항공의무후송부대는 총 1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헬기 15대를 보유한 가운데 일주일 단위로 휴전선 근처 캠프 케이시에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주대병원은 북한 군인 오 씨가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가고 말도 많이 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진은 그러나 오 씨가 망명 전부터 B형 간염과 결핵 증세가 있어 추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은 한국으로 탈출하는 오 씨에게 40여 발의 총격을 가했고 오 씨는 이 가운데 5발을 맞은 채 쓰러진 뒤 후송됐었습니다.
오 씨를 후송한 미 항공의무후송팀은 그가 북한을 탈출하는 영상을 봤다며, 마치 액션 영화처럼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를 후송한 공동 조종사 에릭 티로 준위는 “그의 회복을 축하한다”며 “자유를 향한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로 준위] “Congratulations and what we went through was amazing….”
티로 준위와 동료들은 북한 군인 오 씨의 용기는 자신들 보다 더 강력했다며 그의 용기가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티로 준위는 이어 북한군이든 한국군이든 미군이든 관계없이 환자는 환자라며, 미 항공의무후송팀은 계속 생명을 살리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티로 준위] “It doesn’t matter North Korean, South Korean, American and patient is patient…”
북한 군인의 생명을 구한 미군 대원들은 모두 이 북한 군인이 생존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게 돼 매우 기쁘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젊은 북한 군인의 꿈이 한국에서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