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연구원 “북한, 생물무기 역량 증대…노르웨이 섬 박테리아 연구 우려”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제2도시 바렌츠부르크. 러시아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의 일종인 생물무기 개발 역량을 늘리고 있다고 하버드대 연구원이 지적했습니다. 시스템 생물학 전문가인 헤이티 정 박사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비료 생산 시설에서 생물무기로 쓰일 병원체를 배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해 가입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조약 등을 통해 벌이는 해외 연구 활동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북한 생물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 보고서 공동 저자인 헤이티 정 하버드대 연구원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생물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학계 연구 보고서가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요. 보고서 내용부터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헤이티 정 연구원) 생물무기는 기본적으로 감시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은 생물무기 프로그램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자료와 통계,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생물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병원체를 무기화할 수 있는 역량도 충분히 갖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기자) 보고서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셨나요?

헤이티 정 연구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가동시키고 있다고 단정 짓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검증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북한으로 흘러가는 정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북한의 전문가들이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합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이중용도 장비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생물무기 공격을 가할 경우에 대비해 보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북한이 드론(소형 무인기) 등을 통해 생물무기 공격을 가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이미 한국 영토 쪽으로 드론을 날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물무기를 떨어트리려고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기자)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씨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고 있는데요. 당시 암살에 사용된 VX 신경 작용제를 북한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보십니까?

헤이티 정 연구원) 북한이 VX 처럼 정교한 생화학 무기까지 개발할 역량까지 갖췄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아마 VX 신경 작용제는 북한이 해외에서 구매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해외에서 구매한 생화학 무기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살펴본 뒤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정교한 수준의 생화학 무기의 경우 해외에서 구매하는 편이 자체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겁니다. 그러나 탄저균 처럼 상대적으로 덜 정교한 생물무기는 북한이 충분히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언제부터 생물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였나요?

헤이티 정 연구원) 김일성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봅니다. 김일성은 한국전쟁 이후 발생한 콜레라 등의 전염병 사태에 대해 미국 탓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습니다. 전쟁 이후 악화된 위생 문제가 이유일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죠. 북한은 이런 거짓 주장을 통해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할 명분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1960년대부터 본격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김정은이 그 뒤를 이어 관심을 보였고요. 김정일이 관심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비료를 자체 생산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식의 주체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생물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생물 비료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농업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 합니다. 북한이 자체 생산한 생물 비료 가운데 ‘BT’라 불리는 투린지엔시스균(Bacillus Thuringiensis)은 탄저균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된 병원균입니다.

기자) BT 생산과 생물무기 프로그램은 어떻게 연관되죠?

헤이티 정 연구원) BT 생산 설비들은 매우 잘 알려진 이중 용도 장비입니다. 무해한 비료의 일종인 BT는 탄저균과 형제격의 매우 유사한 종으로 둘은 밀접하게 연관된 유기체입니다. 과거 이라크도 BT 생산 설비들이 생물 비료 생산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보니 탄저균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기자) 생물무기로 활용하려면 병원체를 대량 생산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런 역량도 갖추고 있나요?

헤이티 정 연구원) 일단 북한은 BT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비료들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생물반응기(bioreactor)를 들여오는 등 여러 비료 공장에서 설비 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직접 공개한 평양생물기술연구소 사진에서도 생물반응기가 설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T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에서는 탄저균도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는 항상 변덕스럽기 때문에 이러한 설비 증강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는 사실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의 생물무기 개발 역량이 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는 것인데요. 저희가 진단하기로는 북한의 생물무기 개발 역량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생물무기 개발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설비 증강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헤이티 정 연구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농업용 비료들과 해외 파견 과학자들을 보면 됩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북한의 과학자들이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교육 받고 돌아와 생물 분야에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과학자들을 해외에 파견해 새로운 생물 종을 발견하고, 심지어 한 논문에 제 1저자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또 생물무기로 전용 개발할 수 있는 병원체를 적어도 12종 보유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북한이 이 병원체들을 모두 무기화 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기자) 보고서는 북한이 생물 분야 연구를 위해 노르웨이령인 스발바르 제도에 과학자들을 파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스발바르 조약(Svalbard Treaty)’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헤이티 정 연구원) (북한이 2016년 1월 가입한) 스발바르 조약과 북한 생물 분야와의 연계성을 발견한 건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논문 검색 웹사이트를 통해서였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북한 과학자들이 중국 과학자들과 협력해 2016년 발표한 논문이 12개나 되더라고요. 특히 스발바르 조약과 관련된 논문들도 있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스발바르 제도는 아주 멀고 뜬금없는 곳이어서 사실 이곳에 과학자들을 파견하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곳에 과학자들을 보내 연구에 투자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중국이 주도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데 스발바르 제도에서 실행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들의 제1저자는 모두 북한인들입니다.

기자) 북한 과학자들은 스발바르 제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 활동을 했나요?

헤이티 정 연구원) 스발바르 제도는 ‘언 땅’입니다. 북한 과학자들은 이 동토층을 파서 발견한 박테리아를 배열해 분류했는데요. 스발바르 제도처럼 혹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종 박테리아들(Hymenobacter, Terrimonas, Roseomonas genera)을 최초 발견했습니다. 또 이 박테리아들의 잠재력과 배양 가능성 등 특징들도 밝혀냈고요.

기자) 북한이 스발바르 제도 연구에서 습득한 지식을 가지고 생물무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헤이티 정 연구원) 이 논문들만을 가지고 북한이 생물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연구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북한 문제와는 별도의 이야긴데요. 수만 년 전 인구 대이동 당시 배링 해협을 건너다 숨진 사람들의 시체들이 언 땅에 잘 보존됐는데 기온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질병들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한이 이런 질병 확산 의도를 가지고 연구에 참여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혹한에서 발견된 박테리아는 좋은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될 여지도 있으니까요.

기자)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나타난 이중용도 품목에서는 이 같은 박테리아들이 명시되지 않았는데요.

헤이티 정 연구원) 북한이 최근 발견한 신종 박테리아이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오트스레일리아 그룹(생화학 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호주가 주도해 결성한 비공식 국제 기구, 또는
화학무기수출통제체제)’은 꽤 엄격한 기준으로 이중용도 품목들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데요. 이중용도 장비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탄저균이나 천연두균 처럼 잘 알려진 생물무기가 아닌 이상 박테리아 병원균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인류에 미치는 해로움과 정체를 파악해 이중용도 품목으로 발 빠르게 제한하기에는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기자) 보고서는 평양 외곽의 강남군에 위치한 평양 생물 기술 연구소도 이중용도 품목으로 의심했는데요.

헤이티 정 연구원) 오스트레일리아 그룹은 구속력이 전혀 없었다고 봅니다. 북한이 공개한 평양생물기술연구소 내부 사진에는 발효기 등 오스트레일리아 그룹이 금지하고 있는 이중용도 장비들이 여럿 나타나 있었으니까요.

기자) 북한의 생물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효과적 방법이 있습니까?

헤이티 정 연구원) 먼저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와 더불어 북한이 얻는 정보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인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deep web)에서 북한이 소비하는 정보의 종류와 패턴 등을 감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누구를 어디에 파견해 생화학 무기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지에 대한 더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하버드대 헤이티 정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의 생물무기 프로그램 역량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