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고서 “북한 김정은, 반인도범죄로 기소할 충분한 증거 있어”

나비 필레이 전 유엔인권최고대표(왼쪽 2번째)가 12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내 반인도범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다양한 반인도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반인도범죄 혐의로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변호사협회가 12일 북한 정치범 수용소 내 반인도범죄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나비 필레이 전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내에서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반인도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필레이 전 최고대표] “Murder, extermination, enslavement, forcible transfer, imprisonment, torture, sexual violence, persecution, enforced disappearance……”

살인과 몰살, 노예화, 강제 추방, 강제 구금, 고문, 성폭행, 정치 종교 인종적 이유로 인한 박해, 강제 실종, 그리고 기타 비인도적 행위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이 반인도범죄로 정의한11가지 가운데, 인종 분리를 제외한 나머지 10가지 반인도범죄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ICC 재판관과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탈북자들과 전직 수용소 경비병들의 증언과 위성사진 분석,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 최종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서, 정치범 수용소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노동당과 국무위원회, 국가보위성 당국자들 또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하급 관리들이 저지른 범죄라 하더라도 김정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필레이 전 최고대표] “How is possible high level individuals such as Kim Jong Un and members of the Korean Workers Party……”

살인과 성폭행 같이 하급관리나 교도소 간수들이 자행한 반인도범죄에 대해서도 국제법에 따라 김정은과 노동당 간부 등 고위급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국제사회가 수 십 년 간 북한 내 반인도범죄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만, 북한 주민들을 대신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어떤 의미 있는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필레이 전 최고대표] “A key recommendations including call for the United Nations to refer this matter to the ICC…”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범죄 문제를 ICC나 다른 국제특별법정에 회부하고, 정치범 수용소 내 반인도범죄 책임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연관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해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의 다른 공동 저자인 토머스 뷔켄달 전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은 이날 필레이 전 최고대표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세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유했습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뷔켄달 전 재판관은 북한 수용소의 상황은 자신이 어린 시절 나치 수용소에서 보고 경험한 것보다 더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