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김정은 집권 6년 ‘최룡해 뜨고 황병서 처벌’ 

지난 2014년 10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최룡해 부위원장(오른쪽)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1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6주기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6년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장성택, 김원홍 등 김정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떠올랐는데요. 지난 6년 간 평양의 권력판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1년 12월17일, 전세계는 평양발 뉴스에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의 절대 권력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돌연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2011년 12월17일 8시30분에 현지 지도 중 급병으로 서거하셨음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당시 미국과 한국 등 외부 세계는 평양에서 진행된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식 영구차 운구 장면을 통해 북한의 권력구도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영구차 오른쪽 맨 앞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서 있었고 그 뒤로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김기남 당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있었습니다.

영구차 왼편에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 있었습니다.

이 운구 장면은 북한의 권력판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나이 28살로 어린데다 국정경험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권력은 고모부인 장성택과 군부 실세들이 쥐고 김정은은 형식적인 지도자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권좌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군부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과 고모부인 장성택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우선 김정은은 2012년 7월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리영호 동지를 신병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어 2013년 12월에는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제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 규탄하면서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이렇듯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년 간 처형, 숙청, 해임 등의 방법으로 부친의 영구차를 뒤따르던 7명 전원을 제거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김정은을 제외한 7인방은 다 날라갔죠, 장성택, 최태복, 김기남, 모두, 또 좌측에 있었던 군인들, 우동측, 김영춘, 김정각 모두 물러났죠.”

장성택 제거는 평양의 권력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동안 장성택을 따르던 노동당과 내각 간부 수 십 명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 장성택 숙청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이 김정은 정권의 친위세력으로 부상했습니다.

반면 과거 선군정치 시절 비대해졌던 북한 군부는 힘을 잃었습니다. 북한군을 총지휘하는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5년 간 무려 6번이나 교체됐습니다. 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해 4월 공개 처형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혁명 3세대에 속하는 젊은 장성들을 대거 승진시켰습니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을 상장으로 승진시켰고, 송석원, 채문석, 리종무 등 젊은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정-군 간부들에 대한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확실히 장악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박사입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김정은 시대 와서 4 년 동안 처형된 간부만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사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00여 명이 좀 넘습니다. 한 130여 명에 이르는 그 정도까지 파악되고 있는데 그만큼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북한 간부들에게 두려움이고 권력엘리트들을 옥죄는 통치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포정치는 북한의 당-정-군 간부들 사이에 적잖은 동요를 가져왔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였던 리정호 씨가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리정호] ”제가 망명하던 2014년도는 참 살벌한 시기였습니다. 장성택 처형을 비롯해서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처형과 숙청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의 측근들과 그 가족들 수 백 명이 고사총으로 처형됐고 수 천 명이 숙청되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였습니다. 그 때 제가 알고 지내던 여러 명의 고위급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무참히 처형됐고 또 우리 자식들이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 가는 걸 보면서 정말 저희들은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가족들은 정말 그런 비극적인 상황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의 권력판도에는 몇몇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나는 새도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했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1월 전격 해임됐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발표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북한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이후에 해임되었습니다.”

행방이 묘연했던 김원홍은 올 4월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직함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김원홍은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복귀했다가 다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의 2인자 소리를 듣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도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인민군 총정치국을 검열했으며, 이 과정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처벌을 받았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정보위원회 간사 김병기 의원입니다.

[녹취: 김병기] “(황병서와) 김원홍을 비롯한 총정치국 소속 정치장교들이 처벌받았다는 첩보가 입수돼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김정은 위원장을 가장 자주 수행했던 황병서는 10월 12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한결 높아졌습니다. 최룡해는 지난10월 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외에 당 조직지도부장 직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총정치국을 검열한 게 바로 조직지도부입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김정은이 지난번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최룡해를 조직지도부장에 임명해 숙청의 칼을 쥐어준 셈이고, 앞으로 최룡해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그에 의해 노동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년 간 공포정치와 물갈이 인사를 통해 군부를 장악하고 자신의 유일독재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날로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민심 이반과 경제적 난관은 2018년 새해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