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예루살렘 선언' 거부 결의안 채택...카탈루냐 독립·반대파 과반 어려울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예루살렘 관련 선언을 거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습니다.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해 자치정부가 해산된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새 지방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됐고요, 이어서, 올 한해 전 세계에서 화재나 홍수 같은 재난으로 인한 재산 손실이 지난해보다 63%나 늘었다는 보고서,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행자) 유엔 총회 긴급회의가 21일 열렸죠?

기자) 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했는데요.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습니다. 이집트가 초안을 마련한 이 결의안에는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예루살렘의 지위에 관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요. 찬성 128 대 반대 9, 기권 35로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128 대 9면, 대부분의 나라가 찬성한 거군요.

기자) 네, 이집트와 터키, 아프가니스탄 등 아랍 국가들은 물론이고요, 영국과 프랑스, 독일 같은 서방 국가와 함께 한국과 북한도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등 9개 나라만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표결에 부쳐졌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18일 표결이 있었는데요.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 나라가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습니다. 그러자 아랍 국가들이 유엔 총회에서 다루자며 긴급회의를 요청한 겁니다.

진행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도 총회 표결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죠?

기자) 맞습니다. 유엔 안보리에는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채택할 수 없는 ‘거부권’ 제도가 있지만, 총회는 다릅니다. 유엔 전체 회원국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데, 3분의 2만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총회 결의안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는데요, 유엔 회원국들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결의안 표결에 대해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죠?

기자) 네, 헤일리 대사는 이날 표결에 앞서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헤일리 대사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헤일리 대사] "The United States will remember this day..."

기자) 미국이 주권 국가로서 권리를 행사하려 했을 뿐인데 유엔 총회에서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겁니다. 유엔 분담금이나 원조를 요청 받을 때 이날을 기억하겠다고 헤일리 대사는 말했는데요. 또 미국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이는 미국인들이 원하는 바이고,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결의안 표결을 미국 원조에 연결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0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열어 “우리나라(미국)에서 돈을 가져가는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에 맞서 표를 행사했고, 유엔총회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억· 수십억 달러를 가져가면서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유엔총회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 투표를 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경제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계획을 내놓은 배경은 뭔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는데요. “미국에 반대하는 표를 던지고도 수억 달러를 지원받던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 이 나라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은 미국이 이용당하는 데 지쳤다. 더는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익에 반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신경 안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의 민주주의 의지를 미국의 달러로 살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아랍권에서 반발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어떤 내용이었는지 돌아보죠.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이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때가 됐다”면서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국무부에 지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구축 노력을 여전히 지지할 것이라면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대사관을 옮기는 일이 미국의 주권 행사라고 했는데, 유엔총회까지 갈 정도로 문제되는 이유가 뭐죠?

기자) 예루살렘을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측의 분쟁이 계속된 지난 70년 가까이 국제사회는 이 지역을 어느 한쪽의 관할로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유엔은 지난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느 특정 국가나 세력에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집은 것으로 간주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함께 동일한 독립국가로 공존한다는 ‘2국가’ 평화 해법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조기 지방선거 투표가 실시된 21일 바르셀로나의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진행자)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오늘(21일) 새 지방정부를 만드는 선거를 실시한다고요?

기자) 네. 지난 10월 스페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했다가 자치정부가 해산된 카탈루냐 지역에서 지방선거 투표가 현재 진행중입니다. 중앙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지방의회와 정부를 구성하는 선거인데요. 투표율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투표율이 높은 이유는 뭐죠?

기자) 자치정부가 해산되고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이 해외로 도피하는 등 ‘독립파’ 지도부가 와해됐지만, 분리 독립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유권자들도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오고 있는데요. 푸지데몬 전 수반은 벨기에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독립파’ 지원 선거운동을 진행했고요,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현지 집회도 열어서 5만 명 가까이 모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독립파’와 반대파가 새 지방정부 선거에서 맞서고 있는 건데,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최근 여론조사 결과, 분리독립 정파인 ‘공화좌파당’과 친 스페인 정파인 ‘시민당’이 지방의회 전체 135개 의석 가운데 각각 29석에서 35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양 측이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얻는 가운데 어느 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건데요. 의원내각제 정치체제가 대부분인 유럽에서 과반 정파가 없는 의석 분포를 ‘헝 의회(hung parliament)’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되면 향후 정부 구성과 정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보르하 라스에라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연구원은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분열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오늘(21일) 선거에 유럽 이웃나라들의 관심이 높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과에 따라 유럽 곳곳의 민족주의 분리세력이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요. 이탈리아 북쪽에 있는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에서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줄이려는 노력이 진행중이고요, 영국의 스코틀랜드에서도 분리독립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스페인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추진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카탈루냐는 스페인 동북쪽에서 프랑스와 접한 지역인데요, 나머지 지역과 문화· 역사적 배경이 다르고, 경제력도 월등한 곳입니다. 면적으로는 스페인 전체의 6%밖에 안 되지만, 국민총생산(GDP)이 전체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입니다. 1인당 GDP가 4만 달러 정도인데요, 스페인 전체 평균의 약 1.5배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스페인 치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까지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0월 카를로스 푸지데몬 당시 수반이 이끄는 자치정부가 주민투표를 강행한 뒤 참가자 90%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원천 무효로 규정했습니다. 이후 양측의 공방 끝에 자치정부를 해산시키고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에 나서게 된 겁니다.

일본 도쿄 교도소 내 사형집행 시설. (자료사진)

진행자) 일본 정부가 최근 사형을 집행했는데,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세계 각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제도가 있어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사형이 점차 없어지는 와중에 어제(20일) 일본 법무성이 살인범 2명에 사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형 집행은 전날(19일) 있었는데요. 일본에서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의 사형 집행입니다. 지난 2012년 2차 아베 신조 정부 출범 후 21명째였는데요, 변호사 단체와 범죄 피해자 지원기관 등을 중심으로 이번 일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5년 동안 20명 넘게 사형을 집행했는데, 이번 일이 논란인 이유는 뭐죠?

기자) 이번에 사형이 집행된 2명 중 한 사람이 ‘소년범’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3년 지바현 이치카와 시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세키 데루히코라는 사형수였는데요. 범행 당시 나이가 19살로 일본 형법에서 성인과 달리 취급하는 ‘소년범’으로 분류됐습니다. 일본 교정당국이 ‘소년범’의 사형을 집행한 것은 지난 1997년 이래 20년 만입니다.

진행자) 논란의 내용은 뭔가요?

기자) 일본변호사협회는 형 집행 당일(19일) 성명을 통해 “자라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년범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사형시키는 게 사법 본연의 자세로 공정한가”라고 법무성을 비판했습니다. ‘소년범’은 사회적 발달이 미숙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고, 앞으로 교정 가능성도 있는데 생명을 빼앗는 극형이 과연 옳으냐는 겁니다. 한마디로, 청소년의 흉악범죄 처벌은 성인과 다르게 다뤄야 한다는 건데요. 인터넷에도 이런 의견을 지지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진행자) 소년범 사형 집행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습니까?

기자) 네, 흉악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범죄피해자지원 변호사포럼’은 반박 성명을 통해 “(사형) 집행을 회피하면 피해자의 슬픔과 원통함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사형수들을 비롯한 흉악범들이 재심 청구 등을 남용하면서 생명을 이어간다면 피해자 유족은 견디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이런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법무상 자문기구인 법제심의회가 ‘소년범’ 기준 연령을 내리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전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흉악범죄를 저지르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웃나라 한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한국에도 19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적용되는 형벌에 제한을 두는 ‘소년법’이 있는데요. 올해 초 인천에서 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유인해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한 범인 중 1명이 16살이어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피하고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자, ‘소년법’ 폐지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법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일부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도 진행됐는데요. 역시 찬반 논란이 첨예한 상황이어서,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