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지도자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징역 3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난민 관리 비용을 더 내라고 영국에 요구할 계획이고요. 이어서, 한국으로 가던 이란 유조선이 침몰해 기름이 확산되고 있는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홍콩 민주화운동 지도자가 징역형을 받았다고요?
기자) 네. 지난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한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오늘(17일) 징역 3개월형을 받았습니다. 당시 시위 점유지에서 철수하라는 법원 명령에 따르지 않은데 유죄가 인정됐는데요. 홍콩 고등법원은 웡 비서장과 함께 기소된 또 다른 ‘우산혁명’ 지도자 라파엘 웡 사회민주연선 부의장에게 징역 4개월 15일, 나머지 14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진행자) 조슈아 웡이 ‘우산혁명’ 관련 실형을 받은 게 처음이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웡 비서장은 지난해 8월에도, ‘우산혁명’을 주도한 것과 관련, ‘불법집회 참가’죄로 징역 6개월형을 받았습니다. 2개월동안 투옥됐다 보석으로 석방됐는데요. 석달 만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된 겁니다.
진행자) ‘우산혁명’이 어떤 사건이고, 웡의 역할은 무엇이었죠?
기자) ‘우산혁명’은 지난 2014년 9월 하순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동안 홍콩 주요지역에서 이어진 민주화 시위입니다. 최대 인원 10만명 이상이 참가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요, 진압경찰이 쏘는 물대포와 최루액 등을 시민들이 우산으로 막아냈기 때문에 ‘우산혁명’이라고 서방언론이 이름 붙였습니다. 초기 노란색 우산을 들고 나온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요, 조슈아 웡은 당시 17살 학생운동 지도자로 움직임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장·노년 층까지 합류하면서 홍콩 시내 주요 광장과 ‘센트럴’ 일대의 도로 등을 점거하며 요구 사항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당시 홍콩시민들이 민주화를 위해 요구했던 건 뭡니까?
기자) 홍콩 당국을 이끄는 행정장관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도록 직선제 선거를 실시하자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지난 1997년 홍콩의 관할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뒤, 중국 정부는 홍콩에 외교· 국방권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한을 보장하는 ‘일국양제(한나라 두체제)’ 원칙을 천명했는데요. 하지만,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인단 구성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어서, 사실상 ‘친 중국’ 인사가 뽑히게 됩니다. 이걸 고치자는 게 홍콩시민들의 당시 요구였는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당시 시위를 주도한 이유로 두 번이나 감옥에 가게 된 조슈아 웡, 판결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요?
기자) 웡 비서장은 오늘(17일) 법원 앞에 모인 기자들에게 “그들의 우리의 몸을 가둘 수는 있어도, 우리의 정신을 구속하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죄 판결을 예상한 듯 어제 인터넷 ‘트위터’에도 글을 올렸는데요. “감옥에서 입법회 보궐선거에 투표하겠다. 평온하게 판결을 받아들일 것이고, 민주화 세력이 단결하길 희망한다”고 적었습니다. 웡 측은 항소 의사를 밝힌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에 난민 관리 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요?
기자) 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어제(16일), 프랑스 북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 ‘칼레’의 난민 관리 시설을 방문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다음달 안에 이민·귀화·난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관련 법률 정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에 난민관리 비용 분담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난민관련 법을 정비하는데, 영국에 돈을 내라는 이유는 뭐죠?
기자) 이날(1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방문한 칼레는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영국까지 연결된 해저터널이 시작되는 지점이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6년 당국이 철거에 나서기 전까지 ‘정글’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불법난민촌이 형성됐던 지역입니다. 지금은 프랑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만 남았는데요. 영국 정부는 자국에 들어오는 난민들의 관리 책임을 떠맡은 프랑스 측에 자금 지원을 계속해왔습니다. 양국협약에 따라 영국 국경관리 요원들을 칼레에 직접 파견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난해에만 공식 난민지위 신청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서면서 관리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영국과 부담을 더 나눠야 한다는 게 프랑스 당국의 판단입니다.
진행자) 난민관리 비용 문제가 영국과 프랑스 정상회담 의제까지 올랐다고요?
기자) 네. 내일 런던에서 영국과 프랑스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는데요, 여기서 마크롱 대통령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난민관리 비용 분담 증액을 직접 요구할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추진할 난민관련법 개정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프랑스를 영국행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난민들을 단속하는 게 골자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칼레는 영국의 뒷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프랑스에 정착할 의사 없이 칼레항을 통해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적발된 난민은 즉각 추방시키겠다고 어제(16일) 현장에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달 초, 중국 동부 해상에서 침몰한 이란 유조선에서 나오는 기름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6일 동중국해에서 홍콩 화물선과 충돌한 이란 유조선 '상치호'가 충돌 8일 만인 14일 오후 큰 폭발을 일으키며 침몰했는데요. 현재 상치호에서 유출되는 기름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사상 최악의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돼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 화물선과 이란 유조선이 처음 충돌했을 당시의 상황을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파나마 국적의 이란 유조선 상치호는 사고 당시 한국 '한화토탈' 기업이 수입한 '응축유' 13만6천t을 싣고 한국 충남 대산항으로 가던 길이었는데요. 하지만 동중국해 상하이 해상에서 홍콩 화물선 'CF크리스탈호'와 충돌했습니다. 상치호는 불길에 휩싸인 채 1주일 넘게 바다에 떠 있었는데요. 결국 14일 오후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정확한 충돌 사고 경위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고요. 회수된 블랙박스를 조사 중입니다.
진행자) 인명 피해는 없습니까?
기자) 화물선에 타고 있던 중국인 선원 20여 명은 전원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상치호 선원 32명은 선박이 침몰하면서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당시 상치호에는 이란 국적 30명과 방글라데시 국적 2명 등 모두 32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는데요 현재, 시신 3구가 발견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유조선이 완전 침몰하면서 시신을 수습하기는 더 어려울 전망입니다.
진행자) 희생자의 대부분이 이란인들이라 이란인들의 슬픔이 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정부는 15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법적 절차를 명령했고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인터넷 웹사이트에 희생자를 위로하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상치호가 충돌한 지 거의 열흘 만에 결국 침몰한 건데요. 그동안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상치호가 침몰하면 유조선에 실려있던 기름이 유출돼 해양을 오염시키는 것 아니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상치호에 실린 기름양 13만6천t은 지금까지 최악의 해상오염으로 기록된 1989년 엑손 발데스호의 원유 3만5천t보다도 거의 4배 이상 많습니다. 이미 상치호에서 유출된 기름층이 사고 주변 수역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중국 해양 당국은 기름 확산 면적이 14일, 10㎢에서 15일 낮 기준, 약 135㎢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조선 침몰 인근에서 해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오염도도 이미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만일, 상치호에 실려 있는 기름이 모두 다 바다로 유출되면, 이는 50여 년 만에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상치호에 실려있던 기름이 보통 원유와는 성질이 다르다고요.
기자) 네, 당초 응축유는 초경질 유이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돼도 빠른 시간에 증발해 환경피해가 제한적일 거라는 관측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조선이 완전 침몰하면서 심각한 환경 재앙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침몰하지 않고 차라리 계속 연소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선박에 실린 기름이 1주일간의 화재로 얼마나 연소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일본이나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기자) 네, 사고 해역이 한국 제주도, 일본 오키나와와 비교적 가까운 편인데요. 풍향에 따라 가까운 한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 해안으로 기름 유출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해역이 일반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다양한 어종과 천연자원이 풍부한 동중국해의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