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이야기, 김현숙 입니다. 미 서부 사우스다코타주에 가면 거대한 지하 실험실로 바뀐 폐금광이 있다고 합니다. 광부들이 금을 캤던 지하에서 이제는 과학자들이 우주 생성의 비밀을 캐고 있다는데요. ‘스탠퍼드 지하 연구소’를 찾아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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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거대한 지하 실험실로 변신한 사우스다코타주의 금광”
[현장음: 지하 연구실]
스탠퍼드 지하 연구소의 실험실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절차를 걸쳐야 합니다. 우선, 특수 실험복을 입는데요. 보통 실험실에서 하얀 가운만 입는 것과는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모두 감싸는 우주복 같은 실험복에, 머리엔 전구가 붙어있는 작업모자까지 써야 합니다. 이렇게 준비가 다 되면, 비로소 실험 공간에 들어갈 수 있죠.
[녹취: 콘스탠스 월터] “자, 지금부터 약 1.5km 아래로 내려가겠습니다. 우리 실험실은 이 지점에 있지만, 원래 이 금광의 깊이는 지하 2.5km까지 내려갑니다.”
스탠퍼드 지하 연구소의 콘스탠스 월터 연구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0분 정도 내려가면, 실험실이 나옵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기계들과 전선들이 즐비한 이곳. 어두 컴컴한 복도 끝에 위치한 멸균실에 들어가기 위해선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요.
[현장음: 스탠퍼드 지하 연구소]
장갑을 끼고 테이프로 동여맨 후 이중으로 장갑을 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정교한 실험을 오염시킬까 봐 취하는 조처라고 합니다.
실험실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탄생할 때 형성된 중성미립자를 연구하는데요. 워낙 미세한 조직이다 보니 오염될 가능성이 없는 멸균상태를 갖춰야 한다고 합니다.
[녹취: 콘스탠스 워터스] “소음에서 완전히 차단되기 위해선 지하 1.5km 정도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또한, 이렇게 깊이 내려가야 중성미립자 탐지를 방해하는 방사능이나 원자력 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요.”
지하 실험실에는 중성미립자 탐지기와 함께 수많은 컴퓨터가 돌아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또 분석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중성미립자 연구를 통해 어떻게 은하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연구원 중 한 명인 마크 한하르트 박사는 자신을 ‘별을 캐는 광부’로 불러달라고 했는데요. 우주를 탐험하는 것이 꿈이었던 자신이 이렇게 지하에서 우주를 연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녹취: 마트 한하르트] “우리는 여기서 행성들의 현재 모습을 보지 않습니다. 지금의 우주를 있게 한 가장 작은 입자들을 연구함으로써 우주 발생의 기원을 따져보고 있죠. 쉽게 설명해서 집을 짓는 데 필요한 벽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 벽돌을 구성하는 원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인 겁니다.”
현재 스탠퍼드 지하 연구실에선 세계 곳곳에서 온 70명의 과학자가 실험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깊고 어두운 갱도에서 일하는 것이 과거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생활과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다른 것이 있다면 과거엔 금을 캤지만, 이제는 이곳에서 우주의 비밀을 캐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10대 소녀 보석 사업가”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요, 오늘 만나볼 주인공은 반대로 꿈을 이루기에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16살의 가브리엘 조던 양,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10대 소녀이지만,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보석 사업가입니다.
[현장음: 가브리엘 조던 집]
미 동부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가브리엘 양의 집. 작업실 책상 위에 수십 가지 종류의 구슬 상자가 펼쳐져 있습니다. 가브리엘 양은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구슬들을 골라 실에 꿰며 목걸이를 만들고 있는데요. 옆에는 이미 완성된 목걸이며 귀걸이, 팔찌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양은 ‘Jewel of Jordan’, ‘조던의 보석’이라는 회사의 창업자이자 사장이죠.
[녹취: 가브리엘 조던] “저는 9살 때 ‘조던의 보석’ 회사를 차렸습니다. 하지만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한 건 7살 때부터예요.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 장신구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인터넷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가브리엘 양은 원석이나 진주 등으로 만든 수제 장신구를 처음엔 가족이나 주위 친구들에게 팔았지만, 차차 판매 경로를 넓혔다고 합니다. 강연회나 사업 회의가 열리는 장소, 패션쇼가 열리는 곳, 일반 장신구 가게 등에서 매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인터넷 온라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녹취: 가브리엘 조던] “제가 겨냥하는 주 고객층은 여성 사업가들과 전문직 여성들이에요. 제가 장신구를 디자인하면서 늘 염두에 두는 건, 일하는 여성들이 회사 사무실에서도, 퇴근 후 파티에서도 할 수 있는 장신구를 만들자 라는 거죠”
가브리엘 양은 장신구를 만드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에도 열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또 어린 나이에 사업가로서 경험을 담은 책 “젊은 사업가 되기”라는 자서전까지 펴냈다고 하네요.
[녹취: 가브리엘 조던] “11살 때 책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같은 또래 친구들이 제 책을 읽고 저처럼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거든요.”
가브리엘 양은 책 출간을 계기로 12살 때부터는 동기부여 강사로 활동하게 됩니다.
[녹취: 가브리엘 조던. 행사장 강연] “여러분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걸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내가 실패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이 아니라, 내가 만약 성공한다면 어쩌지? 라고요.”
가브리엘 양은 청소년 단체나 학교 등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데요. 미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강연 요청이 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업가로서, 동기 부여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는 가브리엘 양. 학교 공부는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요?
[녹취: 가브리엘 조던] “사업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능해서,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어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먼저 공부를 하고 나면 아침 식사를 하죠. 그 이후에 장신구를 만들거나 강연 준비를 하는 등 그날 해야 할 일을 하고요. 이것들을 다 감당하기 위해선 공부와 일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요. 힘들 때도 있지만, 이게 다 제가 꿈꾸는 기업 최고경영자 CEO가 되기 위한 헌신과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브리엘 양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매년 회사의 수입금 가운데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하네요.
[녹취: 가브리엘 조던] “내가 받은 것을 사회로 환원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이룬 것들을 생각하면 정말 겸손해져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복을 받았는지 깨닫게 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앞으로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을 위한 장신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올해 안에 두 번째 책을 쓰는 것이 목표라는 가브리엘 양. 나이는 아직 16살에 불과하지만, 그 어느 성공한 기업가 못지않은 큰 포부와 꿈을 갖고 있는 10대 사업가입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