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코피 전략,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 놓고 논란 가열

  • 윤국한

H.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대북 대응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북 `코피 전략’을 놓고 미국 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논란은 이 전략의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코피 전략’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처음에 어떻게 알려진 건가요?

기자) `코피 전략’에 대해 처음 보도한 건 지난해 말 영국 매체였습니다. 이 보도를 토대로 미국의 인터넷 매체가 비슷한 기사를 내보냈지만, 실제로 관심사로 떠오른 건 지난달 8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의 보도가 계기가 됐습니다. 이 신문은 일부 관리들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 방안을 `코피 전략’으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왜 코피 전략이란 이름을 붙인 건가요?

기자) 상대방이 코피만 흘리게 하는 정도로 타격을 가해서,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표적을 타격해 북한에 경고를 주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배경에서 이런 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체제생존이라며, 미국에 핵 선제공격을 가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체제 보호뿐 아니라 대미 공격 등 다른 목적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코피 전략을 행정부 내 누가 거론한 건가요?

기자)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대북 강경파인 백악관의 H.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매튜 포틴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폼페오 CIA 국장이 중심 인물입니다. 이들이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 전략을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VOA'에, 코피 전략이란 용어 자체는 언론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코피가 나도 북한이 체제 보호를 위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현실성이 있는 건가요?

기자) 바로 그 부분이 핵심 논란거리 입니다. 반대론자들은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면 북한도 즉각 미국과 한국의 코피를 터트리기 위한 반격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피 정도가 아니라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서 같은 보도에서 이 전략에 대해 백악관에서조차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코피 전략이 `수 백만 명의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북한의 핵 시설을 겨냥해 외과수술식 제한적 선제타격을 가해도 북한이 보복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위험한 발상이란 얘기군요?

기자) 네, 반대론자들은 강경파들이 북한 정권을 `예측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제한적 타격에 대해서는 정권 보존을 위해 보복하지 않는 `이성적’ 판단을 할 것으로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코피 전략을 실행에 옮기려면 현실적으로도 많은 준비와 검토가 필요할 텐데요?

기자) 네, 무엇보다 북한 핵미사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또 북한 정권의 예상되는 반응, 한국 정부의 동의, 선제타격이 아시아와 그 밖의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진행자) 이 전략이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이후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조짐은 없었습니다.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워싱턴 이그재미너’ 신문은 지난달 중순 `코피 전략’에 대해 미 국방부 관리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들은 코피 전략에 `거의 흥미가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새삼 코피 전략이 주요 논란거리로 떠오른 건가요?

기자)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에 대한 주한대사 지명 철회가 계기가 됐습니다. 빅터 차 석좌는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자신의 대사 지명이 철회된 건 코피 전략에 대한 반대 때문임을 내비치면서 거듭 이 전략에 대한 반대를 확인했고, 이 것이 논란을 촉발한 겁니다. 일부에서는 코피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넓은 군사 옵션을 제시하기 위해 논의됐을 것이라며, 실행 여부와는 무관한 일로 보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