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중국 관계복원 막바지"...타이완 강진 260여명 사상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상하이의 한 가톨릭 교회에서 성탄전야 미사가 집전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교황청과 중국이 조만간 중요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화 이후 끊어졌던 외교관계가 복원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인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타이완에서 큰 지진이 나 260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 80여 명이 실종된 상태이고요. 이어서, 지난 2014년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 지도자들이 일단 징역형을 면했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교황청과 중국이 중요한 합의를 맺는다고요?

기자) 네. "올 봄께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 사이 획기적인 합의가 구체적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미국의 천주교 전문매체인 ‘가톨릭 뉴스통신’(CNA)이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양측의 중재 역할을 맡아 온 가톨릭계 자선연합 헨리 카펠로 대표는 “이미 합의가 타결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이 매체에 밝혔는데요. 각국의 교계 언론이 잇따라 관련 소식을 전하는 한편, 홍콩과 타이완 등지 중국어권 매체와 중국 관영 언론도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획기적인 합의’란 게 뭡니까?

기자)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한 중국과 교황청 간 의견 조율을 뜻합니다. 홍콩 명보는 지난 4일 “교황청이 중국 정부와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이 ‘자선자성’ 원칙에 따라 독자 임명한 주교 7명에 대한 파문을 철회하고, 정식 성직자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타이완 중앙통신과 중앙일보 등도 다음날 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자전자성’ 원칙을 교황청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교’는 가톨릭, 천주교의 각 교구를 관할하는 성직자인데요, 주교 임명은 교황의 권한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걸 내정간섭으로 간주하고,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적으로 세우는 ‘자전자성’ 원칙을 고수해왔는데요. 이 원칙에 따라 중국이 독자 임명한 주교들을 교황청이 인정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교황청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요?

기자) 천주교 신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중국 가톨릭은 당국이 성직자를 세운 ‘천주교애국회’와 바티칸 교황청을 따르는 지하 교회로 양분돼 존재하는데요. 지하교회 신도수가 최근 급증해 1천만 명에서 1천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거부한 지하교회의 주교와 사제, 많은 신자들이 투옥되거나 박해를 당했는데요. 양측의 합의가 확정되면 중국 지하교회를 교황청이 챙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여러 차례 중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비치면서, 관계 정상화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이번 합의가 양측의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는 건가요?

기자) 이번 합의가 확정되면,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69년 동안 단절된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의 외교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주교 임명문제가 교황청과 중국 간 관계 정상화의 핵심 현안이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교황청과의 외교관계 재 수립에 적극적입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 건가요?

기자)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어제(6일)자 사평에서, 이번 합의 과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베이징과 바티칸은 조만간 외교관계를 (다시) 수립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의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왔다”며 교황에 대한 찬사도 이어갔는데요, “교황의 지혜로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69년 만의 관계 정상화로 가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관심이 많고, 중국 측도 이를 원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은 상황인데요. 실제 수교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진통이 있을까요?

기자) 두 가지입니다. 먼저, 중국이 외교 대전제로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걸림돌인데요. 바티칸 교황청이 중국과 다시 수교하면, 타이완과는 단교해야 되는 겁니다. 바티칸은 타이완이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유럽국가인데요, 교황청이 외교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양안 문제에 섣불리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교계 내부의 비판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가톨릭 교계 내부의 비판은 어떤 내용이죠?

기자) 교황 고유 권한인 주교 임명권을 중국 당국에 양보한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비판입니다. 홍콩 대주교를 지낸 조지프 쩐 추기경은 최근 인터넷에 “교황청이 가톨릭교회를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글을 올려, 관련 흐름을 강하게 비난했는데요. 쩐 추기경은 “전체주의 정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면서, 중국 정부와의 협상을 수많은 신도들이 어려움을 겪게 할 “참사”로 규정했습니다. 교황청은 쩐 추기경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6일 타이완 화롄에서 6.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후 건물 4채가 무너지거나 기울어졌다.

진행자) 타이완에서 큰 지진이 났군요?

기자) 네. 타이완 동부 유명관광지 화롄에서 어젯밤(6일) 규모 6.0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최소한 7명이 숨졌는데요, 부상자는 260 명을 넘어선 가운데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80여 명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실종자가 상당히 많은데, 왜 그렇죠?

기자) 11층 ‘마셜호텔’과 12층 ‘윈먼추이디빌딩’ 등 건물 4채가 무너지거나 기울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건물 안에 아직 갇혀있거나 무너진 잔해 속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특히 250여 차례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고, 강한 비바람까지 불어 수색 구조 작업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실종자 가운데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지진이 일어난 화롄이 관광지라고 하셨는데, 외국인 인명피해도 있나요?

기자) 한국인 14명과 일본인 9명 등 외국인 31명이 화롄 지진과 관련해 대피했다고 타이완 외교부가 오늘(7일)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다친 사람이 일부 있지만, 부상 수준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인 인명피해나 실종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무너진 건물 외에, 주변 지역 피해도 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로에 묻힌 가스관과 송배전 설비 고장으로, 200여 가구 전기가 끊긴 한편, 3만5천여 가구의 수돗물 공급도 중단됐습니다. 현재 화롄으로 이어지는 주요 고속도로는 균열과 낙석 위험으로 폐쇄된 상태인데요, 여진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현장을 찾은 차이잉원 총통은 “생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이웃나라에서도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잦았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일본 군마현 구사쓰시라네산과 필리핀 중부 마욘 화산이 각각 분화했고요, 북태평양의 미국 알래스카 코디액섬 남쪽 281㎞ 해상과 남태평양의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서쪽 108㎞ 해상에서 각각 규모 7.9, 6.4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타이완 지진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불의 고리’, 환태평양조산대가 뭔가요?

기자) 환태평양조산대는, 말 그대로 태평양을 둘러싼, 지진과 화산 등 지질 활동이 활발한 지대를 가리키는데요. 남극 파머군도에서 시작해 남미의 안데스산맥, 북미의 로키산맥과 알래스카를 거쳐 알류샨· 쿠릴 열도, 그리고 일본과 타이완, 말레이시아 제도, 뉴질랜드까지 연결되는 4만㎞ 일대입니다. 전 세계 지진의 90%가 여기서 발생하고 활화산의 75%가 몰려 있는데요. 근처에 있는 한반도와 중국, 베트남 등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됩니다.

지난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이끈 주역들. 왼쪽부터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알렉스 차우 전 홍콩전상학생연회 비서장,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가지 소식 더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른바 '우산혁명'의 주역 3명이 징역형을 면하게 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이 6일,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 홍콩 민주화 운동가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하급법원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만장일치로 이같은 결정이 나왔는데요. 세 사람은 일단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태를 면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이들 3명이 어떤 혐의로 기소됐었던 겁니까?

기자) 네, 조슈아 웡 비서장과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 알렉스 차우 전 홍콩전상학생연회 비서장은 우산혁명을 주도한 것과 관련해, '불법 집회' 참가죄로 기소됐었는데요. 1심에서는 이들에게 사회봉사명령과 형 집행 유예 등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홍콩 사법부가 이의를 제기해 항소심 재판이 열렸는데요. 2심 고등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이들에게 각각 6개월에서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보석 석방될 때까지 약 2개월간 복역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최종심에서 다시 번복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홍콩 종심 법원은 이날, 봉사활동 등을 지시한 1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홍콩 종심법원은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실형 선고가 폭력 행위가 동반된 불법집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는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종심이니까 재판이 완료된 거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조슈아 웡 비서장에게는 또 다른 재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 1월, 역시 우산혁명과 관련해 시위 점유지에서 철수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에 대해 징역 3개월을 선고했는데요. 조슈아 웡 비서장은 즉각 상소 의사를 밝혔고, 현재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진행자) 어쨌든 큰 재판 하나가 마무리된 건데요. 조슈아 웡 비서장, 어떤 소감을 밝혔습니까?

기자) 네, 조슈아 웡 비서장은 이날 법원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과 취재진에게 아직은 축하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이번 판결로 더 많은 사람이 투옥될지 모른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산혁명에 대해 잠깐 설명해주실까요?

기자) 네, 홍콩에서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79일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시위대는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홍콩 도심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는데요. 우산 혁명이라는 표현은 당시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이 발사하는 최루탄을 막아낸 걸 기념해 서방 언론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의원들이 이들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을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요.

기자) 미국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 등 미국 의원 12명이 지난 1일, 노벨위원회에 이들 3명의 우산혁명 지도자들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조슈아 웡과 그의 동료들은 홍콩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면서, "이들의 평화적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