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북한이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대대적인 유화공세에 북한인권 문제가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한에 의해 정치적 행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 am very concerned about them using it as a propaganda for the regime.”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정권을 위한 선전 선동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숄티 대표는 일부에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 가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북한의 인권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를 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웜비어 씨 아버지는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상기시켜준 펜스 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평창올림픽이 비인간적 반인도적 범죄가 계속되는 북한의 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간 화해와 평화, 대화 등은 좋은 일이지만, 북한인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인권제재 대상인 김여정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 당국이 제재의 약점을 찾고 있는 거죠. 물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죠. 평창올림픽이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화해 과정을 위해 애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게 국제제재와는 갈증이 생기는 것이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미국과 한국 간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재검토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한 간 협력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상황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드는데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 제니 김 씨는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이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니 김] “너희들이 아무리 봉쇄를 하고 제재를 해도 이렇게 잘 건재하고 있다, 이런 것을 과시하는 것에 대한민국이 무대를 펼쳐주는 격이라서 조금 그런 것 같아요.”
또한 김 씨는 김여정의 한국 방문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묻히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탈북자는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 교류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자유화되고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교류를 시작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이 탈북자는 김여정 등 한국을 찾은 북한의 동계올림픽 대표단이 조금이라도 바뀌어서 북한으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익명 탈북자] “자기가 느꼈던 것, 우리도 이 나라처럼, 발전한 나라처럼, 진정한 백성을 위한 나라답게, 북한의 정치도 어느 정도 바꾸는 것이 옳겠다 하는 것을 느끼고……”
탈북자 김해성 씨는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이런 의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해성] “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이 겪어 온 사례와 북한 체제의 인권 유린의 잔혹성에 대해서 낱낱이 전 세계에 똑같이 홍보해야지, 북한 눈치만 보고 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또한 한국 정부가 김여정에게 북한인권에 대해 절대 양보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탈북자는 평창올림픽이 분단된 남북의 화합에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 없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점에는 우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익명 탈북자] “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 여론을 조성하고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때에 충분한 설명 없이 한국에서 새 정권의 결심으로 인해 이런 대화의 장이 마련되게 됐는데,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 국제사회나 한국 국민들이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려하는 부분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 탈북자는 남북한이 한 두 번의 만남이나 올림픽 공동입장 같은 단 한 번의 이벤트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랜 기간 동안 신뢰를 쌓아나가야 비로소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