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제한적 타격인 이른바 ‘코피 전략’은 더 나쁜 상황을 방지하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밝혔습니다.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중국이 코피 전략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할 때만이 대북 셈법을 바꿀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핵무장 논의까지도 할 수 있음을 시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터키 대사와 이라크 대사를 지낸 제프리 전 부보좌관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에 대한 제한적 타격인 이른바 ‘코피 전략’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하십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북한의 한국 침략을 억제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동맹으로서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비롯한 군사 대응을 할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억제력에 대한 신뢰도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역량을 갖추면 없어집니다. 북한은 미국이 워싱턴을 위험에 빠트리면서 서울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은 196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소련이 재래식 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역량을 갖추자 미국은 소련에 대한 핵 공격 역량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에 소련도 핵 공격 역량을 갖췄고 쿠바 미사일 사태로 이어졌죠. 당시 미국은 더 많은 재래식 자산과 핵무기들을 배치하게 됐고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핵 전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한국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코피 전략을 하나의 억제 전략으로 사용한다는 뜻입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대다수 전문가들이 이 전략을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이 어떤 옵션도 없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분쟁은 소통과 신뢰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저 역시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한 문제에 관여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고 유화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성공하지 못했고 북한은 (핵, 미사일) 역량을 완성하는 데 더욱 근접해 가고 있습니다.
기자) 코피 전략을 시행하면 이후 보복이 따를 가능성이 우려되는 데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보복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 적 없습니다. 코피 전략은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피 전략을 시행하지 않으면 더욱 심각한 전쟁에 빠지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미국이 군사 충돌에 개입하지 않는다거나 미국과 북한이 핵폭탄을 주고받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 미국은 공격을 가했습니다. 당시에도 군사충돌로 확대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지금 시리아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북한보다도 높다고 합니다. 더 위험한 일이 생길 줄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역시 ICBM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미국의 반응을 알아보려고 할 겁니다. 군함(천안함) 폭침과 섬(연평도) 포격, 과거 한국 정부의 모든 내각을 살해한 사건, 여객기 폭파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뭘 더 지켜봐야 합니까?
기자) 그래도 군사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텐데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북한과의 위기 상황입니다. 만약 미국이 자국 도시들이 위협에 처했다는 이유로 장황하게 말만 이어간다면 한국과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겁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할 텐데요. 하지만 대가로 미국과의 군사 관계를 끊고 중국과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할 겁니다. 중국은 지금 한반도 유사시 유입될 북한 난민들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터키는 중국보다 면적도 훨씬 작고 국내총생산(GDP)도 20분의 1수준이지만 시리아 난민 400만 명을 받았습니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게 북한 난민 때문이라는 주장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코피 전략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면 계산법이 달라질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코피 전략을 언급하며 중국의 셈법을 바꾸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일부분 제재에 동참하고 교역을 끊었지만 아직도 북한의 경제가 돌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기자) 실제 코피 전략이 시행된다면 북한이 보복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과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시리아 원자로 폭격 당시 모두 보복에 나서지 못했는데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저는 방금 언급한 모든 사건 당시 현장에서 보고를 받았었습니다. 까다로운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코피 전략은 대규모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991년 당시 사담 후세인이 스커드 미사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한 것처럼 일종의 보복은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도움으로 지은 시리아 원자로가 공격 당한 사건 역시 보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신중해야 하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북한과 계속 대화를 하면 북한이 핵무기 역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해서도 안 됩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때부터 통일이라는 목적을 이루려 해왔습니다.
기자)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프리 전 부보좌관) 코피 전략을 통한 위협을 포함해 더욱 많은 것을 해야 합니다. 군함이나 공군 자산을 통해 전술핵을 한국 인근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일본과 한국에 더욱 큰 타격 역량을 제공하고 결국에는 핵무기를 갖도록 하거나 핵무기를 공유하는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과 하고 있는 일입니다. 북한에 비핵화를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지금은 미국을 타격할 역량까지는 갖추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핵무기로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춘 북한과 참고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북한이 우리의 공격을 억제하면서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들을 침략하는 역량을 갖는 상황과 공존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도 미국을 공격할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이나 동맹국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추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역량을 갖추는 건 북한 관련 논의가 진행돼 온 지난 25년간 없었던 전혀 새로운 문제입니다.
기자) 어느 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출지는 모르지만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대통령은 대북 공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건가요?
제프리 전 부보좌관) 이를 결정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따르면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추는 데까지는 몇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죠. 북한이 ICBM 기술을 이렇게 빠르게 개발하고 완성했다는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핵무기 소형화를 비롯한 다른 기술들도 말이죠. 고체연료 미사일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이동식 발사 기술도 있습니다. 모두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이를 완성하게 된다면 군사 충돌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부터 코피 전략에 대한 분석과 북 핵 문제 해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