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허위로 난민 신청을 한 한국 국적 탈북민들을 대거 추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을 떠나는 탈북민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차별과 자녀 교육, 신변 안전, 정치적 우려 등이 한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한국 내 탈북민들이 크게 성공하지는 않아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한국을 떠나는 탈북민들의 배경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캐나다의 탈북민 사태부터 잠시 설명해 주시죠
기자) 캐나다 이민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난민 신청을 한 국내 탈북민들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기존 난민 신청 이유 외에 한국에 갈 수 없는 이유를 마지막으로 자세히 설명해 난민 심사 10일 전까지 제출하라는 통보였습니다. 저희 VOA 방송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정부와 탈북민들, 이민법 관계자들을 통해 이런 상황을 자세히 전했었습니다. 잠시 캐나다 내 한 탈북민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탈북민] ““네가 아직도 난민심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봤고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그랬고요, 그러면 네가 한국에 못 가는 이유, 이것에 대해서 기존의 스토리 말고 다른 내용이 있으면 한 페이지 정도 더 써서 난민심사 10일 전까지 보내라, 이렇게 돼 있어요” “다른 분들도 모두 여기서 열심히 아이 키우고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서로가 바쁘니까 얘기도 잘 못 하는데, 지금 이런 상황이 터지니까 얘기가 오고 가요, 정말 한국에 갈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캐나다 내 탈북민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0일 VOA에 캐나다 이민국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난민 신청을 허위로 작성한 탈북민들을 대거 확인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아랍 매체인 ‘알자지라’도 캐나다발로 이렇게 추방 통보를 받은 탈북민이 15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었습니다.
진행자) 추방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한국에 입국했던 과거를 숨기고 제3국에서 바로 캐나다에 입국한 것처럼 위장한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캐나다 이민국은 지난해 11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 국적이 부여된 탈북민들은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근거해 난민 보호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탈북민들의 망명 신청은 많은 경우 부정적인 결정으로 마무리된다는 겁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말부터 신변 안전이 보장된 국가 출신들은 난민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내린 뒤 이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민들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캐나다 이민국 통계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탈북민 460여 명이 난민 지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조치 이후, 그러니까 2013년부터 신청자 257명 가운데 21명만 난민으로 인정했고 이후로 거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난민 지위를 받았더라도 이후 허위로 드러날 경우 이를 박탈하고 추방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캐나다에 살고 있는 탈북 난민이 126명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캐나다 이민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에만 탈북민 719명이 난민 신청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상당수 탈북민이 난민 신청이 여의치 않자 한국으로 돌아간 것이죠.
진행자) 과거 영국 등 유럽에서 한국 국적 탈북민들의 위장 난민 문제가 크게 불거졌었는데, 캐나다에서 다시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해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난민 자격으로 사는 탈북민이 2016년 말 현재 1천 422명입니다. 난민 신청을 한 뒤 대기 중인 탈북민 533명까지 더하면 거의 2천 명에 달하는 탈북민이 해외에 거주하는 겁니다. 게다가 탈북민이 영주권을 받으면 난민 통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가장 많은 탈북 난민이 살고 있는 나라는 영국으로 603명이었고 모두 21개 나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끄는 건 이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에 정착했다가 다시 떠난 이른바 탈남-탈북민이란 겁니다.
진행자) 한국 내 탈북민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기자) 한국 통일부 웹사이트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3만 1천 339명입니다. 그러니까 대략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10명 중 1명이 한국을 떠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왜 이렇게 많은 탈북민이 한국을 다시 떠나는 건가요?
기자)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탈북민은 이 가운데 한국인들의 차별과 자녀의 교육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국제탈북민연대 김주일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김주일 총장] “사회적 정서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같은 민족인데도 배타주의 민족 정서가 있어서 탈북민들을 삼류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탈북민들 속에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말이 통하는 데서 차별받는 것보다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차별받는 게 더 낫다. 욕을 먹어도 못 들으니까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얘기합니다.”
외국에서는 ‘탈북민’으로 제한하지 않고 아시아인으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탈북민’이란 꼬리표와 함께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자녀 교육 때문이란 것도 흥미롭군요.
기자) 자녀 교육에는 차별이란 이유도 함께 있다고 해외에 사는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지난 2011년부터 캐나다에 사는 탈북민 A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탈북민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것을 보고 캐나다로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A 씨] “내가 차별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이 차별을 받는 것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미 서부에서 망명을 신청한 탈북민 김창호 씨도 자녀들이 차별 받는 게 매우 불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창호 씨]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자식들까지 따돌림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탈북자란 타이틀을 갖고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왜냐하면 한국인들이 보는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거든요.”
진행자) 한국 학교에서 탈북민 자녀들에 대한 따돌림이 그렇게 심한가요?
기자) 따돌림이 보편화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그런 지적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출신 부인과 사는 중산층 탈북민은 ‘VOA’에 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글짓기로 써서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자신의 과거 때문에 아들이 따돌림을 받을 것 같아 엄마 이야기로 대신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마음이 아파서 이민을 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며 씁쓸해했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6.25 한국 전쟁 때도 있었다고 많은 실향민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어떤 얘긴가요?
기자) 북한에서 한국으로 피란을 내려온 많은 북한 출신 실향민들에게도 당시 한국사회에 차별이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미 북동부의 한 도시에 사는 의사 출신 실향민 김 모 씨는 ‘VOA’에 “자녀들에 대한 차별 우려 때문에 미국 이민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에서 의대를 다니다 피난을 떠나 한국의 한 명문 의대에 편입했는데 당시 북한 출신 편입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해 한국 학생들의 질투와 차별이 심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일부 짓궂은 학생은 “빨갱이”라고 놀려 마음이 불편했는데 자식들까지 그런 놀림을 들을 수 있어 미국 이민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미국에는 이런 이유 등으로 한국에서 이민을 온 북한 출신 실향민들 비율이 초창기에 많았다고 한인 역사 학자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좀 불편한 얘기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밖에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신변 안전 우려, 한국 정부의 잦은 대북정책 변화와 친북 성향 정치인들에 대한 우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떠나는 젊은 탈북민들도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뒤 떠나는 경우, 탈북 브로커들의 선전과 사기도 탈남 현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을 떠난 뒤 해외에서 난민 신청이나 망명을 시도했다가 돌아오는 탈북민들에게는 기존의 임대 아파트 제공 등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불만이 많다는 우려를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군요.
기자) 탈북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은 한국을 떠난 탈북민들의 보편적 생각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10명 중 9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회에서 큰 성공은 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 녹아 곳곳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탈북민들이 훨씬 많다고 탈북민을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차 모 씨는 ‘VOA’에 “어떤 곳이나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차별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그러나 “이를 극복하면 더 많은 사람을 품고 성공할 확률도 크기 때문에 도전이 있는 한국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탈북민들에게 주거 환경과 여러 장려금, 교육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도 없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나우(NAUH)’의 이영석 실장은 그런 이유 때문에 과거 VOA에 너무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석 실장] “한국에서 (탈북자에 대해) 차별과 편견이 있다고 하지만 이 것은 어느 사회나 있을 수 있고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문제고요. 가장 좋은 것은 여기서 본인이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성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으면 공부 열심히 하면 되고 경찰이 되고 싶으면 자기가 열심히 하면 되고. 신분적 제약 없이 본인들이 열심히 한 대가는 분명히 나오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이제 북한 이탈 주민들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제가 볼 때 5년에서 10년 뒤에는 큰 우리가 본받을 만한 롤 모델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하지 않고 순수하게 제 3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이 214명이 있는데요. 어쨌듯 고향을 떠난 모든 탈북민들이 안정적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