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인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과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데서 더 나아가,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미국과 한국은 그동안 남북대화가 미-북 간 비핵화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 또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이 이에 대해 공감했다는 건, 비핵화 없이는 미-북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발전도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맥락에서 미국과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것일까요?
기자)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을 주장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기피해 왔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강경 일변도 입장과는 달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대미 관계 개선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최근에도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이나 논평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는 전제조건 없이 한다는 입장인데요. 김 부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북 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기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미 밝힌대로, 미-북 간 대화의 시기는 현재 북한에 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 대화와 협상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협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전에는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은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그 점은 확실치 않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강조한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대북 협상과 비핵화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신이 한국을 방문했던 김여정 특사로부터 이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받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이 더욱 관심을 끄는 겁니다.
진행자) 백악관이 즉각적인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의 길로 가는 첫 걸음을 의미하는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는 백악관의 성명은 북한이 단순히 미국 측과 마주앉는 수준을 넘어,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에 나설 것인지 다음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북 간 협상이 시작되려면 북한이 핵무기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협상의 시작 단계에서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협상의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 폐기라는 데 합의하되 그 시작, 그러니까 협상의 입구는 `핵과 미사일 동결’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백악관의 어제 성명은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도 그 결과는 비핵화여야 한다는 데 광범위하게 동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2단계 북 핵 폐기론을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문 대통령의 2단계 폐기론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고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에 따른 단계별 상응 조치를 협의하겠다는 겁니다. 상응 조치는 반대급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미-한 두 나라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