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북동부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2주 동안 번지는 모습이 민간위성에 찍혔습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화재는 정유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산불이 발생한 곳은 함경북도 경원군입니다.
VOA가 경원군 일대를 찍은 ‘플래닛’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재는 이달 8일에 포착되기 시작해 25일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7일 이 지역을 찍은 사진에선 불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8일부터 곳곳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연기가 피어 오르는 지점의 뒷부분에는 이미 그을린 듯 지대가 검정색으로 변한 반면 앞쪽에는 아직 타지 않은 지면이 밝은 색깔을 드러내고 있어 불길이 점점 옮겨 붙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약 9일 뒤인 18일 같은 장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화마가 지나간 곳에 거멓게 그을린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탄 자국이 남아있는 지대의 면적은 약 55km²에 달했습니다.
이 일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위성자료에서도 확인됐습니다.
해양대기청 자료에 따르면 경원군에는 지난 2월5일~11일 주간에 50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화재는 12일~18일 주와 19일~25일 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원군은 북한의 최북단에 위치한 온성군과 맞닿은 곳으로 동쪽으로는 중국 훈춘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양대기청 위성자료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나선시의 한 벌판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나선시 우암리로 추정되는 이곳에서는 19일~25일 사이 1건의 불이 났습니다
실제로 ‘플래닛’이 지난 22일 이곳을 찍은 위성사진을 살펴 보면 이전까지 밝은 색이었던 약 3.6 km² 면적의 벌판이 거멓게 그을려 있습니다.
그러나 경원군에서 볼 수 있던 큰 연기나, 불이 옮겨 붙는 장면이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작은 규모의 화재가 짧은 기간 동안 발생했다 진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국경 너머의 러시아 하산 일대에는 1월 중순부터 산불이 발생해 여전히 크고 작은 불이 일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플래닛’의 위성사진과 해양대기청의 위성자료를 통해 함경북도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화재가 발생한 곳은 경원군 일대와 나선시 우암리에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일부 언론들은 북한의 경제특구인 나진·선봉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며, 이곳에 위치한 정유시설에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원군은 북한의 대형 정유시설인 ‘승리화학연합기업소'로부터 약 60km 떨어져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정유시설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우암리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깝지만, 화재 규모가 작을뿐더러 이미 진화까지 된 상태라 피해를 입히기엔 미미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위성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학 객원연구원은 26일 ‘VOA’에 “(경원군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정유공장이나 기타 산업시설이 있다는 증거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