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검증의 시작은 북한 핵시설 전면 공개…핵 역량 일부 처음부터 파괴해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비핵화 검증의 첫 단계는 북한이 모든 핵 관련 시설을 완전하게 공개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밝혔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관련 시설에 대한 전면적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가 아닌 ‘제한’을 추진하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일부를 처음부터 파괴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백악관은 대화를 위해선 북한이 비핵화 등을 비롯한 약속에 대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조치들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우선 관련 시설에 대한 접근이 계속 허용돼야 합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숨기기 어렵게 할 겁니다. 저는 북한이 우라늄과 플루토늄과 같은 핵 물질 생산뿐만 아니라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물질들과 핵탄두를 얼마나 생산했는지도 말이죠. 또한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정보도 공개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핵무기 검증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는 뭡니까? 리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당시 6자회담을 보면 국제원자력기구가 검증을 하는 데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어떤 부분에 대한 검증은 IAEA의 역량 밖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함께 이런 검증 절차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IAEA가 물론 중요한 역할을 맡겠지만 핵 물질의 무기화와 더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다른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의 핵무기를 검증한 뒤 모두 제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습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쉽지 않습니다. 정말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저희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라크, 시리아와 이란 등에서 이런 문제를 다뤘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핵무기를 갖고 있었고 핵 물질을 포함해 핵무기를 약 20개에서 60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는 6개정도에 불과했죠. 상황이 매우 다른 겁니다. 남아공도 핵무기가 있었지만 매우 간단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매우 복잡하며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접근해야 합니다.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경우 알려지지 않은 핵 시설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완전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접근만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도 핵무기 관련 움직임과 핵 물질이 생산된다는 여러 신호가 있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과거의 교훈을 언급하셨는데요.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검증은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언제나 어떤 문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밖으로 나와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란 핵 합의와 같은 매우 실패한 합의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 첫 날부터 북한이 모든 시설에 대한 공개를 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진심인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는지 모릅니다. 북한이 걸리지 않고 숨기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기자) 정보 얘기를 하셨는데요. 북한의 비밀 핵 시설을 찾아내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습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북한의 핵 시설을 100% 찾아낸다는 절대적인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갖고 있으며 북한이 자신들의 시설을 공개하면 이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저희가 뭘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북한이 거짓말을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는 이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간단한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이 지난 2007년 6월 UN 핵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기자) 북한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핵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오셨는데요.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과학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1994년이나 2005년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금 더욱 적극적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공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북한이 핵무기 역량을 제거할 준비가 됐는지 여부입니다. 그렇다면 일부를 처음부터 파괴하는 거죠.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말이죠.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이룬 핵무기 역량 진전을 봤을 때 비핵화보다는 제한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1994년과 2005년 때와 같은 함정에 다시 빠지게 될 겁니다. 문제는 어떤 한반도를 우리가 원하느냐입니다. 이는 북한 문제만이 아닌 한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평화롭고 핵이 없는 한반도를 원할 텐데요. 북한을 비핵화하지 못한다면 한국이 장기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기자)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시는 건가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그것을 시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등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일부는 힘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저희는 이런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매우 탄탄한 계획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으로의 어떤 확산도 막기 위해서 말이죠.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으로부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검증 절차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