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막이 오른 가운데 전세계 장애인 선수들이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북한도 사상 처음으로 동계패럴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북한 장애인들의 인권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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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겨울 축제인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지난 9일 열흘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총 80개의 금메달이 걸린 평창패럴림픽은 49개국 570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동계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은 장애인 노르딕스키에 출전하는 마유철, 김정현 두 선수를 포함해 20명입니다.
북한의 비장애인 선수들이 활발하게 국제대회에 출전해온 것과 달리 장애인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는 시작단계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베이징대회 때까지 단 한 번도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2010년 ‘조선장애자체육협회’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2년 런던 하계패럴림픽에 사상 처음으로 수영 종목에 림주성 선수가 출전한 데 이어 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원반던지기 송금정, 육상 김철웅 등 2명이 출전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선수단을 급조해 파견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사고로 왼팔과 왼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 탈북자 지성호 씨입니다.
[녹취: 탈북자 지성호 씨] “제가 봤을 때는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고 왔을 것 같아요.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오지 않았나.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최소 훈련을 받고 온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한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 아이스하키 (빙상 호케이) 대표 선수로 활약하다 탈북해 현재 경기도 장애인 아이스슬레지 하키팀을 지도하고 있는 황보영 씨는 “북한에서 장애인들이 운동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황보영 씨] “(북한에서 장애인 선수들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요, 그런 거 없는 거로 알고 있어요. 거기는 장애인 인권이 없는 나라에요. 그런데 무슨 운동을 해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이 파견된 것이) 정말 의아하네요.”
장애인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하며 살고 있는데 어떻게 운동을 배우고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장애인들의 인권 실태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는 1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2014년 이후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9%가 북한 장애 아동에 대한 복지제도에 대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에 기형아가 있지만, 병원에서 부모의 요구로 다 죽이고, 장애아는 태어나도 고생이기 때문에 의사도 모르는 체 한다”는 증언, “왜소증 장애인을 양강도 김형직군에 강제 격리수용”하고 있다는 증언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인권정보센터의 최선영 북한인권감시기구 본부장은 “북한 장애인의 인권 실태는 부정과 격리”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아동을 꺼리는 부모의 의식은 북한사회에서 장애인이 받는 열악한 처우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무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보고서도 북한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고 지체나 중복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포괄하는 학교나 교육체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장애 유아의 가정은 평양에서 추방돼 농촌 지역에 강제로 재배치된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으며, 장애인의 평양 거주가 허용되고 있다는 최근 보고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자 구출단체인 나우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지성호 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더 가혹하게 다루는 북한 당국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너 같은 병신이 나가서 식량 구걸하고 하면 그것이 국가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수령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너 같은 병신은 죽어야 하고 살아서 나라 망신시키지 말고, 하며 고문을 했죠. 그때 제가 피눈물을 흘렸죠.”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다만 북한이 2003년 제정된 장애인보호법을 2013년 개정하고 같은 해 장애인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에 가입했다며, “북한 당국이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017년 탈북한 북한 이탈주민이 조선장애자예술협회의 예술공연을 텔레비전에서 봤다는 증언을 했다며, 이는 “장애인들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했던 이전 정책 노선에서 상당히 이탈한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년여 동안 북한 농아들을 지원해온 독일의 구호단체 ‘투게더 함흥’의 로버트 그룬드 전 대표도 1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평양 내 장애인들의 사정은 매우 향상됐다”며 “장애인들이 택시를 무료로 탈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룬드 전 대표는 “북한 당국이 장애인들을 수용소로 모두 보낸다면 왜 내게 평양에서 최초로 농아유치원을 설립하게 하고 농아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단체를 설립하게 하며, 수화 통역단체를 설립하게 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북한 장애인들의 상황에 대해 일반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지성호 씨는 북한 당국이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의 자녀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장애인이 됐을 경우에는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장애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대표] “평양시에 (농아유치원 등) 그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마 북한에서 권력계층의 자녀들이 다니는 것으로 보이고요, 또 북한이 국제사회를 의식해서 농아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도 북한 당국이 외부에 공개하는 이미지 중심적 노력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