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 입니다 미국에서는 마약 성분의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2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의료계에서는 오피오이드 중독을 치료할 새로운 방법으로 동양의술인 침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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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침으로 치료하는 오피오이드 중독”
[현장음: 뉴욕 침 센터]
뉴욕시의 한 침술원에서 데이비드 램지 씨가 등과 다리에 침을 맞고 있습니다. 램지 씨는 몇 년 전 심한 낙상을 당한 후 오피오이드에 의존해 살아가게 됐다고 하네요.
[녹취: 데이비드 램지] “고통이 너무 심해서 점점 더 센 진통제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엔 마약 성분이 들어간 옥시코틴과 옥시코돈, 모핀까지 손을 대게 됐습니다. 오피오이드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약으론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램지 씨는 침을 맞은 후, 오피오이드 없는 삶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데이비드 램지] “침을 맞기 시작하면서 우선 고통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침을 맞으면서 몸이 전반적으로 건강해진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오피오이드의 대안을 찾던 의사들 가운데 침술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침술을 배워 시술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침술사인 제러드 웨스트 씨는 침이야말로 약 없이 고통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러드 웨스트] “오피오이드 중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사들도 이제 마약성 진통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을 때가 됐습니다. 여러 가지 민간 방법도 있지만 침술은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연방 보훈부 의료 센터. 이 곳에서는 참전 군인들의 오피오이드 중독 보조 치료로 침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참전 군인 출신인 해리 가르시아 씨 역시 최근 침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귀에 집중적으로 맞는 통증 완화 침 치료를 한 번 받고 나면 며칠을 고통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해리 가르시아] “파병지에서 다쳐서 잘 걷질 못했는데 침을 맞고 난 이후로 잘 걷게 됐습니다. 통증도 훨씬 더 잘 참게 됐고요. 침 치료의 효과를 보면서, 매달 이렇게 침을 맞으러 와요.”
군인들을 치료하는 폴 피라들리아 박사는 침 치료를 시도하는 군인들이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폴 피라들리아] “참전 군인들의 경우 민간인에 비해 통증을 겪는 빈도가 훨씬 더 높습니다. 따라서 참전 군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통증을 이겨낼 수 있게끔 하느냐는 저희 의사들에겐 늘 큰 숙제였죠. 그러던 중 이렇게 보조 치료로 침술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침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녹취: 안키드 마에슈리와] 침의 효능은 플라시보 효과, 그러니까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으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는, 일종의 심리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통증이 완화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래도 침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치료를 안 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거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일 115명의 미국인이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요. 앞으로 침술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재미있는 만화로 치료를 돕는 의학 만화”
통증 환자들을 위해 침술이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면, 의학 만화는 환자들과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 국립의료원(NIH)의 국립 의학도서관에서는 최근 의학 만화를 소개하는 전시회와 강연회가 열렸는데요. 의학 만화 작가로 유명한 MK 설윅 씨가 강연자로 참석했습니다. 설윅 씨는 자신을 ‘만화를 그리는 간호사’로 소개했습니다.
[녹취: MK 설윅] “제가 처음 의학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 시카고 병원의 에이즈 병동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들에게 병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치료 방법 등을 좀 쉽게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환자를 돌보느라 무척 힘들었던 어느 날, 설윅 씨에게 의학 만화를 그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녹취: MK 설윅] “하루는 새벽 3시에 출근을 해서 환자들을 돌보느라 완전 녹초가 됐어요. 환자들을 위해서도, 저 자신을 위해서도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머리를 스친 게 만화였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펜을 꺼내 만화를 한 편 그렸는데 환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로 계속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국립 의학도서관의 패티 브레넌 관장은 설윅 씨야말로 의학 만화의 선구자라고 했는데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는 환자와 간병인들은 물론이고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녹취: 패티 브레넌] “수련 중인 의사나 간호사들을 지도할 때 의학 만화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마음속으로 걱정하던 것들을 만화로 보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겠구나, 이런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요. 또 환자와 교감하는 방법도 만화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죠.”
[현장음: NIH 의학 만화 강연회]
의학 만화 강연회에 참석한 미 국립의료원(NHI)의 컴퓨터 전문가, 항 우 씨는 코믹 만화야말로 어려운 의학 상식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녹취: 항 우] “의료 기관에서 일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일이다 보니 사실 의학 분야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만화로 의학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강연회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의학적인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의학 정보를 설명하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좀 지루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만화로 읽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립 의학도서관에서는 내년까지 의학 만화 전시회가 진행되고, 이후 4년에 걸쳐 미 전역 50개 주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게 된다고 합니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도움을 주는 의학 만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만화책에서 의료 상식과 정보 그리고 재미를 동시에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