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준비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통상적인 정상회담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열리는 만큼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이 특별한 환경에서 열린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기자) 정상회담 개최가 최고위급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이른바 `톱 다운’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정상회담은 통상 실무 관리들과 각료급 수준에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최종 단계로 열립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의전 행사일 수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준비에만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모든 절차를 뛰어넘은 것이어서 준비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지 않은가요?
기자) 맞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이 극도로 폐쇄적인 정권인데다,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행정부 관리도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과거 어렵게 이뤄낸 합의를 줄곧 위반한 예측불가능한 상대입니다. 회담 준비 기간이 두 달 남짓으로 매우 짧은 것도 큰 제약 요인입니다.
진행자)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의제로 한다는 것 말고는 어느 것도 사전에 조율된 게 없는 상태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앞으로 두 달여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양측이 실무 또는 고위급 수준에서 몇 차례 의견 조율을 거치게 될 겁니다. 시기와 장소 등 합의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비핵화 문제만 하더라도 현 단계에서는 북한의 의지만 확인한 상황이어서 준비 과정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진행자) 북한의 비핵화가 단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를 위한 세부 논의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정상회담 이후 실무자들이 장기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요, 앞서 말한 대로 회담 결정이 `톱 다운’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실행도 통상적인 과정을 거꾸로 밟게 되는 겁니다. 가령, 핵 시설 동결과 사찰을 어떻게 실시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조율돼야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스타일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사전에 준비된 자료와는 다른 발언이나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아시아 전문가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회담 준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시하고, A, B, C안을 전달해도 정작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다른 것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돌출적인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준비에 가장 큰 `복병’ 이라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의견 조율도 중요한 과제 아닌가요?
기자) 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자주 전화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주말에는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 외교 수장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습니다. 이처럼 최근 미-한-일 세 나라가 양자 또는 3자 간 고위급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건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핀란드에서 북한과 핀란드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이어 북한의 최강일 외무성 국장과 미국과 한국의 전직 정부 관리들이 만나는 것도 정상회담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특히 북한과 핀란드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로 석방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에 앞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은 또 북한 측에서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국과 남북한 관계자들의 접촉을 통해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게 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