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재선 축하"...이스라엘, 과거 '시리아 핵시설 공습' 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재선을 축하하고, 조만간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난 2007년 시리아의 핵 시설 추정지를 공습한 사실을 밝혔고요.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군요?

기자) 네. 백악관은 어제(20일)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안정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함께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밝혔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관련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이날 통화는 미국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이 밖에 전략적인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전략적인 주요 현안, 두 정상이 어떤 걸 논의한 겁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20일) 백악관 집무실에 모인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We had a very good call, and I suspect that we'll probably be meeting in the not-too-distant future to discuss the arms race, which is getting out of control, but we will never allow anybody to have anything even close to what we have, and also to discuss Ukraine and Syria and North Korea and various other things.”

기자) “푸틴 대통령과 멀지 않은 장래에 만날 것으로 본다. 만나서 군비통제에 대해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북한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을 놓고 회담할 것”이라는 말인데요. 이런 현안들에 대해 이날 통화에서 기본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미국과 러시아 양측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그리고 북한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의견 교환, 내용을 들여다보죠.

기자)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인근지역 친 러시아 반군이 분리독립 세력과 함께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지역 정세 불안을 해결하는데 조속한 진전이 필요하다고 두 정상이 뜻을 모았습니다. 이달로 내전 만 7년을 넘긴 시리아 상황도 신속한 안정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공감했는데요. 러시아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함께 자국민 학살 책임을 추궁 받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줄곧 지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러시아 양측이 공개한 통화 내용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주제는 같지만, 강조하는 부분이 다른데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고요.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한반도 주변 긴장이 일정 정도 완화된 데 만족감을 표시하고,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날(20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통화 내용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한 부분이 비판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 그런 움직임이 큰 데요. 집권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은 자유세계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엉터리 선거에서 이긴 독재자를 축하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축하) 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한 러시아 시민들을 모욕했다”고 매케인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매케인 의원의 비판, 무슨 뜻인가요?

기자) 지난 러시아 대선에서 여러 가지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 때문에, 매케인 의원은 ‘엉터리 선거’였다고 한 것이고요. 거기서 이겼다고 해서 축하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문제 말고도, 현재 러시아와 미국 사이, 그리고 러시아와 서방세계 간에 갖가지 사건으로 갈등이 높아진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서방 사이의 갈등, 어떤 내용이죠?

기자) 미국 정부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해킹(불법전산망 침입) 등으로 개입한 러시아 측에 제재를 가하는 중이고요, 또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 관계자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 때문에 특별검사가 수사 중입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얼마 전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 독일, 프랑스 정부와 함께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이 사건들이 모두 자국과는 무관하다고 밝혀왔고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서방 측의 의혹 제기는 “러시아 대선을 훼방하려는 음해이자 공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여러 갈등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 재선을 축하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백악관 참모들은 ‘축하하지 말라(DO NOT CONGRATULATE)’는 문구를 영문 대문자로 적어 강조한 통화 준비 자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료를 읽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국 무시한 셈이 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면 될까요?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상황을 정리했는데요.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친밀함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믿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습니다.

21일 이스라엘 당국이 지난 2007년 시리아 정부가 동부 데이르에조르주에 건설 중이던 알-쿠바르 원자로에 대한 폭격 장면을 공개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이스라엘이 과거 시리아의 핵 시설로 추정된 곳을 공습한 사실을 밝혔다고요?

기자) 네. 이스라엘군이 지난 2007년, 시리아의 핵 재처리 시설로 의심된 곳을 공습한 사실을 어제(20일) 시인했습니다.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2007년 9월 5일부터 6일 사이 야간에 시리아 원자로 건설현장을 성공적으로 타격해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10년도 더 된 사건을 공개한 걸로 봐서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이스라엘군 발표 내용 자세히 살펴보죠.

기자) 이스라엘군이 총장 성명과 함께 기밀해제시킨 자료를 보면, 지난 2007년 당시 시리아 정부가 데이르 아조르 사막에 비밀리에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연말까지 완공해 가동시킬 예정이었는데요. 이 원자로는 “이스라엘과 역내 전체에 위협으로 부상하던 시리아 핵 시설"이었다고 이스라엘 군은 설명했고요, "이를 공격해 성공적으로 제거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비밀 핵시설을 파괴한 사실이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군 당국이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그 동안 국제사회에 알려진 사실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문제가 된 시설은 시리아 당국이 북한의 도움을 받아 짓고 있던 흑연감속로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01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시설이 북한 영변에 있는 흑연감속로 방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봤다고 보도됐는데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회고록에 그런 내용을 썼습니다.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원자로를 짓고 있었고,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에 공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공격했다는 겁니다. 또 캐나다의 환경전문가 로렌스 솔로몬도 지난해 내셔널포스트 기고에서, “당국이 공개적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십수 년 전 북한이 시리아에 짓고 있던 원자로를 이스라엘 제트기가 파괴했고, 현장에는 북한 측 관계자 10명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스라엘 당국이 지금 와서야 공습 사실을 확인한 이유는 뭐죠?

기자) "2007년 원자로 공격은 이스라엘이 국가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는 시설물 건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라고 아이젠코트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한 "2007년의 메시지는 미래의 적들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란에 대한 경고라는 외신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진행자) 이란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의 주장은 그렇습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에 독일을 포함한 주요 6개국과 핵 합의를 맺었는데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측은 경제 제재를 완화시켜주는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핵 합의 이후 서방의 긴장이 풀어진 틈을 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이스라엘은 주장하고 있고요. 이 같은 상황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봅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 핵 합의’를 재협상하거나, 안될 경우 파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이란이 핵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미사일 개발과 테러지원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워싱턴에서 회담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워싱턴을 방문한 사우디 왕세자와 백악관에서 회동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의 실세로 알려진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3번째인데요. 하지만 모하마드 왕세자가 지난해 6월 왕세자로 책봉된 후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진행자) 사우디 왕세자의 미국 방문 목적이 뭔가요?

기자) 표면적인 이유는 산적한 중동 지역 현안들과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지난해 왕세자로 즉위한 후 사우디의 실질적 권력을 장악한 모하마드 왕세자가 국제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왕자들과 고위급 인사 150여 명에 대한 대대적 숙청을 단행했는데요. 이후 본격적으로 처음 국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라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 지도자가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논의들을 했습니까?

기자) 외국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담할 경우 대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는데요. 고위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두 지도자는 예멘 내전과 이란 핵 문제,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두 나라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백악관에서 약 2시간 머물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등 고위 관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미국의 우방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요 중동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한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가인 사우디는 대부분의 중동 현안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이란 핵 문제부터 예멘 내전, 시리아 내전, 카타르 단교 사태 등 여러 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요. 우선 이란 핵 문제부터 보면요.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문제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요. 사우디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그에 맞설 수 있는 채비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사우디와 이란은 전통적으로 앙숙 관계죠?

기자) 맞습니다. 중동 국가들이 대개 추종하는 이슬람교는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 2개의 계파로 나뉘는데요. 사우디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처하면서 오랫동안 적대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에서도 현재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이란이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후티족 반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미국은 사우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에는 또 카타르 단교사태가 불거져서, 미국 정부가 중재 노력에 나서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6월 사우디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4개국이 카타르가 이란을 도와 테러집단을 후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단교를 선언했는데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특히 카타르에는 미군의 IS 공습 거점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기 때문에 사태의 장기화는 미국의 국익에도 좋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별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두 지도자는 또 시리아 사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양국의 경제 협력 문제도 논의됐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하마드 왕세자에게 미국의 무기 구입을 적극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하마드 왕세자의 이번 주요 미국 방문 목적 중의 하나로, 또 투자 유치가 있는데요. 모하마드 왕세자는 이번 미국 방문 중 미국의 재계 인사들과 만나 사우디가 좋은 투자처임을 적극 홍보할 전망입니다. 참고로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지분 5%를 해외에 매각해 일부 민영화 방침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또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어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의 분석인데요. "개혁주의 성향의 모하마드 왕세자가 미국 방문에서 사우디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즉, 보수적인 사우디가 개방적인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서방에 알리고 싶어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를 추구하며 작년부터 여성의 축구장 입장, 자동차 운전 허용 등 파격적인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