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외교관 60명 추방...일본 '아베 퇴진' 촛불시위

러시아 영사관이 위치한 미국 시애틀의 '원 유니언 스퀘어' 빌딩. 러시아 영사관이 입주한 사무실 문은 닫혔고, 더는 신규 비자 신청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에서 일어난 전직 ‘이중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때문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20여 개 나라가 러시아 외교인력들을 추방시켰습니다. 러시아는 해당 국가들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일본에서 '사학 추문' 의회 조사가 진행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요. 이어서, 중국 정부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북부 28개 도시 공장 폐쇄 명령을 내린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러시아 외교관들이 추방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26일), 미국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 60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여러 유럽 국가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외교관들이 왜 추방되는 겁니까?

기자) 네, 이달 초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의 전직 이중간첩 독살 기도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수사 결과, 1970년~1980년대 구소련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이라는 신경안정제가 사용됐다면서, 독극물 공격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에 이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줬지만, 러시아는 사건 개입을 전면 부인했고요. 이에 영국은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 사회의 동조를 구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번 추방 조치는 영국과 보조를 맞추는 행동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영국의 조사 결과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영국과의 연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 이달 중순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들 4개국은 성명에서 이는 “화학무기협정의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미국에서만도 러시아 외교관 60명이 대거 추방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48명이 추방되고요. 나머지 12명은 뉴욕 유엔 본부에서 근무하는 러시아 정보요원들인데요. 이들 러시아 외교관들과 그 가족들은 7일 이내에 미국을 떠나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또,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폐쇄도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은 왜 폐쇄되는 겁니까?

기자) 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어제(26일) 성명에서,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이 미 해군기지, 또 보잉사와 가깝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보안상의 이유 때문이라는 건데요. 성명은 또 이번 조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전 세계 협력국들과 연대해 러시아에 그들의 행동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불협화음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군요.

기자) 네, 백악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더 좋은 관계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는 오직 러시아 정부가 행동의 변화를 보일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도 26일 관련 브리핑에서 이런 유형의 행동은 뻔뻔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공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갔다고 강조했습니다. 샤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향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고위 지도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유럽 국가들도 영국과 연대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나라들인가요?

기자) 프랑스 외무부가 26일 자국 내 러시아 정보요원 4명에 대해 일주일 내에 프랑스를 떠나도록 추방 명령을 내렸고요. 이탈리아 외교부도 26일 성명을 내고 "로마 주재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2명에게 1주일 내로 이탈리아를 떠날 것을 통보했다"고 밝히는 등 EU 회원국 14개 나라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나라들이 이런 조치에 가세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외교관 13명의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독일과 폴란드도 각각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한다고 밝혔고요. 리투아니아도 3명의 러시아 외교관에게 추방을 명령했습니다. 호주 역시 러시아 외교관을 2명 추방하고 올여름에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할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러시아는 자국 외교인력들을 추방한 나라들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현지 방송에 나왔는데요. “모든 국가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번 사태 전반을 서방 측의 ‘도발’로 규정했는데요. 러시아를 “악마화”하려는 장기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면서, 그 배후에는 미국과 영국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둘러싼 '사학 추문' 핵심 관계자인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이 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진행자) 오늘(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학 추문’에 관한 의회 증언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집권 후 최대 정치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추문)’ 핵심 관계자가 오늘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증언했습니다.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이 증인으로 불려나왔는데요. “당시 담당 국장으로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죄드린다”면서, 추문과 관련된 논란과 의혹 모두 아베 총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어떤 사건인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모리토모 학원’이라는 사학 재단이 소학교를 지을 용도로, 국유지를 시가 8분의 1에 불과한 헐값에 사들인 일이 지난해 2월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학교 명예교장이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였습니다. 이 때문에, 총리 부부가 나서서, 아는 사람이 나라 땅을 싸게 사도록 힘을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10월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을 비롯한 연립 여당 측이 이기면서 추문이 잦아드는 듯 했지만, 최근 다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시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이 사건을 덮기 위해, 담당 부처인 재무성이 문서를 조작한 사실을 이달 초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당시 의회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하자, 국유지 매각 관련 문서에 적혀있던 ‘특례’라는 문구를 모두 지운 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뿐 아니라 총리실을 비롯한 정치권이 관여한 흔적 310곳을 삭제하는 등 공문서를 ‘개찬’, 그러니까 뜻을 달리하기 위해 일부러 내용을 고친 일이 확인됐습니다. 이같은 사정이 밝혀지면서 실무 담당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공문서 조작에 대해 아베 총리가 대국민 사과도 했죠?

기자) 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문서조작 문제가 국민 신뢰를 흔드는 사태가 됐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서류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자신이 지시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야당의 진상규명 요구가 계속되면서, 문서 작성 책임자가 오늘(27일) 의회에 증인으로 불려나온 겁니다. 증언한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은 국유지 매각 당시 담당기관인 재무성 이재국장이었는데요,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다가 문서조작 파문이 불거진 뒤 장관직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베 총리는 문서 조작 책임이 없고, 자신이 주도한 일이라고 증언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서 조작에 대해 아베 총리로부터도, 부인 아키에 여사 혹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부터도 전혀 지시가 없었다고 사가와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모두 재무성 이재국 안에서 이뤄진 일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지시도 없이 그런 일을 왜 했느냐는 야당 의원의 추궁에 "검찰 수사 대상이라 답변을 삼가하겠다"며 피했습니다. 그래서, 야당은 물론 집권 자민당 일부 계파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증언이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요. 야권은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를 의회에 불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주말 내내 도쿄 번화가 신주쿠역 주변과 총리 관저 앞 등지에 연인원 1만여 명이 모여 아베 총리 퇴진 촉구 시위를 벌였는데요. 어제(26)도 집회가 이어졌고, 오늘은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집회가 진행됐습니다. 국내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드문 일본인들이 이번 일에는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에서 시민들이 모여 총리 퇴진을 꾸준히 요구하는 일이 흔치 않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일본 주요 시민사회 단체들은 연대기구를 구성해, 앞으로 매주 금요일 총리관저 앞에서 ‘촛불이 민주주의를 밝힌다’라는 주제로 시위를 진행할 계획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던 지난 2016년 한국의 촛불시위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촛불시위에 맞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던 것처럼, 일본에서는 우익단체들을 중심으로 ‘아베 총리를 지키자’는 대응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에 대한 여론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거로 보이는데, 요즘 지지율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아사히신문 최근 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은 지난달보다 12%p 가까이 떨어진 약 33%로 나왔습니다. 반면 부정률은 약 13%p 올라간 55%였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49%에 이르렀습니다. 조사 주체를 막론하고, 응답자 절반이 아베 내각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데요. 아사히 조사에서 나온 긍정률 33%라는 숫자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는 미국이나 한국 등과 달리,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 총리 사퇴와 조기 총선 여론이 형성됩니다.

지난 2016년 스모그가 가득한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서 방독면이나 방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북부 지역에 공장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요?

기자) 네. 중국 환경보호부가 북부 28개 도시에 ‘스모그’ 줄이기 비상 조치를 발령하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거나 가동량을 줄이도록 했습니다. ‘스모그’란 매연을 비롯한 공기 오염 물질이 안개와 흡사한 기체로 대기 중에 퍼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오늘(27일)자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환경보호부는 “북부 일대에서 심각한 스모그가 수요일(28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 같이 조치했습니다.

진행자) 그만큼 북부지역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스모그 퇴치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지난 2014년부터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 인근 공장을 폐쇄시켜 외곽으로 옮기도록 명령했는데요. ‘정치, 국제, 문화, 창의 등 수도 기능에 맞지 않는 시설은 이전하라’는 시진핑 국가 주석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베이징 등지 공기 질이 많이 좋아진 것으로 최근 나타났는데요. 이런 사례를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당국이 북부지역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베이징 공기 질은 어느 정도나 좋아졌나요?

기자) 중국 당국에 따르면, 올해 초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다른 주요도시들도 사정이 많이 좋아져서요, 미세 먼지(PM2.5) 측정망이 있는 중국 204개 도시의 미세 먼지 농도가 2013년 공기 1㎥당 73㎍에서 50㎍으로 31.5%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웃나라 한국에서는 공기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주 들어 한국 언론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어린이들이 바깥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하고 있는데요. 최근 3~4년 새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 중국 정부가 공장들을 한반도 가까운 쪽으로 옮긴 탓이라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확인된 연결고리는 아직 없습니다.

진행자) 한편, 조만간 중국에서는 인공적으로 비가 오게 한다고요?

기자) 네.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과 칭화대학, 칭하이성 당국이 티베트 고원에 인공 강우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봉우리에 고체연료를 태워 내보내는 굴뚝을 세우는 건데요. 굴뚝에서 나온 특정 입자들이 구름을 만나면 구름 입자들이 뭉치는데 도움을 주는 ‘구름 씨’ 역할을 해서, 비가 내리도록 만드는 원리입니다.

진행자) 무슨 목적으로 하는 거죠?

기자) 공기 중 오염 물질을 줄이는 역할도 하고요, 주변지역 물 부족을 해소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인공 강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중국 내 총 물 소비량의 7%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공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게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미국과 러시아 등도 인공강우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일부 활용하는 중인데요. 이번에 중국이 진행하는 사업은 티베트고원 내 160만㎢ 지역에 굴뚝 수만 개를 세우는 것으로,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가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