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월 중국산 곡물수입 전년 대비 9배 이상 증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화물차가 압록강 조중우의교를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곡물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밀가루 수입이 대부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올해 2월 중국으로부터 총 1만2천22t의 곡물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이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1천275t의 곡물을 수입했던 것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 기간 북한이 수입한 곡물은 밀가루가 대부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2t을 수입했던 것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밀가루를 제외한 옥수수와 쌀, 전분, 두류 등 다른 곡물 수입은 전혀 없었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제재의 영향으로 주민들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기본적인 충격은 제재의 영향입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쌀만 가지고도 충분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거죠. 그만큼 (주민들의 소득 수준 감소로) 쌀 소비가 줄었다는 거죠.”

주민들의 소득이 줄어 쌀을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아 값이 비교적 싼 밀가루를 선호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제재로 인한 수출 감소로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 guess what it probably means is North Koreans can’t afford to buy it which makes sense their export is down so much….”

지난달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이 제재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은 것이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885만3천520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0분의 1에 그쳤습니다.

권 원장은 특히 지난해 5월 이후 밀가루 수입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뭄의 영향으로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평가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6월 이모작 작물인 밀과 보리 6만t 과 감자 25만t 등 총 31만t의 이모작 작물을 수확했습니다. 44만7천t을 수확했던 2016년에 비해 31% 감소한 규모입니다.

권 원장은 또 제재의 영향으로 석탄이나 철광석, 섬유, 수산물 등 수출 활동이 제대로 안 되면서 시장에서 활력이 줄고, 여기에 기대 장사하던 주민들이 음식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주재료인 밀가루 수요가 증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제재의 영향으로 수출 길이 막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음식 장사로 돌아서지 않았겠느냐……(밀가루) 수요가 굉장히 클 것으로 압축이 되죠.”

권 원장은 이밖에 북한에서 여유 있는 주민들이 빵이나 피자 등을 선호해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수요가 증가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월 총 1만595t의 비료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전달 2천267t을 수입했던 것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규모입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