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미국 내 탈북자 초청 행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3월 도쿄 총리 관저에서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가운데 서 있는 남성은 납북자 가족 대표 리주카 시게오, 그 옆에 서 있는 여성은 납치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어머니 사키에 여사이다.

미국 내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일본 정부 산하 납치문제대책본부가 최근 일본과 미국, 한국 내 탈북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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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오디오]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 미국 내 탈북자 초청 행사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하루빨리 귀국을 실현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가 지난달 초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대북방송인 `RFA’와 공동으로 마련한 납북자 문제 관련 행사에 내건 문구입니다.

이 문구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 산하 납치문제대책본부의 설립 목적이기도 합니다.

납치문제대책본부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 납북이 확인된 일본인 17명 외에 880여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보고 이들의 즉각적인 귀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5일과 6일 이틀 동안 미국과 일본,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초청해 열린 행사 역시 일본 정부의 납치자 문제 해결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됐습니다.

탈북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알리고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취지였습니다.

탈북자들은 대책본부가 제작한 자료집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자료집에는 납치문제대책본부 소개와 납치 피해자 17명의 사진, 납치 시기와 장소, 북한인 납치범 관련 정보, 납치 문제 해설, 일본 정부 시책, 국제동향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행사의 핵심은 이틀 동안 진행된 토론회였는데요, 탈북자들은 탈북 전후 삶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북한과 비교한 한-미-일의 교육, 의료, 여행, 직업 선택의 자유, 식생활의 차이’, 그리고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상황’ 두 가지였습니다.

두 가지 주제에 대해 하루씩 토론할 시간을 가졌는데요 토론에 참여한 탈북자 6인 가운데 2명은 미국에 거주하는 대니 리 씨와 소피아 린 씨입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30대 남성 대니 리 씨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대니 씨의 토론 내용입니다.

[녹취: 대니 리] “제가 느낀 점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북한에서 자유는 김일성을 믿는 자유밖에 없는데 제가 아는 자유는 사람이 뭐든 다 누리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이라고 느꼈거든요.”

12년 전 미국에 입국 한 후 자신이 느낀 자유를 말하는 탈북자 청년.

‘누리고 싶은 것을 다 누린다’는 대니 씨는 `VOA’에 이런 자유를 빼앗겨 버린 일본 국민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북한이 특정 목적 아래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 리] “북한이 이유없이 납치할 이유도 없고 자기네 목적이 있어서. 이웃나라 사람을 납치해서, 그럼 일본 정부는 들어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북한에서 일본인을 납치해서 그런 거래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2007년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해 현재 남편과 함께 대학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소피아 린 씨는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들이 감옥같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녹취: 소피아 린] “그 사람들이 납치돼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황당하고 가족이랑 헤어져 있으니까, 우리는 자유를 찾았지만 그들은 감옥에서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행사 기간 동안 북한에 있는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는 소피아 씨는 납북 일본인들은 자신이 빼앗긴 자유, 인권이라는 이슈를 떠나 가족과 누렸던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이 그리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피아 린] “ 첫째로 그 사람들이 인권을 잃었다 하는 거 보다는 보고 싶은 가족, 일본 음식을 그리워 할 거 같아요.”

가족 생각, 납북자 문제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동안 다시 한번 실감하는 것은 자유의 소중함이라고 소피아 씨는 강조합니다.

[녹취: 소피아 린] “모임에서 한결같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일본이던 미국이던 한국이던 자신의 감정을 진실하게 말할 수 있는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해요. 북한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사라지는데, 당과 조국에 좋은 말만 하는 상황인데, 허심탄회하게 토크할 때, 나이 차이 상관없이 느낌을 진실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찾는 게... 또 꿈이 있고, 자유를 찾은 사람들 마다요.”

소피아 씨는 납북자로 공식 인정된 일본인 외에 880여명이 납북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건 충격적이라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소피아 씨는 또 북한 정권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니 리 씨는 해외 탈북자들까지 초청해 자국민 송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 리] “저희(북한)는 노력하는 게 없잖아요. 오히려 중국이랑 딜 해서. (송환된 탈북자) 사형시키고. 우리 사람이 없어졌는데. 시인도 안하고, 찾을 생각도 안하고. 날아다니는 파리 벌리 목숨보다 쉽게 처리하니까. 마음 아프더라고요.”

국민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중국에서 강제북송 되는 자국민을 잔혹하게 처벌하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설명입니다.

대니 씨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이루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 대니 리] “아직도 찾지 못한 납북자들을 신속히 찾아서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보낼 수 있는.. 일본 정부가 돼면 좋겠어요. 지금 노력하는 것 같이 노력 하시고요. 손꼽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더 노력하는.. 정부가 되면 좋겠어요.”

대니 씨와 소피아 씨에게 이번 일본 방문은 미국에 온 후 첫 해외여행이었습니다.

그런만큼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고향 사람들을 만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습니다.

[녹취: 대니 리] “마지막 날 외교관님이랑 탈북자들끼리 술마시며 이야기하고, 좋은 시간을 가졌어요. 흩어지면 현실로 들어가는데 언제 다시 이런 기회 있겠냐. 서로 공감하고 . 이런 기회 이야기하고. 좋은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녹취: 소피아 린] “하나 같이 열심히 살더라고요.. 고향친구를 우연히 일본 식당에서 만났는데, 20년 전에 북한에서 헤어진 언니인데, 열심히 살았더라고요. 중급 수준으로 살더라고요 자기 집하고, 일본 중심에 자기 식당이 있고.. 대단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두 탈북자에게 이번 일본 여행은 탈북자라는 사실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삶으로 그쳐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입니다.

[녹취:소피아 린] “솔직히 말해 우리가 잘 산다고 인권을 모른 채.. 사실 이런 거 안하던 사람인데, 내 잘 산다고 인권이 닫혀가는 사람들 모른 채 할 수 없으니까 제가 이제는 인권에 발을 딛여놓고 도움이 될까 싶어 참석했는데, 많이 배우고..”

대니 씨는 일본과 한국에서 온 탈북자들보다 북한 문제에 대해 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 많이 관심 갖고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대니 리] “감이 떨어진다는 거죠. 대한민국은 하루에도 몇 십명씩 자주 들어오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야기 퍼지고. 그 사람들의 현실을 알고 있는데, 전화통화도 가능하니까, 듣는 이야기가 많을 거잖아요. (저는)뒤 떨어 지더라고요. 같은 탈북자라도. 그런 문제 있어서는 민망하더라고요.”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