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PP 안 좋아해"... 미, 중국 알루미늄판재 113%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담 중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 문제와 양국 통상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알루미늄 판재에 최고 113% 가량 상계 관세를 매길 방침이고요. 이와 관련, 중국인들은 미국과의 무역 대치를 별로 개의치 않고 있는 현지 분위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났군요?

기자) 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본인 소유 휴양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어제(17일) 회담했습니다. 두 정상과 통역만 참가한 단독정상회담이 약 55분, 이어서 주요 당국자들이 배석한 확대정상회의가 70여 분 동안 진행되고, 부부동반 만찬도 있었는데요. 단독회담 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북한 문제와 경제에 대해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한 점에 있어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과 경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는데, 북한 문제부터 살펴보죠.

기자)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놓고, 일본이 바라는 것을 주로 전달한 것으로 일본정부 관계자가 이날(17일) 현장 브리핑에서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CVID)'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납북 일본인 문제를 회담 의제에 포함시켜달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아베 총리의 두 가지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답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관계는 매우 굳건하며 북한에 대한 의견이 완전 일치했다"고 회담 후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강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했다”고 설명했고요. 특히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미·북정상회담에서 납치 피해자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일본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그 다음, 경제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나요?

기자) 이날 경제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양국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늘(18일) 정상회담 이틀째 일정에서 경제와 통상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회담 후 ‘트위터’에 통상 현안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요. 이를 통해 주요 언론은 아베 총리와 어떤 논의를 했는지 추측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뭐라고 썼습니까?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혔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우리(미국)가 TPP에 복귀하는 걸 바라겠지만, 나는 그 협정이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었는데요. 미국 언론은 이날(17일) 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미국의 TPP 복귀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TPP 복귀를 검토하라고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당국에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TPP 복귀 검토를 지시한 사실이 지난주 알려지면서 미국이 재가입할 가능성이 대두됐는데요. 며칠 만에 다시 TPP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경제 참모들이 곤란해 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담당 실무책임자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17일) CNBC에 출연해, 미국의 TPP 재가입을 “거부하지 않을 것(not going to handicap it)”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TPP에 대해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지난주 ‘TPP 복귀 검토’ 지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는데요. 다시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것은,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TPP는 당초 미국 주도로 추진한 태평양 주변 12개국 자유무역 공동체였는데요. 지난해 미국이 탈퇴를 선언한 뒤, 11개 나라만으로 얼마 전 타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다자간 무역협정들이 미국 내 산업과 노동자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각 나라와 구체적인 협상으로 미국의 이해를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1대1 무역협정을 선호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오늘(18일) 진행될 정상회담 둘째 날 일정에서도 미·일 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겠군요?

기자) 네. 미·일 FTA 체결 외에,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문제 해결과 환율 대책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N머니 등이 내다봤고요. 일본의 NHK방송과 마이니치 신문 등은 미국산 무기구입 확대 등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중입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 상무부 건물.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알루미늄 판재에 상계 관세를 매길 방침이라고요?

기자) 네. 중국산 알루미늄 판재에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고 미 상무부가 어제(17일) 윌버 로스 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알루미늄 판재란, 각종 기계나 가전제품, 그리고 이것들의 부품이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얇고 널찍하게 저민 산업자재인데요. 앞으로 최종 판정을 거쳐, 중국산 알루미늄 판재에 최고 약 113%의 상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상무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조치를 단행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덤핑’이란, 특정 수입품이 지나치게 싼 가격에 팔려서 그 나라 해당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미 상무부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불법보조금을 받아 알루미늄 판재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시장에 덤핑 유통하면서, 미국 알루미늄업계에 피해를 끼친 것으로 보는 건데요. ‘상계관세’란, 불법보조금만큼 세금을 매겨 가격을 높이는, 보복관세의 일종입니다.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알루미늄 판재는 연간 약 6억달러에서 7억달러 정도 규모입니다.

진행자)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고요?

기자) 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철강 휠에 대해서도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철강 휠은 철강을 구체적인 기계부품으로 가공하기 전 단계의 자재인데요. 지난해 중국산 수입 규모는 3억8천8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상무부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를 거쳐 다음달 11일 덤핑 예비판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얼마 전 미국 정부가 단행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와는 별개 조치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수입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발효시켰는데요. 이 조치는 중국뿐 아니라, 일부 일시면제 국가들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것이고요. 알루미늄 판재뿐 아니라 알루미늄 원자재와 가공품 등 전반, 철강 휠 뿐 아니라 철강 제품 전체에 관세를 새로 매기는 조치였습니다. 이번 덤핑 조사와 예비판정은 이와 별도로, 중국산 알루미늄 판재와 철강 휠에만 해당합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에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 업계는 환영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맥시온휠스’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낸 조사 청원에 따른 것이었는데요. 미 알루미늄협회는 성명을 통해 “미국 알루미늄 업계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반응은요?

기자) 중국 정부가 이번 조처에 대해서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는데요. 중국 상무부는 같은 날(17일) 앞서, 미국산 수수에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습니다. 상계관세에 해당하는, 최고 178.6% 반 덤핑 보증금을 당장 오늘(18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는데요. 하루 동안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수출입 품목을 놓고 무역 제재 조치를 주고 받은 셈입니다.

진행자) 최근 진행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대치, 주요 상황 짚어보죠.

기자)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등에 맞서 중국산 기술제품에 25% 관세를 매기는 문건에 서명했습니다. 신규 관세는 연간 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적용되고요. 다음날 중국 상무부가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 철강 등 연간 30억 달러 규모 상품에 25%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달 3일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새로 관세를 매길 중국산 제품 1천300개 품목을 발표했고요. 다음날 중국은 미국산 황대두(누런콩)와 흑대두(검은콩), 자동차 등에 25% 관세 부과 계획을 추가 발표했습니다. 이튿날(5일)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지난 4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의 월마트 중국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인데요. 최근의 무역 갈등을 바라보는 중국 내 분위기는 어떤지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돼지고기, 과일, 견과류 등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직면해 있는 미국 농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중국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습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이 어떻게 현 상황을 다룰지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고요. 심지어 이제 중국이 미국에게 교훈을 가르쳐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의 소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데요. 양국의 무역 긴장이 가져올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현지 VOA 기자가 베이징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다른 나라 또는 다른 데서 제품을 들여와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아직 미국산 과일이나 견과류 등에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았죠?

기자) 네, 그래서 베이징 시내 야시장에서 미국산 과일이나 견과류가 아직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요.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노점상은 미국산 상품을 구매해 판매하던 일을 그만두고 중국산 상품을 사서 팔 수도 있다면서 중국 사람들은 중국산 제품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또 최근 미국산 대두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서 미국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아직 중국 정부가 관세 부과 조치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강한 지역에서 미국 농민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의 대두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의 농가뿐만 아니라 중국 농민과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무역 전쟁이 시작된다면 가격 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전망도 나오고 있네요.

기자) 네, 하지만 변동의 폭이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아카데미 산하 아열대 농업 연구소의 샤오귀잉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사업가들은 똑똑하고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공급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더라도 판매 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전 세계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큰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서는 자국의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요.

기자) 네, 베이징에서 VOA가 만난 대부분의 주민은 양측이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길 바란다면서도,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 때문에 어떠한 관세 조치도 실패할 거라는 주장입니다. 베이징의 한 젊은 여성은 "중국에서 돈을 벌고 싶으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금의 무역 갈등을 중국이 성장할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한 중국 남성은 중국의 국내 산업은 더 이상 뒤처지지 않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서,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중국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국내 제품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의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중국 내 수출업체들의 견해를 묻는 조사도 있었군요.

기자) 네, 로이터통신이 단독으로 중국 최대 광저우 무역 박람회에 참가한 135개 중국 수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65%는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양국의 당국자들이 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26%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