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기구 “북한, 평양-인천 노선 개설 제안…다음주 북한서 논의”

지난 2005년 6월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이 고려항공 여객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거쳐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륙 준비 중인 고려항공 여객기 뒤로 대한항공 여객기가 보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북한이 평양-인천 노선 개설을 요구했으며 다음주 북한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도 해당 제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위 관계자들이 다음주 북한 당국자들과 만나 평양-인천 국제항로 신설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밝혔습니다.

윌리엄 클라크 국제민간항공기구 대변인은 4일 VOA에 이 기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과 스티븐 크리머 항공 담당 국장이 다음주 북한을 방문해 평양-인천 노선을 비롯한 다른 국제항로와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라크 대변인에 따르면 방콕에 위치한 국제민간항공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는 지난 2월 북한 민항공사로부터 평양 비행정보구역(FIR)과 인천 비행정보구역을 잇는 항공로(ATS route) 개설을 제안하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이후 해당 요청을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KOCA)에 전달했으며 이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촉진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의 항공정책실로부터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게 가장 최근의 진전 상황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설명했습니다.

지난 2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당시였으며 북한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등이 포함된 북측 대표단은 개막식 참석을 위해 7일 한국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들은 2일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토교통부를 인용해 북한이 3월경 ICAO에 국제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여러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항로(Trans-Regional routes) 개설을 요구했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올해 안에 해당 요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요구한 국제항로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며 “한국 영공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클라크 대변인은 2일, 해당 보도를 확인해 달라는 VOA의 첫 논평 요청에 한국과 북한 영공을 운행하는 일부 노선들에 대한 제안들이 검토되고 있지만 한국이나 북한이 해당 제안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의 영공에서 운행하는 노선이 신설될 경우 다른 역내 국가들이 보고는 받겠지만 노선 승인 절차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평양-인천 노선 개설을 요구했고 한국도 검토 중이라는 이틀 뒤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 답변을 한 겁니다.

하지만 해당 노선 개설을 요청한 국가가 어느 곳이냐는 VOA의 4차례 추가 질문이 이어진 4일, 요청한 곳은 북한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해당 노선이 신설되더라도 실제 운행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습니다.

또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21호는 북한을 출발한 모든 항공기의 화물을 검색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은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국제항공 노선은 최근 이런 제재들로 인해 크게 줄었습니다.

고려항공은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 5개 도시를 비롯해 러시아와 태국,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을 취항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나라들이 대북 제재 결의 이행 등을 이유로 고려항공의 입항을 막으면서 정기노선은 중국과 러시아에만 남게 됐습니다.

한편 클라크 대변인은 북한의 사전 통보 없는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없느냐는 VOA의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추가 미사일 실험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항공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회원국들 간의 협조를 계속해서 돕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2016년 2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4호’ 발사 이후 한 번도 미사일 발사 계획을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사전 통보한 적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민간항공기구 측은 지난해 11월 ‘화성-15형’ 발사 이후 VOA에 영토나 영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통보해야 할 책임은 주권 국가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 관련 결정문을 채택하고 역내 민간 항공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야기했다고 명시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세계 항공업계의 정책과 질서를 총괄하는 유엔 산하기구로 1947년에 설립돼 191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1952년에 이 기구에 가입했으며 북한은 1977년에 가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