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라 하원의원] “북한, 아직 미국의 신뢰 얻지 못해…평화협정, 경제지원 논의 시기상조”

아미 베라 미 민주당 하원의원. 하원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핵 시설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게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구체적 행동이라고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이 밝혔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간의 방한을 마치고 돌아온 베라 의원은 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아직 미국의 신뢰를 얻을 만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어떤 약속도 해선 안 된다며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신념만 가지고 회담장을 떠나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회 내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베라 의원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국을 방문하셨는데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던가요?

베라 의원)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북한과의 전쟁에 훨씬 가까워졌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낙관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북한과의 대립에선 아주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과 송영무 국방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과 면담했는데요, 한국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해 이번 방문에 동행한 동료 의원들은 현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긴장이 다소 낮춰졌다는 점은 기쁩니다. 그러나 하나씩 해결해야 합니다. 먼저 북한이 올바른 의도를 갖고 있는지, 핵 프로그램 폐기와 관련해 선의를 보여줄 것인지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기자) 미 의회는 북한 문제 해결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한국과 조금 다른 분위기인데요. 대부분의 의원들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이고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있지 않습니까?

베라 의원) 한국 내 분위기를 이해합니다. 한국에서 전쟁 위협 아래 살고 있다면 그런 위협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어떤 사소한 움직임도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상황을 좀 더 낙관적으로 느끼게 할 것입니다. 미국이 강조하는 것은 강력한 미-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한 동맹은 철통 같다는 것을 북한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신뢰하되 검증해야 합니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단계를 취해야 하며, 이는 검증되고 검증되고 또 검증돼야 합니다. 그 이후 북한과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다음 중요한 단계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번 회담을 갖고 싶어하는 듯한데 그래도 된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어떤 약속도 해선 안 된다는 점이죠. 이번이 북한과의 첫 회담이고 이후 더 많은 대화가 진행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지속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신념만 가지고 이번 회담장을 떠나 버려도, 그 자체로서 성공이라고 봅니다.

기자) 의회 일각에선 판문점 선언을 비판적으로 보는데요. 테드 포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게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란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의미하고 통일이란 공산주의 아래 재결합이란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베라 의원)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는 북한이 핵 무기를 갖지 않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전념하겠다고) 문서화하거나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행동으로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미국도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기대감을 공유하고 한국이 낙관적으로 이 문제에 다가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김정은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이 신뢰를 얻는 방법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겁니다. 최근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 선언은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구체적 행동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미 핵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언제든지 그리고 어느 곳이든지 (북 핵 시설을)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미국은 그때 김정은이 정말로 한국과, 잠재적으로는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는 생각을 해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북한의 그런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했지만 여전히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신가요?

베라 의원)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말했듯이 대화 상대를 반드시 좋아하거나 신뢰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대화 의지가 중요한 것이죠. 미-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약속도 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로선 너무 시기상조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의회가 할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남북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더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는데요. 평화협정으로까지 전환되려면 미국의 관점에서 충족돼야 하는 조건들은 무엇이 있나요?

베라 의원) 한국전을 종전시키고 평화협정으로 전환 작업을 시작할 순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세부 내용을 규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협정의 세부 내용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의회 등 모든 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남북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한국 대통령 측근 인사의 발언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베라 의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주한미군은 반드시 계속 주둔해야 합니다. 안보 등 역내 중요한 문제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죠. 동독과 서독이 통일됐을 때에도 미군은 독일에서 철수하지 않고 역내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계속 주둔했습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든 평화협정이든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지금 너무 앞서 나가는 겁니다.

기자) 한국에선 남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한편 미국은 최대 대북 압박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런 분위기가 제재 등 대북 압박을 약화시킬 우려는 없나요?

베라 의원) 이번 방한 면담에서 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 전까진 어떤 제재 완화도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구체적 행동이 무엇인지 먼저 봐야 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 대북 경제 지원 등에 대해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방한에서 탈북자들과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떤 대화들을 나누셨나요?

베라 의원) 탈북자들은 과거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번 면담에서는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북한이 중국을 어떻게 보고 미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어떤지, 북한에서의 삶은 어떤지 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기자)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한국, 미국이 참여하는 특수경제지구를 지정해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나마 자유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가능한 제안이라고 보십니까?

베라 의원) 김정은이 자신이 말한 것들을 지키는 행동을 보여준다면 한국과 미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먼 얘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으로부터 최근 방한 소감과 남북 판문점 선언에 대한 견해, 북한 문제에 관한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