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복귀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번영을 위한 지원을 강조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인을 위협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경우 민간 투자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협력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남북한의 경제 상황을 보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그러나 북한 수뇌부의 강력한 정치적 통제가 경제 체제의 변화를 계속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 중앙정보국 CIA와 한국 통계청의 지표를 통해 남북한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 봤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13일 미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에너지와 농업,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미국의 민간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All the things that the North Korean people need, the capacity for American agriculture to support North Korea so they can eat meat and have healthy lives
북한 주민들이 고기를 먹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며 한국과 비교했는데, 남북한 국민은 같은 한반도에 살지만 삶의 질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4일 갱신한 국가별 팩트북을 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 GDP는 2015년 현재 구매력(PPP) 기준으로 400억 달러.
2017년 기준으로 2조 달러를 넘어선 한국과 50배 차이가 납니다.
1인당 GDP 역시 북한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천 700달러, 한국은 3만 9천 달러로 23배 가까이 많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타격과 최근의 평균환율을 환산하면 남북한의 경제 격차는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은행이 지난달에 발표한 2016년 기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 교역 규모는 9위이지만, 북한은 자료 미흡으로 199개 나라를 분석한 통계에서 아예 빠져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지적한 에너지 규모 역시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격차가 큽니다.
CIA 팩트북을 보면 전력 생산, 즉 발전량은 한국이 2016년 기준으로 거의 5천만 kWh에 달해 세계 10위, 북한은 130억 kWh로 37배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국민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전력 소비 규모를 보면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인구 5천 200만 명이 모두 24시간 전기를 사용하지만, 북한은 전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인구가 1천 8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북 소식통과 탈북민들에 따르면 평양을 제외한 지방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전력 규모는 하루에 1~2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열악합니다.
폼페오 장관이 13일 “북한의 사회기반시설 개발을 위해선 엄청난 규모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y need enormous amounts of electricity in North Korea, to work with them to develop infrastructure…”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서 “가족들은 배관도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생활하고,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Families live in homes without plumbing, and fewer than half have electricity.
트럼프 대통령은 “하늘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면 눈 부신 빛이 남쪽에 가득하고, 뚫을 수 없는 어둠의 덩어리가 북쪽을 차지하고 있다”며 북한 수뇌부가 도발을 멈추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우리는 빛과 번영과 평화의 미래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원유와 농업, 사회간접자본도 남북한 사이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이 지난달에 갱신한 남북한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원유 도입량은 북한이 390만 배럴, 한국은 10억 배럴로 무려 276배의 차이가 납니다.
폼페오 장관이 언급한 농업의 경우 이 지표는 북한의 연간 쌀 생산량이 220만t, 한국은 419만t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납니다. 수산물은 북한이 100만t으로 325만t인 한국보다 세 배 이상 적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주식이 쌀에서 면류와 고기 등으로 서구화·다양화되면서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것을 볼 때 음식 소비문화와 질의 격차는 더 클 것이란 지적입니다.
경제활동의 기반인 도로와 하천, 공항, 항만, 농업기반에서부터 사회복지와 생활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과 통신 시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비교가 민망하다고 지적했듯이 큰 격차가 납니다.
CIA는 북한의 도로 총연장은 2만 5천 km, 한국은 10만 8천 km로 4배 이상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포장된 도로는 한국이 9만 2천 790km, 북한은 724km에 불과해 무려 128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북한 도로의 비포장 문제 때문에 차량의 속도가 40km 이하 수준이고 유지 보수도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철도 길이는 북한이 7천km로 한국의 4천km보다 훨씬 길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의 고속열차가 좋다고 말했듯이 운행 사정은 차이가 큽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열차 중에 가장 빠르다는 평양-신의주 구간 열차의 속도가 시속 45km, 일반 주민과 화물 기차는 시속 20~30km에 불과합니다.
철도 대부분이 복선이고 고속열차인 KTX의 최고 시속이 300 km로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과 역시 큰 차이를 보이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은 앞서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도로와 철도가 열악하다고 이례적으로 시인한 것은 한국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으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CIA는 “북한 정부가 계속 전반적인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런 목표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확고한 정치적 통제가 북한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로 남아있는 현실이 북한 경제 시스템의 공식적인 변화를 (계속)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