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김영철 부위원장 방미는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 커졌다는 신호

  • 윤국한

지난 26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남측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고, 북한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배석했다.

오늘(30일) 뉴욕에 도착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2000년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그의 미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6월12일에 열릴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폼페오 국무장관의 협상 파트너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의 협상 파트너 외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4월과 5월 초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조율했는데요, 그 때마다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협상 상대였습니다. 이번에도 폼페오 장관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될까요?

기자)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이 방북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한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제든지 주저 말고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달라’고 했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은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 대한 `믿음직한 답장’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으로 다음달 12일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좀더 커진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미-북 양측이 판문점 실무자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하게 될 겁니다. 아울러 실무선에서 해결하지 못한 입장 차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폼페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다음달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을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한국전쟁 이래 미국을 방문한 북한 정부 인사로는 두 번째 고위급이라고요?

기자) 네, 지난 2000년 10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했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이후 18년 만에 미국을 방문하는 최고위 인사입니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은 당시 북한 정권의 2인자였는데요,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도 만났습니다. 특히 미-북 간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 협력, 교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외무상들은 매년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이 것과는 성격이 다른 건가요?

기자) 북한은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왔습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은 외무상이 유엔 회원국 대표 자격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미국은 근래 들어 유엔총회 등 다자회의 참석 이외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려는 북한 인사에게 비자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김 부위원장은 최근 열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했는데요,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북 관계도 관장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정보기관인 통일전선부 부장인데요,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 책임을 맡은 건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핵심 측근으로, 북한의 핵과 군사 문제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부위원장은 군 출신으로 1990년대 초부터 핵과 군사 협상에 관여해 왔고, 최근 두 차례 열린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도 배석했습니다.

진행자) 김 부위원장은 지난 2010년 한국 해군 소속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책임자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가 인민무력부 산하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국장으로 재직 중 두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내 일각의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이번에 김 부위원장에 대한 일시적인 제재 면제 조치로 그의 뉴욕행을 허용했습니다.

진행자) 김 부위원장의 방문으로 미-북 정보당국 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네요?

기자) 김 부위원장은 폼페오 장관의 중앙정보국 CIA 국장 시절부터 한국의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삼각 협의채널을 가동해 왔습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의 상대역인 리용호 외무상이 아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한 건 이 채널을 통한 미-북 간 소통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