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은 내부에서도 비롯될 수 있는 만큼 외부에서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지적했습니다. 차 석좌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에 대한 위협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대신 북한에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핵 보유국이면서도 미국이 공격할 수 없는 나라가 되는 것을 뜻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차 석좌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한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빅터 차 석좌) 어느 나라든 체제 안전이라는 것은 바깥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건 나라와 그 나라 지도자가 “느끼는” 것이니까요. 북한 지도부는 외부 위협에서 느끼는 것만큼이나 내부 시스템에 의해서도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 그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빅터 차 석좌) 관계정상화는 두 나라 간 고정적인 대화 창구를 열게 하고, (북한 체제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두 나라는 더 이상 적국이 아니게 되므로 미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도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정권은 늘 불안감을 느낍니다. 외부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든 안 하든 북한 정권의 성격상 늘 불안감을 갖는다는 겁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미-북 외교관계 수립에 착수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빅터 차 석좌) 아직은 추측일 뿐입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미-북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검증 절차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죠. 비핵화는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정치 관계를 수립해 이런 문제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창구를 갖자는 논리였습니다.
기자) 그러나 관계정상화를 위해선 해당국이 사전에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빅터 차 석좌) 물론입니다. 인권상황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고려돼야 합니다. 따라서 관계정상화는 폭넓은 정치적 타결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방 국가에 대사관을 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권 유린과 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중국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를 환영할까요?
빅터 차 석좌) 그럴 거라고 봅니다. 중국은 언제나 ‘상호 인정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따라서 자신들은 1992년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는데 미국과 일본은 아직도 북한과 국교를 맺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실제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한다고 보십니까? 미국과 국교를 맺을 경우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가 유입되는 걸 두려워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빅터 차 석좌) 그렇긴 합니다만, 동시에 북한에겐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걸 의미합니다. 북한으로서는 큰 상을 받는 거죠. 따라서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선언한 이상 그들에게 관계정상화는 과거와 다른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기자)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보통 국가로 인정받으면서도 여전히 핵 보유국으로 남아있고자 한다는 거군요.
빅터 차 석좌) 북한이 과거에는 외부의 적이 필요해 관계정상화를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북한이 핵 보유국 선언을 하기 전 입니다. 이제 핵 보유국으로 선언한 만큼 관계정상화는 핵 보유국이면서 미국이 더 이상 공격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국제사회와 미국에 입증하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로부터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체제 안전 보장의 현실성과 한계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