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강관세 각국 '보복'...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출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말스트롬 위원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와 중국의 특허권 침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이 오늘(1일)부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데 당사국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각자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극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해, 유로화 가치를 중심으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고요. 이어서,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미군 보급로 차단을 검토중인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오늘(1일)부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가 붙죠?

기자) 네. 철강제품에는 25%, 알루미늄에 10%씩 각각 신규 관세를 부과합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어제(31일) 관세 시행을 발표했는데요.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각 당사국은 여기 항의하면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반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These tariffs will harm industries and workers on both sides of the Canada-U.S. border and will disrupt supply chains that have made steel and aluminum from North America more competitive across the whole world,"

기자) 어제(3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트뤼도 총리는, 철강 관세가 캐나다는 물론 미국의 관련 산업에도 해를 입힐 것이고, 북미철강의 경쟁력을 유지시켰던 공급체계를 훼손할 것이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다음달 1일자로 보복관세를 집행하기로 했는데요. 이 밖에도 미국산 맥주와 위스키, 화장지 등에도 새로운 관세를 검토한다고 외무부가 밝혔습니다.


진행자) 캐나다의 이런 반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캐나다는 매우 오랜 시간, 미국의 농업 분야와 농민들을 형편없이 대해왔으며, 무역에 대해 매우 제한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캐나다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매우 높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캐나다는 반드시 시장을 개방하고, 무역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 반응도 살펴보죠.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어제(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는데요.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는 불법(illegal)”이라고 항의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유럽이 모두 지켜야 할 국제통상규정을 어긴 조치라고 주장했는데요. “EU는 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상응하는 방식의 대응'은 어떤 내용이죠?

기자) EU는 다음 달 1일부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와 리바이스 청바지, 버번 위스키, 오렌지 등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습니다. 총액 16억 달러 규모 제품들인데요. 그 이상의 조치로 대응할 가능성도, 마크롱 대통령은 내비쳤습니다. 어제(31일) 현지 언론을 만나 2차대전 직전 상황을 거론하면서, “경제적 국수주의는 전쟁으로 이어진다. 정확히 1930년대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관세가 국제통상규정을 어겼다고 했는데, 국제기구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현 상황에 “매우 크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이나 어느 한쪽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진 않았는데요. 문제를 해소하고,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세계무역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개별 국가들 간에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WTO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기자) EU는 오늘(1일) 미국을 WTO에 제소했습니다. 중국과 인도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반발해, 앞서 제소한 상태인데요. 이렇게 해당 국가들이 WTO에 제소를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 미국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시사주간지 타임은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WTO 판결에 따라, 철강 관세를 둘러싼 긴장이 조만간 해소될 수도 있겠군요?

기자) 이른 시일 내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WTO 제소와 판결에 이르는 과정이 보통 몇 달씩 걸리고요. 몇 년이 지나도 판결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철강관세 관련 사안은 EU와 중국, 인도 등의 제소가 같은 내용이라, 병합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서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쇠락한 미국 철강산업을 되살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자동차나 비행기, 전자제품을 만드는 핵심자재이고, 각종 산업설비에도 쓰이는 국가기간산업인데, 외국산 의존율이 높은 게 문제라고 봤는데요. 이에 따라,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품목을 수입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지난 3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신규 관세를 발효시켰습니다.

진행자) 관세를 면제받는 나라도 있다고요?

기자) 네. 각 나라와 진행중인 개별 통상·안보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7개 나라에 한시적으로 유예시켰는데요. 그 중에 한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잘 돼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면제해줬습니다. 호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도 합의를 이뤘는데요. EU와 캐나다, 멕시코와는 유예기간을 연장하면서 협상했지만, 대화가 결렬됐기 때문에 오늘(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겁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 재협상 타결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내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미 의회에서는 동맹국들과 통상 갈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집권 공화당 소속 벤 새스 상원의원은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는 중국이 아니다”라며, “적을 다루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동맹국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고요. 같은 당의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도 “철강과 알루미늄 불공정 무역 문제는 멕시코나 캐나다,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어제(31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만났는데요. 일본산 철강에 관세를 면제시켜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한 것으로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1일 로마 퀴리날레 궁전에서 열린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선서 취임식에서 총리로 지명된 주세페 콘테 피렌체대학 법과대학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이탈리아에서 새 정부가 탄생했군요?

기자) 네,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 내각이 1일 공식적으로 출범했습니다. 콘테 총리는 이날 오후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궁에서 취임 선서를 했고요, 행사를 마친 뒤 바로 총리 관저로 이동해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콘테 총리가 취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기자)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3월 총선 이후 약 3개월 동안 정부 구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석 달 가까이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는데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전날(5월 31일) 주세페 콘테 총리 후보자가 제출한 내각 구성안을 승인하면서 정국 불안이 해소됐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때문에 출렁이던 국제 금융 시장도 일단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진행자) 그동안의 상황을 좀 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 3월 초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얻은 정파가 없어서 연립정부를 꾸려야 했는데요. 주요 정파들의 노선과 주장이 극명하게 달라 협상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정파연합 '동맹'이 얼마 전 연정에 합의하고, 피렌체대학교 법학과 주세페 콘테 교수를 총리 후보에 올렸는데요. 콘테 후보자가 제출한 내각 명단에서 재무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지난 일요일(27일) 총리 후보가 사퇴했고요. 대통령은 곧바로 다른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결국, 콘테 교수가 총리 자리에 올랐네요?

기자) 의회 과반인 ‘오성운동’과 '동맹'은 대통령이 지명한 카를로 코타렐리 전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의 총리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재차 콘테 교수를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 겁니다.

진행자) 콘테 정부 출범이 처음엔 실패했는데, 이번에 가능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콘테 총리 후보자가 앞서 대통령에게 제출한 내각 구성안에서, 파올로 사보나 재정경제장관 후보가 문제였습니다. 유로존 탈퇴를 거듭 주장하고, 반 유럽연합(EU) 성향을 줄기차게 드러낸 인물이라 대통령이 거부했던 건데요. 이번에 다시 제출한 내각 구성안에서는, 보다 온건한 인물로 평가받는 로마 토르베르가타대학교 지오바니 트리아 교수를 경제장관 후보로 올렸습니다.

진행자) 총리와 경제장관 외에, 내각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두 정파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가 부총리 겸 경제노동통상장관, '동맹'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습니다. 이밖에 오성운동 소속 9명, 동맹당 소속 7명이 포함됐고요, 전문 관료 출신 2명이 합류했습니다.

진행자) 연정을 이끄는 ‘오성운동’이 포퓰리즘 정당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기자) ‘포퓰리즘(populism)’이란 보통, 전통적인 보수-진보 정치 노선에서 벗어나,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하는 세력을 표방하는 걸 말하는데요. ‘대중영합주의’라고도 합니다. 오성운동은 지난 총선에서, 저소득층에 780유로(미화 913달러)를 매달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고, 연금을 받는 나이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일약 원내 제1당이 됐는데요. 이탈리아 새 정부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한편, 가까운 스페인에서도 정부가 바뀐다고요?

기자) 네. 얼마 전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 파동을 겪은 스페인에서는 집권 국민당의 불법정치자금 추문이 이어졌는데요. 1일 의회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했습니다. 제1야당 사회노동당이 낸 불신임안은 재적 350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80표 찬성으로 통과됐는데요. 이로써 라호이 총리는 1975년 민주화 이후 스페인에서 불신임을 받아 실각한 첫 사례가 됐습니다. 새 총리는 페드로 산체스 사회노동당 대표가 맡습니다.

지난해 6월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에서 아프간군이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도중 미군이 옆을 지나가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미군의 보급로 차단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현재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쿠람 다스트기르 칸 파키스탄 외무장관이 최근 VOA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파키스탄의 국방장관도 겸하고 있는 칸 장관은 그러면서 현재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미군과 나토 동맹군의 보급로 차단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칸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파키스탄을 테러 지원 감시 명단에 올리기 하루 전날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이 아직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건 아니죠?

기자) 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2월 파키스탄을 '그레이리스트(Gray List)', '회색 국가 명단'에 포함시켰는데요. 회색 국가는 테러단체로 흘러가는 자금을 단속하는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나라들을 말합니다. 파키스탄은 FATF와의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을 이행해야 하는데요. 만일 이행이 FATF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소위 '블랙리스트(Black List)' 명단에 들어가 경제 제재가 부과됩니다.

진행자) 현재 파키스탄은 미국의 원조도 중단된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파키스탄은 17년 전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합류한 이래 수십억 달러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가 올해 파키스탄에 대한 안보지원 예산을 거의 전액 삭감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 척결 명목으로 미국의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탈레반 등 테러 단체들과도 여전히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테러집단과 연계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프간 내전 종식 실패에 대한 책임을 파키스탄에 지우려는 미국의 압박 전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칸 장관은 현재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는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단계까지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칸 장관은 특히 양국 관계가 껄끄럽게 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이라면서, 파키스탄은 현재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미국의 비난과 책망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는 상황이 있었죠?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이달 초, 미국 주재 파키스탄 외교관들에 대해 대사관에서 40km 이상 이동할 경우 사전허가를 받게 했는데요. 이에 파키스탄 정부도 파키스탄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 대해 이동 제한 조치를 가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칸 장관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아프간 내륙에 주둔 중인 미군과 나토 동맹군에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지상과 공중 보급로를 열어 놓았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모든 선택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이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양새라고요.

기자) 네, 중국은 파키스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직접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또 최대 20억 달러를 중국으로부터 빌릴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칸 장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파키스탄을 포기하고 무시하지만, 파키스탄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은 파키스탄 편에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칸 장관은 또, 미국의 부재로 만들어진 공백을 러시아가 메꾸면서 오랜 경쟁국이었던 러시아와도 급속히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