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한 비핵화 구상 바꾼 트럼프...단계적 조치에 미북 이해 일치한 듯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워장 등 북한 대표단과의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옆으로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매우 유연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비핵화로 가는 `과정’으로 여기면서,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신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접견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비핵화 일괄타결 뒤 신속한 실행, 그리고 비핵화 완료 때까지 제재 유지라는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적잖이 다릅니다. 미 언론들은 이에 대해 ‘비핵화 방식의 중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기자) 비핵화를 `과정’ 이자 `절차’로 보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한 차례 만남으로 달성되는 게 아니라, 시간을 갖고 밟아 나가는 단계적인 과정 속에서 이룰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오랜 적대와 증오 관계에 있었던 점을 그 이유로 지적하면서, 과정이란 말을 거의 10차례 반복했습니다.

진행자) 오는 12일 말고도 김정은 위원장과 추가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12일 회담은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를 갖게 되는 `시작’이자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미 한 차례 이상의 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12일 열리는 회담도 다음날까지 연장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12일 회담에서 어떤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를 포기한 건 아닌가요?

기자)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신중하게 이 문제에 대처하려고 하고 있고, 그래서 북한 측에 “시간을 갖고 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습니다. 한때 일괄타결에 따른 즉각적인 비핵화을 강조하고,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일괄타결 뒤 신속한 비핵화’를 요구했던 데서 다시 입장을 바꾼 겁니다.

진행자) 비핵화의 시한이 없어진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서두를 수도, 천천히 할 수도 있다면서 이를 제재와 연결짓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늦추면 제재 해제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보상’도 늦춰질 것임을 얘기해 줬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북한 측이 “뭔가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로, 조속한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신속한 비핵화와 이에 따른 상응 조치에 미-북 양측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음을 밝힌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밝혔지요?

기자) 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적인 제재가 없고, 또 `최대 압박’이란 말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건 상당한 입장 변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그동안 모두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최대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첫 번째 대북 신뢰 구축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시점”에 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내비치면서, “그 때를 고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재 해제는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양측 실무자들 사이에서 논의돼 왔는데요, 오는 12일 정상회담 직후 일부 제재가 해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관리들은 여전히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것임을 밝히고 있지만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뭘 논의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오는 12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단계별 비핵화 조치의 내용과 그에 따른 보상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점은 12일 회담 직후 양측이 곧바로 취할 행동들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한국전쟁 종전 선언 문제도 중요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