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북 후속 협상서 '비핵화 로드맵' 마련할 듯

  • 윤국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구내에서 걷고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폼페오 장관의 발언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20년까지 주요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에 대해서는 양측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을 크게 나누고, 단계별로 구체적인 시한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각 단계별 이행을 최대한 단기간에 종료하고,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은 체제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의 발언은 이런 시간표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에 따르면, 미-북 간 40년에 걸친 긴장 상태가 지속돼 왔고, 정상회담이 열린 지 2주도 채 안 된 시점에 자세한 비핵화 로드맵을 기대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겁니다. 이는 양측이 단계별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앞두고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에 주요 비핵화를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게다가 미 국방부 고위 관리도 최근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에 특정 요구사항과 시간표를 곧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발언이 앞으로도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면서, 아직 이르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과 후속 협상을 진행하면서 시간표를 마련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정상회담 이후의 진전 상황에 대해 만족해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5일) 열린 공화당 선거유세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거듭 큰 성공으로 평가하면서, 북 핵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과정’이자 `절차’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겁니다. 폼페오 장관도 6.25전쟁 68주년인 어제 트위터에 “북한의 반미 공격에 변화가 생긴 것에 감사한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도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북 핵 해법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은 미-북 양측의 선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북 사이에 `선의의 협상 절차가 계속되고, 생산적인 결과가 계속 달성될 것인지’ 점검하겠다는 건, 북한이 앞으로 취해 나가는 조치들을 비핵화 진정성의 척도로 삼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의 조치에 북한이 상응 조치를 취하는 등 진전이 계속돼야 비핵화 협상이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군요?

기자) 네, 지난 12일 열린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은 양측 사이에 동시적 조치가 진행 중임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양측의 조치가 엄격하게 대칭적으로 이뤄지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공동성명의 특징은 양측의 신뢰를 강조하고 있는 점입니다. 신뢰 구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나간다는 건 핵 개발이 미-북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미국의 대북 인식에 일대 전환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공동성명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담고 있나요?

기자) 4개항으로 된 공동성명은 1항이 새로운 관계 수립, 2항이 평화체제 구축, 4항이 유해 발굴과 송환에 대한 것인데요, 모두가 관계 정상화와 신뢰 구축에 관계된 내용입니다. 전체적으로는 3항에서 언급한 `완전한 비핵화’가 오히려 뒷전으로 밀린 느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서 미-북 양측의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