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핵 전문가 올브라이트] “미국 정부, 북한 비밀 핵시설 존재 강력히 믿어”

핵 안보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지난해 10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강성’이라는 핵 시설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꽤 강력하게 믿고 있다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밝혔습니다. 지난 2012년 미-북 간 2.29 합의에 참여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강성 핵 시설은 영변보다 먼저 운영됐을 수 있다며 북한에서 원심분리기 조립을 담당한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의 이번 협상에서는 영변 뿐 아니라 모든 시설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 5월 북한에 영변 외에 ‘강성’이라는 숨겨진 핵 시설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셨습니다. 최근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한 보도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저는 서방세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해 이 시설을 알게 됐고 강성은 큰 원심분리기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믿게 됐습니다. 탈북자를 통한 정보와 조달 관련 정보에 근거하고 있는데요. 이 시설은 미국인들이 내부를 잠깐이나마 둘러보게 된 영변 원심분리기 시설과는 다릅니다. 물론 영변 시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많이 알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영변 이외의 지역에 북한이 숨겨온 핵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영변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곳입니다. 이번 협상이 성공하려면 북한은 이 시설을 공개하거나 원심분리기 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기자) 정보당국과 탈북자를 통해 알아내셨다는 겁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탈북자 정보를 통해 영변 이외의 3 곳에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탈북자 정보는 종종 신뢰할 수 없죠. 이후 추가 정보를 찾아냈고 강성 시설의 경우는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강성은 북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강성(Kangsong)’이라고 표현했지만 최근 언론 보도는 ‘강선(Kangson)’이라고 표현했더군요.

기자) 탈북자 증언은 신뢰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강성의 경우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이유가 궁금합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제가 말할 수 없는 다른 정보들이 있는데 이를 통해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 시설을 공개하거나 사찰단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곳이 원심분리기 시설이라는 주장에 반박하고 있는 한 나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의심하는 곳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강성이 원심분리기 시설이라고 꽤 강력하게 믿고 있습니다.

기자) 5월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강성 시설이 영변보다도 먼저인 2000년대 초중반에 지어졌다고 하셨는데요. 영변의 원심분리기가 너무 빠르게 구축됐는데 이 이유는 다른 시설에서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네 그것이 첫 번째 증거였습니다. 영변 핵 시설에서 원심분리기 조립을 담당하던 탈북자가 있었습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죠. 이 탈북자는 부품이 어떻게 넘어오고 또 어떻게 조립됐는지 증언했습니다.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이 영변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증거는 조달과 관련돼 있습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부터 관련 기술을 수입했고 이런 증거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추적해본 결과 2000년대 초에 1만2천개의 원심분리기가 조달됐고 2008년에도 2천 개가 조달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원심분리기 조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자) 원심분리기는 영변보다 강성에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셨습니다. 원심분리기가 많다는 건 더욱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해 무기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원심분리기 하나만으로는 우라늄 농축을 많이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다층 구조로 연결하는 방법을 사용하죠. 단계적인 절차를 밟는 건데요. 한 세트의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천연 우라늄을 3% 농축하고 다음 세트로 이동시켜 3%에서 20%로 농축하는 방법입니다. 이어 차례로 60%, 그리고 90%까지 농축시켜 무기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북한에는 5MW의 원자로가 있는데 이를 통해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반면 원심분리기로 더 많은 핵무기용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거죠.

기자) 그렇다면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강성 시설을 신고하지 않으면 비핵화의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겠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고백할 게 있는데 저는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꽤 오랫동안 알고 있었죠. 제가 공개하게 된 이유는 북한이 이 시설을 신고할지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측 협상가들도 영변에만 집중했던 과거 1994년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때와 같은 합의를 하지 않길 원했습니다. 북한을 압박하고 또 미국 정부가 강성 시설을 협상 초기에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공개하신 이유는 나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셨기 때문이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저는 6~7년 전 이런 협상을 거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2.29 합의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영변 이외의 비밀 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당시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영변 시설만을 동결하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뒤 영변 이외의 시설을 나중에 다루자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합의가 다른 식으로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공개한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은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어떤 일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협조만 한다면 1년 안에 대부분의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장님은 2~3년 정도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내다보신 바 있는데요.

올브라이트 소장) 볼튼 보좌관은 폐기를 말하는 것이지 폐기 여부를 검증하는 것까지 얘기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폐기만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원자로의 경우 1년 안에 폐기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답할 겁니다. 방사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겠죠. 하지만 원자로로 다시 사용될 수 없게끔 파괴할 수는 있다는 겁니다. 재처리 시설도 같은 맥락이죠. 또한 경수로의 경우 폐기한다고 가정하면 콘크리트를 부어버리면 됩니다. 핵무기 자체를 해체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는 매일 이 핵무기를 조립했다가 해체하기도 하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도 핵무기 자체를 해체하는 데는 몇 주밖에 안 걸렸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으로부터 북한의 비밀 핵 시설 존재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