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국, 비핵화 후 평화·번영 강조하며 김정은 결단 촉구

  • 윤국한

베트남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8일 하노이 거리를 걷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가 가져다 줄 북한의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특히 폼페오 국무장관은 베트남식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해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베트남의 경제발전 모델을 북한에 제안한 배경이 뭔가요?

기자) 폼페오 장관이 마침 베트남을 방문 중이고, 또 베트남과 북한이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폼페오 장관의 발언은 내일(7월11일)이 미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23주년이 되는 날이란 사실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베트남의 성공 사례를 들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한 겁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설명한 북한과 베트남의 유사점은 어떤 건가요?

기자) 미국과의 전쟁, 이후 수 백만 명이 식량과 주택난으로 어려움을 겪은 점,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그리고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전쟁의 위협을 우려한 점 등입니다. 특히 폼페오 장관은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으로 시작된 미국과 베트남의 협력이 양국 관계 정상화에 “작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의미 있는 첫 조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북한의 한국전쟁 유해 송환 협상을 에둘러 지적한 겁니다.

진행자) 미국은 해외 전쟁에서의 자국민 유해 송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요?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베트남 관계의 급진전은 지난 1988년 시작된 미군 유해 합동조사와 발굴이 계기가 됐는데요, 이 일로 상호 신뢰가 크게 강화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미군 유해 수습과 송환을 포함한 것도 미국의 이런 전통에 따른 겁니다.

진행자)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앞서 나름대로 개혁을 통한 경제발전 방안을 모색했던 것도 북한의 최근 상황과 유사한 점 같은데요?

기자) 베트남은 지난 1986년 공산당 대회에서 `도이머이’로 불리는 개혁정책을 도입했는데요, 사회주의에 기반한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고육지책이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 건설 총력 집중’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것과 유사합니다. 베트남 정부의 도이머이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요, 지금의 북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게 1995년이었지요?

기자) 네, 미국은 수교 한 해 전인 1994년에 경제 제재를 해제했는데요, 이로써 미국 등 외국 기업들이 대거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00년에는 양국 간 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베트남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수 십 년 간 베트남의 엄청난 성장을 가능케 한 건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이 북한에도 베트남과 같은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똑같이 갈 수 있고, 베트남과 같은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폼페오 장관은 밝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인들의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게 폼페오 장관의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이 계속 통치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체제와 정권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루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이런 점을 강조한 바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5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눈부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 위대한 경제.금융 국가가 될 것이라고 진실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북한이 밝은 미래를 선택한다면 미국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문제는 북한의 핵이네요?

기자) 핵은 북한과 베트남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과 국교 수립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는 과거 베트남의 목표와 다르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비핵화를 결단했다면, 그 실행을 서두를수록 북한의 변화는 빨라질 것이고, 경제발전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