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절반 정도가 북한을 '적국'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5년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북한을 '친구'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늘어났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게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적국'으로 인식하는 미국인들이 지난 5년 동안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지난 2~8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1천291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46%가 북한을 적국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갤럽이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가장 높게 나타났던 2013년(58%) 보다 12% 포인트 줄어든 겁니다.
이 같은 비율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 시절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갤럽은 분석했습니다. 2003년에서 2006년 사이 북한을 적국으로 인식한 비율은 45% 안팎이었습니다.
이때와 다른 점은 최근 북한을 '동맹, 혹은 친구'로 인식하는 미국인들은 더 늘었다는 겁니다.
2003년 이후 10년 동안 북한을 동맹이나 친구로 인식하는 비율은 10~12% 사이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17%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국과 협상에 나섰던 지난 2000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고 갤럽은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정부 말기였던 당시 조사에서는 북한을 적국으로 인식한 미국인은 35%, 친구로 답한 응답자는 32%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에 대한 인식이 가장 많이 바뀐 계층은 공화당 지지층입니다.
이들 중 북한을 적으로 인식한 응답자는 2013년 64%에서 올해 42%로 줄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우호도 역시 5년 전보다 12% 포인트 증가한 20%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북한을 적국으로 간주한 민주당 지지층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각각 54%와 52%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2000년 민주당 정부가 대북 협상을 진행했을 당시 북한을 적으로 인식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이 17%(공화당 지지자 32%)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지지층의 대북 인식에 더 영향을 주는 셈입니다.
북한이 미국에 끼치는 위협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 58%가 '장기적인 위협'이라고 답했고, 위협이 아니라는 응답은 13%에 불과했습니다.
'즉각적인 위협'이라는 응답은 26% 였는데, 이는 앞선 2006년(20%)과 2003년(23%)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갤럽은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여전히 북한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2013년 보다 급격하게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